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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행복의 기원(3) (서은국著, 21세기북스刊)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먹을 때와 대화할 때

by 물가에 앉는 마음

서은국교수가 행복은 생존과 관련된 본능이라고 과학적인 주장을 해도, 마음먹기 나름이고 이성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서 교수의 주장에도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마무리 하려한다. 서머리 하느라 흥미 있는 내용을 소개하지 못했지만 본 내용은 재미있다.


chapter7 ‘사람쟁이’ 성격

나는 왜 이 모양으로 살고 있는가? 부모를 잘 만나서 혹은 대학전공 때문에 등등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린다. 조금씩은 관련이 있겠지만 무엇을 하며 어떤 인생을 사느냐를 결정하는데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성격이다. 성격에 따라 친구를 고르고 직업을 선택하고 주말에 무엇을 하느냐 결정한다. 현재의 나는 상당부분 이런 선택이 누적된 결과이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내면의 성격보다 바깥세상의 것들이 잘 보이며 겉으로 드러난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 고급차에서 내린 사람이 행복해 보이면 고급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가 행복한 원인은 차가 아니라 성격일 확률이 높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웃을 사람이다.

행복의 원인은 ‘유전, 더 구체적으로 외향성’이다. 학계의 정설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50%는 유전과 관련 있다고 본다. 매우 큰 수치다.

생후 3주 만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남자 쌍둥이는 30년 넘게 따로 살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유사성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혼한 전처의 이름(린다), 아들의 이름(앨런), 반려견 이름(토이), 직업(보안관), 싫어하는 스포츠 (야구), 좋아하는 맥주 (밀러), 자주 가는 휴가지 (플로리다 특정해변)까지 완벽히 일치했다. 이 쌍둥이의 행복수치는? 물론 매우 비슷했으니 유전의 힘은 강력하다.


인간이 가진 모든 신체적, 심리적 특성은 유전자와 관련 있다. 키, 얼굴형, 지능, 취침시간까지. 무수한 특성 중 행복과 특히 연관성이 높은 것은 무엇일까? 외향성으로 외향적인 사람은 유난히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사람을 찾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극을 추구하며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데 초점을 둔다. 외향성은 ‘사람쟁이’ 성격이다. 그러면 선천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도 타인과 있을 때 행복할까? 예상과 달리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보다 누구와 함께 있을 때가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 단지 내향적인 사람은 상대방이 싫어서가 아니라 불편하고 사회적 스트레스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chapter8 한국인의 행복

개인의 뜻대로 선택하고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서구와 달리 집단이 개인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고 수용치 않으면 이기적이라는 낙인을 찍는 한국, 일본, 싱가폴은 ‘행복부진’국가의 대표적 예이다.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 소득 높은 북미 유럽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개인주의 문화 덕이다. 반대로 개인주의가 부족한 한국, 일본, 싱가폴은 경제발전을 이룩해도 상응하는 행복감이 낮다.


개인주의 문화의 장점은 심리적 자유다. 집단주의 문화는 목표가 생기면 무서운 응집력을 발휘해 수만 명이 축구응원을 하고 국가경제 위기 때는 금을 모으나 만성적 긴장과 피로를 수반한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수직적 서열이 조재하고 자기 몫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자기 몫을 하지 못하면 주변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타인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타인 중심적 생각은 행복성취의 걸림돌이 된다.

조직의 결속을 위해 회식에 참석해야 하고 회식예의는 이미 정해져 있다. 회식뿐 아니라 매사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렇게 우리는 평생 정답 찾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이런 획일적인 사고는 행복에 큰 타격을 준다. 마치 행복에도 정답이 있고 , 좋은 대학 간판, 대기업 명함, 높은 연봉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못하면 ‘행복 시험’에서 낙제한 것 같은, 불행한 삶이라는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자아의 많은 부분이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 한국 사람들은 잘못하면 타인에게 삶의 주도권을 내어주게 되며 세상을 나의 눈으로 보기보다 남의 눈으로 보려 한다.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스트레스다. 이를 통찰한 알베르 까뮈는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라.’했다.


chapter9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영국의 논리학자 오컴의 이름을 딴 ‘오컴의 면도날’은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필요이상의 가정과 개념을 면도날로 베어낼 필요가 있다는 권고로 쓰인다. 최근 심리학에 등장한 진화생물학적 견해는 이 역할 을 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는 피라미드 모양의 위계적 단계를 이뤄 가장 아래의 생물학적 요구가 채워져야 상위욕구에 관심이 생긴다는 매슬로우의 이론에 대해 심리학자들이 철학적, 도덕적 이유로 장황한 설명을 했으나 진화생물학적 해석이 간명하게 만들었다. 금강산 구경(자아성취)을 위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식욕, 성욕 등 본질적 욕구를 채우는데 도움이 되기에 금강산 유람을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아성취와 마찬가지로 행복에 대한 논의들이 필요이상으로 거창하고 추상적이다. 오랫동안 철학자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복은 가치나 이상, 도덕적 지침이 아니라 레몬의 신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쾌락적 즐거움이 그 중심에 있다. 쾌락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뒷전에 두고 행복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이냐, 행복한 삶을 살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 둘은 같지 않고,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삶의 선택과 관심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선택이 남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는지 신경 쓰게 되면 역풍을 맞기 시작한다. 이런 사고는 쾌락적 즐거움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천문학자가 되려다 수능점수가 잘 나와 의대 가는 학생, 한국에서 흔한 현상이다. 사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며 명분에 행복을 양보하는 습성에 익숙해진 것이다. 행복을 파는 정육점에 비유하면 시중의 고기는 기름이 너무 많아 오컴의 칼날이 필요하다. 기름을 제거하면 행복의 살코기로 남는 것은 주관적인 즐거움과 기쁨이다.


한국인의 일상을 조사한 연구를 보니 하루에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먹을 때와 대화할 때 였다.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음식,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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