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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 “판”을 바꿔야 하는데

시스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가

by 물가에 앉는 마음

영화 속 한 장면이다. 타짜들이 ‘도박판’을 만들어 먹잇감인 호구들 물색한다. 초반에는 호구들이 돈을 땄지만 밑장빼기, 바꿔치기 등 화려한 기술을 보유한 타짜를 어수룩한 호구들이 당해 낼 수 없다. 호구들이 탈탈 털리려는 찰나 형사들이 들이닥쳐 ‘판돈’ 모두를 압수하고 수갑을 채우지만,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박꾼들이 탈출한다. 시간이 약간 흐른 뒤 ‘도박판’의 호구들과 형사들이 만나 희희낙락하며 전리품인 ‘판돈’을 배분한다. 시작은 ‘도박판’이었지만 ‘사기판’으로 ‘판’이 바뀌니 타짜와 호구들의 처지도 180도 역전되었다. ‘도박판’은 타짜들이 돈을 벌기에 최적화된 ‘판’이고, ‘사기판’은 사기꾼인 호구들이 돈을 벌기에 최적화된 ‘판’이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격의 없이 이야기 할 때 ‘판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동료들과 잦은 술자리로 인해 부부싸움을 하는 친구가 있다. 이건 무조건 남편이 지는 판이다. 오늘은 고교동창을 만나 한잔 기울이지만 집사람에게 뜯길까봐 고민이다. 먼저 결혼한 친구에게 자문을 구한다. ‘너는 괜찮니? 나는 오늘 들어가면 거실에서 혼자 자야 돼.’ 친구가 한심한 듯 쳐다보며 말한다. ‘야 임마, 집사람을 바꾸지 못하면 판을 바꿔.’ 매일 늦는 이유가 술 때문이 아니라 아내의 결혼기념일 선물을 구입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기 위한 야근이고 동료들과 늦은 저녁 먹으며 반주 한잔 했다 하면 남편이 이기는 ‘판’이고 아내는 감동하는 ‘판’이 된단다.(사실 술김에 친구놈 말에 동의했지만 그렇게 허술하게 이야기하면 속는 아내는 없을 듯 하고 괘씸죄에 걸려 가중처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처럼 기존에 생각했던 관념을 뒤집거나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어려울 것 같은 경우 ‘판’을 바꿔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판을 바꿔야 한다.’하면 화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대충 알아듣는다.

전라도 지방에서 ‘거시기’의 의미는 100만개 이상이라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판’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해 ‘사람’을 교체하는 것도 판을 바꾸는 것이고. 제도를 수정하는 것도 ‘판’, 의식을 바꾸는 경우에도 ‘판’을 바꾼다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협상을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이기려면 ‘판’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상황’으로 대체해 사용했을 수 있다. ‘경쟁 중심의 교육이 아닌 창의력과 인성 위주의 교육을 위해서는 판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교육 패러다임, 즉 기존의 교육시스템,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미래사회의 교육에 대한 기대 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니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하겠다.



시스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가

성장하려면 성장하기 위한 시스템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지속적인 진화를 해야 한다. 창업하면 돈을 벌기 전에 이미 기본적으로 성장의 한계가 정해진다. 그것을 시스템의 태생적 한계라 한다. 시스템의 한계는 시스템 내에 있는 사람, 자본, 기술, 사업모델이 맞물려 있다. 열심히 일하면 10억 원의 매출달성이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 졌다면 그 이후부터 아무리 열심히 해도 10억 원을 넘기기 어렵다.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2020미래비전(우리 회사는 비전2025)을 강조하고 있으나 10배 노력 하면 10억 매출이 100억 매출이 될 것인가? 아니다. 10악 매출 시스템으로 10배 노력을 하면 기업은 망가지고 직원들은 힘들어 떠나 회사는 문 닫는다. 100억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쳐야 한다. 조직문화도 바꾸고, 그것에 맞게 직원역량도 배양해야 100억 매출이 가능해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장충체육관을 지어주고 농업기술을 전수해줬던 필리핀과 우리나라의 처지가 바뀌었다. 우리는 시스템 변혁에 성공했고 필리핀은 시스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담한 미래 (최윤식著, 지식노마드刊)


