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열정’을 불어 넣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한때 330억 매출을 올리는 등 20년간 황금알을 낳던 공장이 2016년도에는 매출 162억 원으로 반 토막 났고 적자 68억인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2016년 말 부임 후 정원이 10명 감축되었으나 20여명의 직원을 다른 사업장으로 보내고 일부 직원을 받았다. 보직간부 전원을 교체하는 강수도 두었다. 물론 세계경제 및 국내경기 침체로 전력 소비가 줄어들어 발전단가 비싼 가스터빈발전기가 가동을 중지하니 정비물량이 줄어든 외부적 환경변화가 주요 원인이나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고 외부 탓만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와 병행하여 직원들에게는 상황을 설명했다.
1995년 공장가동 이후 적자와 구조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러분들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공장이 살아나려면 매출을 늘려야 한다. 매출은 곧 일자리다. 발전소 가동률이 낮으니 기존사업이외 新樹種事業(신수종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低價受注를 해서라도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노동 강도도 높아지며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일감이 없어 공장이 놀면 감가상각비, 인건비등 고정비용으로 인해 적자폭이 커질 것이나 저가수주라도 하면 매출이 올라가며 적자폭이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을 견뎌야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니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다만 여러분들이 반대하면 저가수주를 하지 않겠다.
세계에너지 전망을 보면 쉐일오일 개발가격이 배럴당 40$선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 안정세가 예상된다. 따라서 석탄가격 또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 불황과 우리나라 불황으로 전기 다소비 산업인 굴뚝산업이 침체되어 있어 가스터빈 가동률은 내년에도 높지 않을 것이다. GT정비기술센터에 찾아온 고비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2018하반기부터 상황은 다소 호전될 것이다. 나는 산업안전상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러분들을 따라 다니면서 잔소리 하지 않는다. 상황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여러분들 판단에 맡긴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식구들이 100명이니 나도 1/100만큼 책임을 지겠다.
사실 구조조정 후일담이지만 5명을 추가로 구조조정 했다면 더욱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로봇이 진행하는 공정도 있지만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공정이 대부분이며 인적규모가 매출과 연계되어 있는데 5명을 추가 구조조정하면 더욱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열정을 다해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성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기간이 길게 이어질 경우 조직 분위기가 침체되어 다수의 선량한 식구들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올해는 특별한 경우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이정도 선에서 그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새로 시작하는 신수종사업, 사업다각화 노력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 가동률은 여전히 낮았고 경영환경은 바뀐 것이 없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새로운 신수종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열정을 갖고 일하되 동료 간에 양보와 배려를 해야 한다.’ 며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개작두 휘두르며 인사조치만 했을 뿐이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이니 당연하게 전임 처장들도 그렇게 했으리라 생각했으나 처음 겪어보는 적자상황이다 보니 당연한 사항을 하지 않은듯 하다.
매출이 좋아지고 있는 데는 한두 가지 집히는 요인이 있기는 하다. ‘위기감’, 공장 설립이후 처음 시행된 구조조정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직원들은 분명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고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바로 내 집에서 불이 나고 있다는 상황인식을 하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구조조정을 했지만 영업조직을 보강할 정도로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전문조직까지 영업일선에 나서 수주 총력전을 펼치는 것을 보고 영업과 매출이 내 일자리보전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공기업 특성상 ‘위기감’을 실감하는 정도는 민간기업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개인적 단견이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는 오로지 ‘직원들 마음’뿐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經營三神중 한분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회장이 일본 정부의 삼고초려로 적자투성이인 JAL 경영을 담당하며 단박에 흑자로 전환시킨 원인도 직원들의 마음에 ‘열정’을 불어 넣은 것 밖에 없었다. 항공사가 적자상태를 탈출하기 위해 신규노선 개발, 적자노선 감축, 신형항공기 투입이라는 고전적 방법은 적자상태인 JAL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대신 이나모리 가즈오회장은 직원들에게 다가가 ‘열정’을 강조한 것인데 나는 GT정비기술센터에서 그 방법을 모방했을 뿐이다. 위기탈출의 주요 요인이 ‘열정’이었다면 나는 GT센터 식구들의 ‘열정’을 존경하며 오래도록 식지 않길 응원할 것이다.
아울러 몇 년째 1조 3천억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회사 전체 매출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무엇이 특효약일까? 신성장 동력을 이끌 신기술 개발도 분명 약이 될 것이나 6천여 식구들이 위기의식을 갖는 것과 그들 마음에 ‘열정’을 불어 넣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나는 웅변가도 아니고 이제 이선으로 물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