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문학이다(2) (윤홍식풀어씀, 봉황동래刊)
오늘은 윤홍식씨가 풀어쓴 채근담 중에서 우리들이 취해야할 주요 문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채근담은 처세의 지침서로도 알려져 있는데 아래에 나열된 33가지 문구들을 보면 타인에게는 양보하고 배려하며, 자신에게는 엄격하여 교만하지 말며 사치와 향락을 멀리하며 수양에 힘쓰고 담담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1. 道와 德에 머물며 이를 잘 지키는 자는 잠시 처량할 뿐이며, 권력과 세력에 의지하고 아첨하는 자는 만고가 처량하다. 통달한 사람은 사물 밖의 물건을 보며, 이 몸뚱이 뒤의 몸뚱이를 생각하며, 차라리 순간의 적막함을 받을지언정 절대로 만고의 처량함을 취하지 않는다.
2. 세상을 건너는 것이 얕을수록 오염되는 것이 얕으니, 일을 경험함이 깊을수록 그 술수 또한 깊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능숙하기보다는 질박하고 노둔하기를 원하며, 세세한 것을 따지며 신중하기보다는 차라리 소탈하고 광오하기를 원한다.
3. 군자의 마음 씀은 푸른 하늘이나 밝은 태양과 같게 하여,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군자의 뛰어난 재주는 옥을 감추고 진주를 감추듯이 하여, 남들이 쉽게 알아차리게 해서는 안 된다.
4. 권세와 이익, 화려함을 가까이하지 않는 자는 순결하다. 그러나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자는 더욱 순결하다. 모략과 술수를 모르는 자는 고상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쓰지 않는 자는 더욱 순결하다.
5. 귀에 늘 거슬리는 말이 들려오고 마음속에 늘 어긋나는 일이 있는 것은, 모두 덕에 나아가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된다. 만약 말마다 귀를 즐겁게 하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하면 이 생명을 붙잡아 짐새의 독 속에 파묻는 것과 같을 것이다.
6. 거센 바람과 사나운 비는 새들도 불안하게 하고, 비가 갠 뒤의 밝은 태양과 맑은 바람은 풀과 나무도 기쁘게 한다, 이로부터 천지에는 단 하루라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며, 사람의 마음에는 단 하루라도 기쁜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7. 단술과 기름진 고기 맵고 단맛이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 맛은 오직 담백할 뿐이다. 신기한 재주를 지니고 남다른 능력을 지녀야 지극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극한 사람은 오직 평상적일 뿐이다.
8. 하늘과 땅은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기운의 작용은 조금도 정체되는 법이 없다. 해와 달은 밤낮으로 달리고 있으나 그 광명함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한 때에도 집중된 마음이 있어야 하며, 바쁜 경우에도 한가한 맛이 있어야 한다.
9. 깊은 밤 사람들이 잠들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마음을 관조하노라면, 망령된 마음이 다하고 ‘참마음’이 오롯이 드러남을 비로소 깨닫게 되니, 매번 이 가운데서 큰 맛을 얻게 된다. 참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망령된 마음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되니, 또한 이 가운데서 큰 부끄러움을 얻게 된다.
10. 은혜로움 속에서 재앙이 생겨나니, 뜻대로 잘 될 때 반드시 빨리 자신을 반성해 봐야 한다. 실패 헸을 때 혹 도리어 공을 이루기도 하니, 뜻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손을 놓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11. 명아주를 먹고 비름나물로 창자를 채우는 자는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정결함을 귀중히 여기나, 비단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자는 종처럼 굽실거리고 노비처럼 비굴한 얼굴을 하는 것을 달게 여긴다. 대게 담박한 삶을 살면 뜻이 광명해지며, 기름지고 단 것을 좇으면 절개를 잃게 된다.
12. 살아서는 마음자리를 관대하게 열어놓아 사람들로 하여금 불평의 탄식이 없게 해야 한다. 죽어서는 그 혜택이 오래도록 흐르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게 해야 한다.
13. 좁은 길,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양보하여 남이 걸을 수 있게 해 주고, 맛있는 음식은 1/3덜어서 남에게 양보하여 맛보게 하라.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고의 안락한 법이다.
14. 인격을 만듦에 아주 고약한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세속적인 감정을 털어 버릴 수만 있으면 명사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 학문을 함에 아주 많은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물욕을 덜어 버릴 수만 있으면 성인의 경지로 초월할 수 있다.
15. 벗을 사귈 때는 늘 30%의 의협심을 가져야 하며 인격을 만들 때는 늘 한 점 참마음을 보존해야 한다.
16. 총애를 받고 이익을 얻는 것은 남보다 앞서지 말며, 덕을 밝히고 공을 세움에 있어서는 남보다 뒤쳐져서는 안 된다. 보수를 받을 때는 분수 밖을 벗어나서는 안 되며, 행실을 닦을 때는 분수 안으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
17. 세상살이에서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고귀한 것이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한 걸음 나아가는 바탕이 된다. 대인관계에서는 조금 관대한 것이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을 이롭게 하는 토대가 된다.