단도직입적으로 우리나라도 ‘판’을 바꿔야 한다. 아니 ‘판’을 바꿔야 생존할 수 있다. 교육의 ‘판’만 바꿀 것이 아니라 그간 문제 많다고 지적되어온 모든 분야의 ‘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누적되어온 문제는 풀릴 것인가? 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불 문턱에서 한국축구처럼 헛발질만 해 대는 것일까?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부분적인 개선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어설프게 손댄 마이너한 개선은 누적된 문제를 오히려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데도 담당자들은 개혁하려 들지 않는다.

깔봤던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거대시장을 발판으로 전통 제조업분야에서는 우리나라를 추월한지 오래다. 원전, 우주, 고속철 등 우리나라보다 첨단 산업에서도 앞서고 있고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눈부신 약진을 하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도 4G를 건너뛰고 5G구축에 나선 중국에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고 우리나라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은 무엇인가? 과연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이 있기나 한 것인가?

한때 세계 시장규모가 500조원이며 우리나라의 차세대 사업이 될 것이라며 원자력발전소 해체사업이 이슈가 된 적이 있으며 현재 진행형이다. 추정금액 500조원 세계시장은 팩트다. 하지만 500조원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몫은 과연 몇 조원일까? 언론과 학계에서 따져 보았는가?

중요한 것은 세계시장규모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몫이 얼마인가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일본은 2020년부터 4지선다형 시험을 폐지하기로 했는데 ‘학력’과 ‘생각하는 힘이라는 두 개의 가치관 중에서 ’생각하는 힘‘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문부과학성은 ’학교가 길러줘야 할 3가지 힘‘을 제시 했는데 ’과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협력하여 일하는 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 창의적인 사고력을 배양‘하라는 지침을 제시했다. -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손화철著, 북바이북刊) -

일본이 주입식교육에서 창의성개발로 교육패러다임을, 소위 교육의 ‘판’을 바꿨다. 우리도 주입식, 암기식교육 문제점을 알고 있고 몸소 겪었으면서도 ‘내 자녀가 졸업한 이후의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것은 왜일까?’ ‘판’을 바꿔야 의식도 바뀌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나 막상 ‘판’을 바꾸려 하니 거부한다. 기득권층에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에 대한 본능적이고도 자연스러운 거부반응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할 홍역이다.


국민소득, 한국교육의 문제는 위정자들이 ‘판’을 바꿔 해결할 것이고 범위를 좁혀 우리 회사도 ‘판’을 바꾸는 것이 맞는 것인지? 기존의 ‘판’을 고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판’을 바꾸는 것은 혁신을 넘어 혁명과 같으므로 ‘판’을 바꾸기 전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o 매출이 수년째 1.3조원 문턱에서 머물고 있는 원인은

- 정비사업의 한계인가?

- 우리 회사 시스템의 한계인가?

o 2025년 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데

- 적합한 조직인가?

- 4차 산업혁명 관련되는 사업은 신속성이 생명인데 커다란 공룡 같은 우리 회사가 어떻게 하면 다람쥐 같은 민첩성을 가질 수 있을까?

o 창사이후 고속성장을 하다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 고속성장기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업물량이 생겼나?

- 정비시장 민간 개방 후 적극적인 영업활동은 했는가?

- 공기업에서 영업이 필요한가?

- 왜 영업팀이라는 조직은 없는가?

o 이기적인 신세대가 주류가 되었다.

-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의식은?

- 이기적이라고 그들을 탓할 것인가?

- 무조건적인 로열티 강요가 시류에 맞는 것인가?

o 사회 전반 의식이 $우선으로 바뀌었다.

- 돈만 밝힌다고 천박스러운 것으로 치부할 것인가?

- 직원들 의식을 추종하는 것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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