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다시, 책은 도끼다(1)

다시, 책은 도끼다(1) (박웅현著, 북하우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책은 도끼다’를 읽고 박웅현씨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다시, 책은 도끼다’가 발간되자마자 큰 기대를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다. 이 책은 저자가 강독회를 통해 이야기 한 것을 정리한 것으로 前作에 비해 Quality가 떨어진다는 주관적인 판단이나, ‘천천히 읽고’, ‘읽는 사람 각자의 주관적인 해석’,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이라는 현실적인 면에서 접근한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우리 집은 주로 ‘집밥’을 먹고 멸치볶음 등 두고두고 먹는 밑반찬을 좋아하지 않기에, 매번 다른 음식을 만들어 내야하는 집사람의 음식솜씨는 ‘후천적수준급’이다. 집사람에게 ‘반찬이 맛있다.’하면 다음날에도 같은 반찬을 만드는데 이상하게 어제 맛있게 먹은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 집사람이 만드는 음식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된다. 前作에 비해 Quality가 떨어진다고 했으나 박웅현작가에 대한 실망은 그 정도의 실망이다. 기대를 하지 않고 먹는 집사람의 ‘집밥’은 언제나 맛있다


저자의 말, 천천히

이 책은 前作과 같은 맥락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느냐?’, ‘나는 어떻게 책을 읽느냐?’ 첫 번째 질문의 답은 ‘풍요로운 삶’이고 두 번째는 ‘천천히’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책은 첫 번째 질문에, 두 번째 책은 두 번째 질문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요즘 같은 광속의 시대에 가장 절실한 것은 ‘천천히’하려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책읽기도 남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읽으려하는 우리는 책이 주는 진짜 가치와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 ‘천천히’는 물리적인 시간뿐 아니라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가끔 읽기를 멈추고 한 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일, 화자의 상황에 나를 대입시켜 보는 일, 그런 노력을 하며 천천히 읽지 않고서는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1강,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

우리에게는 深思(심사), 깊이 생각함이 빠져있는 듯하다. 1년에 100권 이상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심사할 시간이 없고,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한다. 책 속의 지식이 내 것이 되려면 시습, 즉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려는 노력입니다. 양적으로 부족해도 주관적 이성으로 책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소중한 지식이 됩니다.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며 행하라.’ 제1강의 핵심이기도 하다. 느낀 다음에 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자연을 봐야 하는구나,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사소함이 중요한 것이구나 하고 느낀 다음에는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삶 속에서 행함 없이 계속 생각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요. 쇼펜하우어도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혹자는 ‘사색하여 힘들게 알아냈는데 이미 어느 책에 쓰여 있더라. 뒤 따라 가는 것인데 힘들게 사색하지 말고 책 한권 읽는 것이 간단한 것 아니냐?’합니다만 남을 뒤따라가거나 남이 먼저 알아냈다고 해서 허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의 체험은 다른 사람의 체험과 바꿀 수 없는 거니까요. 괴테는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해라.’했는데 지혜의 대부분은 이미 조상들이 남긴 겁니다.


삶이 바뀌는 책읽기, 쇼펜하우어의 생각 ‘우리는 작가의 지혜가 끝날 때 우리의 지혜가 시작됨을 느끼고...’처럼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불교에 ‘心不是佛 智不是道(심불시불 지불시도: 마음이 부처가 아니며 아는 것이 도가 아니다. 즉 생각이 있고 알아도 행하지 않으면 부처가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책을 통해 알았으면 그것을 내 삶을 변화시키는 연료로 쓰고 앎을 행하는 삶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2강, 관찰과 사유의 힘에 대하여

우리는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보지 않고 욕망을 구성하는 재료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아요. 욕망의 구성 재료가 무엇인지 알면 덜 불행해지는데 사유를 통해 그것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끄고 그저 가만히 있으면 사유를 할 수 있으며 사유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내 안에서 자생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을 건져내지 못합니다.


‘한 시절의 영화는 사라졌어도 세상을 지탱하는 곧은 형식들은 차가운 바람 속에 남아 있다.’ 황현상선생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를 보고 하는 말인데 ‘아무것도 아닌 일에 주목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나무, 풀, 계절의 변화는 늘 거기 있어요. 가족이나 친구처럼 생각해 보면 내 삶의 전부인 사람들, 아침밥, 새소리, 햇살, 늘 거기 있지만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들, 그런 것들이 즐거움의 대상이 되면 행복하겠구나. 그리고 나이 듦이라는 것은 늘 거기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즐거운 것들을 점점 더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어야겠구나. 그것이 잘 익어 가는 일이겠구나. 아무것도 아닌 것에 주목하는 힘을, 이런 생각들을 책을 통해 얻습니다.


‘살아있음이란 내게 햇살을 등에 얹고 흙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걷는 일입니다.’ 곽재구시인의 ‘길귀신의 노래’에 나오는 구절인데 저는 그것을 읽고 ‘나이가 한살 더 든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것’이라 썼습니다. 사는 게 뭐 대단한 게 없어요. 나이 먹는 것도 특별한 게 없고요. 삼십이 되면 달라질 것이다. 오십에는 어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없어요. 똑같아요, 살아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보는 것일 뿐이에요. 곽재구시인의 표현대로 하면 ‘터벅터벅 걷는 일’이고 김화영 선생님의 표현으로라면 ‘살아있다는 놀라운, 존재한다는 황홀감’이겠고요. 하지만 곽시인의 글에서 삶이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이 라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시인들은 아직까지 제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3강,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성의 시간이다.

인생을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에요. 내가 살고 있는 당대, 내가 타고난 삶의 조건 등 대부분의 것이 기존입니다. 여기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나머지 1할인데, 그것의 9할은 기성입니다. 이미 이루어졌어요. 저는 이제 오십대이고, 남자로 태어났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건 끝난 겁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이것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1할의 1할입니다. 바로 미성이죠. 미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냐 하면 나의 하루입니다. 이불개고, 오늘의 강독을 열심히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과 저녁을 맛있게 먹고, 함께 TV도 보고 잘 자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2000년 코카콜라 CEO 더글라스 대프트가 신년사에서 했던 말입니다.

인생을 공중에서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각각의 공에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나)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것들을 모두 공중에서 돌리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바닥에 떨어뜨리더라도 이내 튀어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러나 다른 네 개의 공은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게 될 겁니다. 이중 하나를 떨어뜨리게 되면 이 공들은 상처입고 깨지고 흩어져버려 다시는 이전처럼 되돌릴 수 없게 될 겁니다. 당신은 이 사실 을 깨닫고 당신의 인생에서 다섯 개의 공들이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마십시오.

당신 마음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당신의 삶을 대하듯 충실하세요.

과거나 미래에 집착해 당신의 나날의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끔 하지 마시고 당신의 삶이 단 하루뿐인 것처럼 인생의 모든 나날을 살아가세요.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시오,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떠한 것도 진정으로 끝났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 바로 이 덧없는 두려움입니다.


찾을 수 없다는 말로 당신의 삶에서 사랑을 지우지 마세요. 사랑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사랑을 주는 것이며 사랑을 잃는 가장 빠른 길은 사랑을 꽉 쥐고 놓지 않는 것이며 사랑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랑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삐 살지 마세요.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감정은 다른 이들이 당신에게 고맙다고 여길 때의 감정입니다.

시간과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마세요. 둘 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걸음 한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이며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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