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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 마음을 훔쳐야지

리더가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늘 부족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업무시간 중에 시행하는 교육은 업무와 관련된 행정처리 절차, 기술적인 사항들이다. 업무스킬 이외에 인성이랄까 조직관리 노하우들은 저녁에 반주한잔 하면서 전수된다. 물론 회식도 싫어하고 개인시간을 갖기 원하는 요즘 세대들이 생각할 때는 상사가 술 한 잔 마시고 하는 잔소리이며 지극히 당연한 공자말씀이지만 나는 꼰대라 후배 간부들과 막걸리 한잔마시며 교육하는 것을 좋아 한다. 간부들에게는 주로 리더십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리더가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늘 부족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조직이 잘 되려면 2인자, 3인자가 탁월해야 하는데 여러분들이 당사자들이며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또한, 팀원들을 육성해야 하고 사랑해야 내 조직이 잘되고 나도 잘되는 것이다. 내 것만 챙기고 말이 앞서며 언행일치가 없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니 솔선수범해라. 리더십은 입이 아니라 손발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로 문제 조직을 맡아 구조조정과 리모델링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업무가 많았기에 나와 같이 일하는 간부들은 업무에 관해 굳은 마음을 갖지 않는 한 버티기 어려웠다. 인선 할 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재면 더욱 좋겠지만, 업무능력보다 바른 인성과 끈질긴 근성을 가진 간부들을 선택했다. 나와 같이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버티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반대급부로 본인이 원하는 방향과 본인의 계획보다 빠르게 나아가게 해줬다.

본인 계획보다 빨리 진급하여 사업소로 떠나는 간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봤다. ‘처장님께서 사람 많은데 가야 배울 것이 많다하여 가기는 가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관리해야할 인원이 50명이 넘는데 그렇게 커다란 조직을 관리한 적이 없고 드세기로 소문난 조직입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나도 근무해봤던 사업장이고 당신보다 어린 나이에 50명의 직원들과 같이 일했던 곳이다. 지금처럼 솔선수범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잘 될 거니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라. 미우나 고우나 고객 사무실에는 아무 일이 없어도 하루 한번 방문하여 차를 마시고 오는데 당신은 사교성이 좋으니 문제없을 것이다. 집안단속이 제일 중요한다. 첫 출근 하면 전체 회식이 있을 테니 인사는 그렇게 하고 그 이후에는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삼겹살 구워가며 솔직한 이야기를 해라. 직원들을 분류하여 횡으로 종으로 엮어 펌프, 터빈조별로 저녁을 먹고, 노장파와 소장파 등 계층별로 저녁 먹고, 출신지별로 저녁을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직원들 성향파악이 되고 마음을 훔치게 될 것이다. 100%는 없으니 그런 노력은 하지 말고 70% 정도 직원들 마음을 훔쳤다면 성공한 것이다. 아무리 드세다 해도 2~30% 직원들은 커다란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며 70% 직원들이 80%정도로 불어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므로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공자말씀이지만 실천에 옮기는 간부는 흔치않고 승격하여 우쭐한 기분에 어께에 힘이 들어간다면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직원들은 쉽게 알아차려 마음이 멀어지게 된다. 젊은 층에서는 공자말씀이라 하겠지만 본인이 솔선수범하지 않는 간부를 누가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리더십은 입이 아니라 손과 발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 마음을 훔칠 수 없다. 리더십과 리더의 카리스마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먹을 것과 병력을 풍족히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공은 그중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부터 버릴 것인지 물었다. 공자는 ‘병력을 버려야 한다, 그 다음에는 먹을 것을 버려야 한다. 마지막까지 백성들의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된다.’ 자공이 이유를 묻자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지만 백성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그 나라는 존립하지 못한다.’


정치이야기는 삼가야 하나 잠시 인용하려한다. 박근혜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보수가 궤멸했다. 보수 측에서는 남북화해모드를 이용해 안보장사가 아닌 평화장사를 했다고 하나,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누가 훔쳤는가? 따져봐야 한다. 보수정권하에서 커다란 이슈가 된 미국산소고기와 광우병, 4대강개발과 수질오염, 세월호 사고와 촛불시위가 있었다. 모든 정책에는 功過(공과), 明暗(명암)이 있듯 많은 국민들은 현재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있으며 4대강 주변의 농민들은 홍수와 가뭄을 모르고 산다.

하지만 보수가 몰락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민심을 제대로 훔친 자가 있었는가? 잘못된 일이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설득했다면 민심은 돌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후 야권은 정당의 이념 프레임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이합집산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이다. 신뢰를 저버린 정당/정치집단이 존립가능하리란 생각과 선거에서 이기리라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다.

소집단인 회사, 팀내에서도 같은 상황이다. 손발이 움직여 진심으로 행동 하는 것이 보일 때 직원들 마음이 훔쳐지는 것이고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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