1111. 이질적인 일본 운전

익숙해지기까지 초보운전자가 되어야 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인천공항에서 나고야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이며, 오사카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시간도 비슷하다. 제주보다 조금 더 가면 일본이니 가까운 나라가 일본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먼 나라가 일본이다.

종교를 따지면 일본은 전통종교인 神道(신도)와 佛敎(불교)의 나라다. 탄생과 생활은 神道를, 장례 때는 불교를 따른다고 한다. 神道는 다신을 믿는 국민 종교이기도 하나 종교가 아니기도 하다. 제사나 의식을 관장하고 따르는 문화이기도 하다.

神道와 신사의 상징이자 신사 입구에 서있는 붉거나, 검은색의 토리이(鳥居)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나누는 경계다. 우리나라 홍살문 비슷하게 생겼지만 나는 토리이, 특히 무당집을 연상케 하는 빨간색 토리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당집과 토리이를 싫어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자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일본 청년들 옷차림은 우리나라 청년들과 확실히 다르다. 물론 직장인들의 비즈니스용 의상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겠지만 길거리에서 본 일본 청년들 복장은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연상케 한다. 요즈음 만화영화 제목은 모르겠지만 ‘세일러 문’, ‘은하철도 999’에 등장할법한 복장으로 다닌다.

복장들이 전혀 멋있거나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그것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다면 주류가 될 것이나 내 눈에는 비주류다.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청년들만 그런 복장이 아니다. 출근길이나 관광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복장이다.

나고야 호텔 앞에 24시간 영업하는 돈키호테가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났기에 손녀가 좋아하는 공룡인형을 사러 갔으나 고질라와 포켓몬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인형이 주류다. 아이들 취향도 가까운 나라지만 먼 나라다.

손녀가 공룡을 좋아한다고 하니 네덜란드에서 온 예비사위가 공룡인형을 선물로 갖고 왔다. 새로 구입한 것과 동생이 갖고 놀던 공룡인형을 공수해 왔다. 티라노사우루스, 부라키오사우루스를 공수해 왔으니 적어도 공룡에 관한 한 일본은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와는 동떨어져 있다.


좋게 표현하면 검소, 실용을 중시하는 민족이다. 일본 방문은 3번째다. 30년 전, 10년 전, 그리고 이번. 일본은 30년 전이나 현재도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높고 1995년 일본의 국민소득이 4만 불 정도였고 우리나라는 2만 불이었다. 일본은 선진국이자 G7 중 두 번째 경제대국이었다. 당시에도 대형차보다 경차가 많았다.

30년이 지난 이번여행에서도 경차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였다. 경차 중에서도 우리나라 ‘레이’와 비슷하게 생긴 박스형 경차가 많았다. 이번여행에서 렌트한 도요다 코롤라 해치백은 우리나라 소형차급이지만 경차천국 일본에서는 작은 차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자동차왕국이며 도요다 캠리 같은 월드베스트셀링카, 렉서스 같은 럭셔리브랜드를 보유한 나라의 국민들은 정작 경차만 몰고 다닌다는 것이 한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도쿄, 나고야, 교토 같은 대도시는 주차난이라는 합리적 구실이라도 있지만 넓은 주차장을 갖고 있는 시골에서도 경차일색이었다. 일본에서 거의 2주 동안 벤츠와 BMW, LEXUS를 본 것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일본의 종교와 풍습, 청년들 복장, 경차사랑에서 문화적 이질감을 느꼈다 하더라도 불편함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문화에 뛰어들어 생활을 같이 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측통행인 나라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좌측통행하는 나라에서 겪는 불편함 말이다.

유모토 사이토 료칸(Yumoto Saito Ryokan) 가는 길, 도요다 코롤라 해치백을 렌트했다. 기어위치는 동일하게 중앙에 있으나 운전석이 우측이라 왼손으로 조작해야 한다. 그러나 기어는 주행 중 조작이 불필요하니 주차할 때만 어색하지 커다란 불편은 아니다.

방향지시등 조작레버는 오른쪽에 있으며 와이퍼조작레버는 왼쪽에 있다. 이것은 불편했다. 내 차는 유럽식이라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레버는 왼쪽에 있으며 기어조작레버는 오른쪽에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여러 번 실수했다. 방향지시등을 조작한다고 했으나 와이퍼가 연신 움직이고 와이퍼를 조작하면 방향지시등이 켜졌다.


일본은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으며 왼쪽차선을 달리는 좌측통행이다. 영연방국가들 통행방식과 같아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도 좌측에 사람들이 서있고 급하게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뛰어 올라간다.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듯 좌측운전대, 우측통행처럼 레인 중간을 달린다고는 했지만 차가 왼쪽에 붙는다. 익숙해지기까지 연신 사이드미러를 확인해야 하니 조심스럽기도 하고 여유 있게 운전을 하지 못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한국차 방향지시등이 어디에 있더라?’ 헷갈리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이 아무래도 낫기에 주로 예비사위가 운전했다 좌측통행 초보자들이 그나마 덜 당황스러웠던 것은 전체적으로 속도가 느린 덕이다. 시내에서는 4~50Km, 고속도로는 80Km다. 게다가 운전습관이 점잖아 클락션소리 없으며 깜빡이 넣으면 모두 양보한다. 나고야는 운전을 험하게 한다는데 매우 얌전하고 젠틀하다. 좌측통행 초보자들이 운전하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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