18. 세상을 뒤덮는 위대한 공로도 ‘자랑’ 한 글자를 당해 내지 못하며, 하늘을 가득 채운 죄과도 ‘참회’ 한 글자를 당해 내지 못한다. 위대한 공로를 자랑하기 시작하면 위대한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변하게 되며, 죽을 죄를 지어도 참회한다면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변하게 된다.)
19. 훌륭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를 홀로 차지하려 하지마라. 조금이라도 남들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해로움을 멀리하고 몸을 온전히 할 수 있다. 그릇된 행실과 더러운 이름을 온전히 남에게만 미루어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끌어 들여야만 자신의 빛을 갈무리하여 덕을 배양할 수 있다.
20. 모든 일에서 여유를 두고 가득 채우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느님도 나를 꺼려하지 않으며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한다. 만약 반드시 일이 완벽해지기를 구하고 반드시 공이 가득 차기를 구한다면 안에서 변고가 생겨나거나 밖에서 우환이 닥칠 것이다.
21. 가정에 참된 “부처”가 있으니 일상생활에 참된 ‘도’가 있다. 사람이 능히 마음을 정성스럽게 하고 기운을 조화롭게 하여 안색을 기쁘게 하고 말을 부드럽게 하며, 부모와 형제간에 몸을 둘로 보지 않고 마음과 기운을 교류하면, 호흡을 고르게 하고 마음을 관조하는 것 보다 만 배는 뛰어나다.
22. 움직이는 것만을 좋아하는 자는 구름속의 번개,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고요한 것만을 즐기는 자는 불 꺼진 재, 말라죽은 나무와 같다. 마땅히 고요한 구름과 잔잔한 물과 같으면서도 그 속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도약하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 이래야만 도를 지닌 자의 마음이다.
23. 남의 ‘악’을 책망할 때는 너무 엄격하게 하지 말아야 하니, 상대가 감수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남을 ‘선’으로 가르칠 때는 너무 높게 인도하지 말아야 하니, 상대가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24. 굼벵이는 지극히 더러우나 변화하여 매미가 되며,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신다. 풀은 빛이 나지 않으나 변화하여 반딧불이 되어, 여름 달밤에 광채를 낸다. 청결한 것은 늘 더러운 것으로부터 나오며 빛은 늘 어둠으로부터 생겨난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25. 잘난 체하고 뽐내는 것은 ‘객쩍은 혈기’가 아닐 수 없으니, 객기를 항복시킨 뒤라야 ‘올바른 기운’이 퍼질 수 있다. 감정과 욕망 그리고 알음알이는 모두 ‘망령된 마음’에 속하니, 망심을 모두 소멸시킨 뒤라야 “참마음”이 드러난다.
26. 마구니를 항복시키려는 자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항복시켜야 한다. 마음이 항복하면 자연히 마구니는 물러난다. 난폭함을 제압하려는 자는 먼저 자신의 ‘기운’을 제압해야 한다. 기운이 화평해지면 바깥의 난폭함이 침범하지 못한다.
*마구니: 마귀가 아니라 번뇌, 망상에 가깝고 불교에서는 자신이 만들어낸 나쁜 생각, 갈등을 유발하는 나쁜 생각을 말한다.
27. 마음자리가 청정해진 뒤에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한 행실을 보면 그것을 훔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선한 말을 들으면 그것을 꾸어다 자신의 단점을 가린다. 이것은 또한 도적에게 무기를 빌려주는 것이요. 도적에게 식량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28. 악을 저지르고 남이 알까 두려워하는 것은 악한 가운데 ‘선의 길’이 있는 것이며, 선을 행하고 남이 알아주는 것에 연연하는 것은 선한 자리에 ‘악의 뿌리’가 있는 것이다.
29.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길은 매우 넓어서 조금이라도 여기에 마음을 노닐게 하면 가슴이 광대해지고 두루 밝아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의 욕심을 따르는 길은 매우 좁아서 여기에 발을 내딛기만 하면 눈앞이 모두 가시밭길과 진흙탕이 되어 버린다.
30. 마음을 비우지 않아서는 안 되니 텅 비어야 ‘의리’가 와서 머문다. 마음은 가득 차지 않아서는 안 되니 가득차야만 ‘물욕’이 침입하지 못한다.
31. 귀와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은 ‘밖의 도적’이다. 감정과 욕망과 알음알이는 ‘안의 도적’이다. 다만 ‘주인옹’이 홀로 집 가운데 앉아 있되 또랑또랑 깨어 있어서 어둡지 않으면 도적들이 곧장 변화하여 집안 식구들이 될 것이다.
32. 한 생각 일어나는 자리에서, ‘욕망을 따르는 길’로 가는 것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즉시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길’로 오도록 끌어당기게 된다. 한 번 일어나면 곧장 알아차리며 한 번 알아차리면 곧장 전환된다. 이것이 바로 재앙을 축복으로 만드는 것이며 죽을 자리에서 살아 돌아오는 요령이다. 진실로 가벼이 무시할 것이 아니다.
33. ‘덕’은 그 ‘도량’에 따라 진보하고, 도량은 그 ‘식견’으로 말미암아 자라난다. 그러므로 그 덕을 두텁게 하고 싶으면 그 도량을 넓히지 않으면 안 되고, 그 도량을 넓히고 싶으면 그 식견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