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인간은 지능이 높을 뿐 타조나 숭어나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100% 동물’이라는 전편의 정의에 조금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이 정의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니 이해하며 읽어야 한다.
chapter3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아침에 해가 떴다. 우리를 따뜻하게 하고 꽃을 피우기 위해 뜨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법칙에 따라 지구가 자전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관점에서는 우주의 모든 것이 이유와 목적이 있는 것이다. 자연의 그 어떤 것도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품고 있다고 생각 한 목적론적 사고의 원조는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관 또한 목적론에 가까워 삶이란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으로 보았다. 아침식사는 출근하기 위해, 출근은 돈을 벌기위해, 돈은 행복해지기 위해 버는 것이니 인간행위의 종착점을 행복으로 봤다.
현재의 행복연구는 ‘행복이 최고의 선’이라는 기초 위에 이루어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행위는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 생각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개인적 견해이다. 견해와 사실은 다르다,
인간이 우주의 특별한 존재라는 오만에 지동설이 한방을 날렸다면 아리스토텔레스에 KO펀치를 날린 것은 다윈의 진화론이다. 인간은 지구에서조차 특별한 존재가 아닌 자연의 법칙을 따라 존재하게 된 생명체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과 다윈의 진화론은 견해와 사실이란 차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다윈, 중요한 대립이자 갈림길이다. 행복을 어디에 대입시켜 논하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결론이 나온다. 대부분의 행복학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를 선택했지만 이 책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적 시각으로 행복을 보려 한다.
창의성, 도덕성 같은 인간만의 특징으로 다른 동물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만 스탠포드대학 심리학박사 밀러는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라고 봤다. 피카소는 그림에 바흐는 음악에 생을 바쳤지만 이런 행위가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악보가 사자와 추위를 막아주지 못한다. 그럼 창의적 노력이 담긴 본질적 의미나 목적은 무엇일까? 상당부분은 짝짓기를 위한 것이라고 진화심리학자들이 내놓은 답변이다.
chapter4 동전탐지기로 찾는 행복
인간의 신체적 모습, 생각, 감정은 우연히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생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보유하게 된 특성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라는 감정은 생존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또 무엇을 위해 행복감을 느낄까?
강아지는 신문을 물어다주고 주인이 원하면 두 발로 서는 묘기를 보여준다. 철없는 주인이 뭔가 기막힌 재주를 가르치고 싶어 서핑을 택한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새우깡을 이용해 원하는 행동(서핑)을 이끌어 내 강아지는 결국 서핑을 하게 된다. 여기서 새우깡은 서핑을 유도해내는 자극, 심리학에서는 ‘강화물’이라 한다. 새우깡을 먹을 때 뇌에서 유발하는 쾌감 혹은 즐거움 때문으로 강아지는 이 쾌감을 느끼기 위해 계속 새우깡을 원했고 서핑을 하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내 생각에 개에게 사용된 새우깡 같은 유인책이 인간의 경우 행복감이다. 개가 새우깡을 얻기 위해 서핑을 배우듯 인간도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한다. 음식을 먹을 때, 데이트를 할 때, 손을 녹일 때 ‘아 좋아, 행복해’라는 느낌을 경험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사냥을 나가고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인간이 행복감을 왜 느낄까? ‘생존과 번식이다.’ 모든 것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최종 목적은 생존이다. 행복은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캘리포니아 해변에 동전탐지기로 귀중품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동전탐지기의 ‘삐’ 소리를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바꾼다면? 한발 더 나아가 음악대신 뇌에 미세한 쾌감을 준다면? 주객이 전도되어 동전을 찾기보다는 쾌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모든 인간의 감정은 즐겁다, 좋다 등의 행복을 느끼는 긍정적 정서, 슬픔 두려움 등의 불쾌를 느끼는 부정적정서 둘 중 하나로 구분된다.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데 많은 현대인들의 삶이 행복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유가 쾌락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왜 모든 동물들은 쾌와 불쾌의 잣대로 경험을 나누는 것일까? 생존과 밀접한 결정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다. 뱀, 절벽, 사기꾼은 불쾌의 감정을 유발하여 위험하니 피하라는 메시지를 뇌에 전달한다. 감정은 어떤 매체보다 즉각적이고 강력하며 효율적이다.
chapter5 결국은 사람이다.
