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외 5명著, 서해문집刊
이제는 나이 먹는 것이 싫어도, 감추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노인이 되었다. 정년퇴직 후 후배들에게 원로대접을 받으니 다녔던 직장에서도 노인이 되었고, 손녀 돌보는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가정에서도 노인이 되었으며, 경노우대증이 발급되었으니 국가공인 노인이기도 하다.
노인이 되니 장단점이 있다. 힘들고 신경 많이 쓰는 일은 아이들이 해준다. 항상 어설프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제법 믿음직하다. 내 눈에는 어려 보여도 큰아이는 벌써 10년 차 직장인이니 회사에서도 전문가소리를 들을 때다. 아이들 덕분에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에서 자유로워졌다.
나이 들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을 타도 경로석에 앉지 않는다. 앉아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체력이 되는 것도 이유지만 나보다 연배가 더 되시는 분이 앞으로 오면 일어나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 사회적으로는 노인이 되었으나 준비되지 않은 탓에 정신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신세다. 책 보고 공부해야겠다.
머리말: 호모 헌드레드 시대, ‘꼰대’에서 ‘꽃대’로
이 책은 ‘노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나와 소통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 자기 교육으로서의 배움과 세대 간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의 시대, 노년기에 맞게 될 ‘관계 2막’을 고민하며 삶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책을 권한다. 우리가 살면서 선택한 행동들이 지금의 나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 또한 만들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새로운 노인문화를 고민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인문학적이면서도 실제적인 고민거리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희진(여성학 연구자): 노인은 누구인가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계급적 개념이자 범주이며 지식인이자 정치인, 재벌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노인으로 불리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식인이나 소위 좌파는 나이 들어도 노인으로 불리지 않고 자신을 노인으로 정체화하지도 않기 때문에, 노인 담론은 풍요롭지도 못한 실정입니다. 한마디로 노인은 ‘흑인,’ ‘여성’,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종으로 간주합니다.”
김태형(심리학자):너무 많이 아픈 한국의 노인들
현 노인세대의 불행이 지배집단에 순종하고 개인주의적으로만 살아왔던 삶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돈으로 자기 평가를 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노인을 더 절망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노인들은 결코 약한 게 아니라 아프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인 세대는 아파요. 굳이 정의하자면 약한 게 아니라 아파요. 오죽하면 자살률이 그렇게까지 높겠습니까? 자기가 너무 아프면 다른 사람을 돌아볼 수가 없어요.’
장회익(물리학자): 노년이라는 기적의 ‘블랭크’
평생 즐겁게 공부해 온 그에게 노년은 삶과 생명에 대한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세계에 있는 존재이며 나는 어떤 자세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낙엽이 떨어지니 세상이 보입니다. 쓸데없는 것이 떨어지니 소중한 것만 남는 것이지요.’
남경아(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단장): 100세 시대, 일과 삶의 재구성
5~60대 시기가 청소년기처럼 새로운 탐색을 거쳐야 하는 기간이 되었고, 일자리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 일자리라기보다는 일거리, 일감을 찾는 게 중요해요. 여성이든 남성이든 퇴직을 한 후에 갖는 일은 전반기 일의 개념과 달리 하나의 직업에 올인하지 말고 다양한 일거리, 일감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유경(사회복지사): 마흔에서 아흔까지, 내 곁에 이 사람
그는 노년에 관계 맺기를 잘하면 부유하지 않아도 풍요로운 후반부 삶을 맞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르신들의 관심의 방향을 밖으로 틀기만 하면 젊은이들보다 훨씬 상대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래 살아온 경험 덕분에 말 안 해도 알고 표정만 봐도 아시는 거죠. 그래서 상대방의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고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로 관심의 문을 열면 인간관계가 그리 어렵게만 느껴지진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