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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쓸데없는 일이 커졌다.

불꽃놀이 예쁘지요?

by 물가에 앉는 마음

집사람 말에 의하면 저는 ‘참으로 쓸데없는 일’을 잘 벌린답니다. 취미인 낚시조차도 남들은 바다낚시 해서 횟감도 잡아온다는데 저는 먹지 않는 민물붕어만 낚으러 다니면서도 잡는 것보다 찌올림이 어떠니 하니 참으로 영양가가 1도 없답니다. 이번에 책 만드는 일도 印稅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돈 내서 회사이름 들어간 제목의 책 만들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만을 위한 행복이라는 거죠. 이 또한 ‘참으로 쓸데없는 일’임과 동시에 무척 이기적이고 마이너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란 점에서 집사람 말을 완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집사람이 최근 ‘사람 성격은 고치는 것이 아니니 연애하고 결혼할 때 잘 골라야 한다.’는 진리를 터득했는데 환갑을 맞이한 불치성격의 남편을 버릴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질기고 고집 세고 무뚝뚝한’ 저도 진화하고 적응해 발간 비용을 두말 않고 쾌척한 집사람 이야기도 가끔 맞는다고 하는 유연성을 배웠습니다. 기업이나 개인도 변화와 혁신은 힘들지만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책 만들기 전부터 출판과 불우이웃돕기를 병행해야 겠다는 계획이 있었으나 모든 계획은 어긋나는 것이 정상이며 이런 것이 살아가는 묘미인지 모릅니다. 100권의 책을 회사에 기증하면 회사는 매칭그랜트로 100권을 추가구입하고 이를 팔아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하는 것이 원안이었습니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았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으니 훌륭한 계획입니다. 또한 불우이웃돕기라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니 저도 좋고 회사도 좋은 계획이라 생각했는데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겹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계획을 조금 바꿔 평소 불우이웃돕기를 잘 하실 것 같은 분들에게 사연을 적은 메모와 함께 책을 보내드리기 시작하자마자 우려했던 일이 벌써 생깁니다. 오지랖이 넓은 것은 아닌데 배송지를 정리하다보니 계획했던 100권을 넘어 200권이 넘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받지 못한 후배님들이 불평할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사외에 계신 분들과 선배님들 위주로 배부하다보니 생긴 일이니 후배님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난감한 일이 또 생겼는데 돈 봉투 여러 개와 선물이 들어 온 것입니다. 누구는 출판기념비용이라 하고 누구는 불우이웃돕기 비용이랍니다. 제가 귀찮아 불우이웃돕기 책임을 회사에 넘기려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개인에게 넘겼는데 카운터펀치가 되어 날아왔습니다. 이래서 세상을 얍삽하게 살면 안 되고 순리대로 살아야 되나 봅니다. 예전 사무실 환경미화를 담당하셨던 사모님께서는 수제 한과를 주셨는데 이는 저를 포함하여 나주에 내려와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는 독거노인들이 나눠 먹었으니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 셈입니다.


점차 일도 커지고 판도 커지고 있습니다. 출간계획을 알고 있는 몇몇 분들과 나주에 있는 조그만 주막(주막집 상호가 정겹게도 삼거리 주막입니다.)에서 모듬전에 막걸리 한잔 하며 출판기념회를 하기로 했습니다만 책을 배부하자 동료와 후배님들이 판을 키워 출판기념회를 열자고 합니다. 정치인들 출판기념회는 선거출정식을 겸하거나 정치헌금을 걷는 기회로 삼지만 저야 그럴 일이 없으니 지인들이 모여서 저녁 먹는 자리를 만든답니다. 제 성격을 아는 후배님이 강제성 없는 모임, 강매 없는 책자 판매를 공지 했으니 소위 ‘자기 돈 내고 자기 닭 잡아먹는’ 행사라 했으나 판이 커진 거지요.

책이 시판되기 전인데도 책 만든 사람에게 최고 선물은 책을 사주는 것이라 하여 출판사에서 출고 대기 중인 책을 급하게 고속버스로 받았습니다. 자기 닭 잡아먹는 모임이나 플래카드도 만들고 축하용 팥시루떡과 꽃다발도 준비했습니다. 책에 서명도 하고 인사말도 했는데 인터넷보고 식순을 만들었답니다. 뷔페의 한 칸을 빌려 행사 준비한 후배님들이 고맙고 서울에서 나주 출장길에 들른 후배님도 감사했습니다.

기념식이 끝날 무렵 바로 옆 호수공원에서 오색 폭죽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후배님들 준비가 대단하지요? 대한민국 거물 정치인들도 불꽃놀이까지 준비한 출판기념회를 해본 적이 없을 겁니다. 모처럼 내린 함박눈으로 설경이 기가 막혔던 2019.01.31일 20시 나주 혁신도시 호수공원 풍경이었는데 이정도면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옆에 앉은 후배님이 말을 전합니다. ‘나주시 주관으로 한전공대를 유치한 기념공연이 개최되는데 상무님 출판기념회가 우선이니 나주시에 기념공연일정을 맞추라 했습니다. 불꽃놀이 예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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