왜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생존, 즉 포식자가 있는 한 모든 동물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생존확율이 높아진다. 짝짓기, 포유류는 혼자 유전자를 남길 수 없고 생존을 못하고 짝짓기 못하는 동물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현대인은 맹수나 배고픔에서 자유롭지만 여전히 짝짓기는 절대적인 생존과제로 남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뇌 과학자가 큰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위해 설계되었을까?’ 일평생 연구를 토대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다.’ 뇌의 최우선과제는 남을 설득하고, 속이고, 속마음을 이해하는 등 사람간의 복잡 미묘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기 위해 뇌가 발달해 부산물로 인공위성을 띄우고 힉스입자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인간은 진화하면서 집단으로부터 소외나 고립은 죽음을 의미했으므로 연인이나 친구들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았다. 그러한 유전자를 받았고 ‘사회적 생존 비법’을 전수받았다. 패키지 내에는 ‘고통’이 있다. 고통을 경험하지 못하는 동물은 오래살수 없다. 다리에 박힌 못이 아프지 않다면 치료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다. 생존에 위협을 주는 작은 불씨를 미리 끄는 일종의 호루라기 소리가 고통이다. 연구에 따르면 다리가 잘리는 고통과 집단에서 따돌림 당하는 사회적 고통은 같은 뇌 부위에서 발생한다.
생존패키지내의 두 번째 내용물은 ‘쾌감’이다. 고통과 같이 부정적 경험이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면, 긍정적 정서의 기능은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오래 생존하지 못하는 것처럼 쾌감을 상실한 동물 또한 문제가 생긴다. 먹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은 도태되었기에 탐욕스러울 정도로 먹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들이 살아남았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확보해야 했던 또 하나의 절대적 자원은 사람이다. 먹는 쾌감을 느껴야 음식을 찾듯 사람을 만나야 ‘사회적 영양실조’가 해소되는 쾌감을 느낀다. 승진을 하게 되면 기쁘고 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들의 축하와 인정 때문이다.
chapter6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내 인생에 무엇이 있어야 행복할까? 대부분 돈, 명예, 건강 등 몇 개의 범주 안에 답이 있다고 믿어 많은 것을 거기에 투자한다. 하지만 학자들이 30년간 연구했던 총체적 결론은 ‘행복이 외적인 조건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착각이다.’ 돈, 건강, 종교, 학력, 지능, 성별, 나이들을 고려해도 행복의 개인차는 10~15%밖에 되지 않아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는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차이가 아니다. 10%밖에 관련되지 않은 이러한 조건들을 얻기 위해 인생 90%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돈을 벌기위해
복권당첨 같은 대단한 사건도 지속적인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놀랍도록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행복에 영향을 주는 기간은 약 3개월이었다. 시간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생각보다 빨리 지운다. 감정의 또 다른 특성은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극단적인 경험을 한번 겪으면 감정이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해 그 후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복권 당첨 같은 일확천금의 경험은 장기적으로 보면 저주가 될 수 있다. 복권당첨후의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이전 같은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커다란 자극의 후유증이다.
돈 이외에 여러 ‘인생자원’이 있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논리는 모두 비슷하다. 아프리카 코뿔소 뿔을 찾는 극성스러운 동양인, 성형외과에는 인생역전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넘친다. 건강하고 예쁜 사람이 행복하다면 운동선수와 연예인은 늘 행복해야 하지만 그들도 울고 좌절하고 심지어 자살도 한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유학시절 지도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 하다.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아이스크림만은 녹지 않을 것이란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