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목표의 반은 달성한 것이다.
전년도 매출 162억, 2017.12.18현재 연말기준 170억 원이다. 올해도 적자 탈출이 어렵지만 모든 식구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 대견스러운 수치이다. 인사이동이 연기되어 아직 후임 처장에게 바톤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나 마무리 작업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GT정비기술센터에 와서 1년 동안 구조조정과 조직을 손본 것 이외에 한 일이 별로 없다. 전년도에 70억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으니 수주가 우선되어야 하므로 구조조정 와중에도 영업팀만 보강하고 모든 간부의 보직을 변경했다. 모든 식구에게 행동으로 경영상황의 위급함을 보여줬으니 잔소리 백번 보다 효과적이었으리라 판단된다. 첫 번째 Talk Concert에서 세계 경제와 에너지흐름이 GT정비기술센터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사업전망에 대해 30분정도 이야기 했다. 매월 Talk Concert에서 영업실적에 대해 1분정도 브리핑을 했으므로 매출과 관련된 이야기는 1년 동안 1시간도 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조직은 굴러갔고 식구들은 열심히 일했다.
사업여건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발전사 발주물량이 20% 감소되었으며, 인력은 줄었고 식구들에게는 GT정비기술센터가 처한 현실과 적자탈출방안, 그리고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만 전달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년보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을 했지만 운이 따랐을까? 우연일까? 이전 처장도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위기탈출의 묘수가 무엇이냐고 누가 물어봐도 내 대답은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결은 없었다. 오래 근무했던 다른 식구에게 물어봐라.’
매월 시행하는 Talk Concert에서 ‘매출 올려라, 열심히 일해라, 안전하게 일해라’대신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특정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데 1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아니면 할 사람도 없을듯하여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했다.
크던 작던 어느 조직을 맡아도 직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왜 일하는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출근하고픈 직장이란 무엇인가?’ 많은 질문 속에서 직원들 스스로 ‘열정’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Talk Concert의 차수가 거듭될수록 술자리에서 친근하게 말을 거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이정도만 되도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100명중 1명만이라도 사고의 전환을 한다면 꽤 쓸 만한 시도였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명이 관심을 보이니 성공적이라 판단된다.
술자리에서 들은 어느 직원 이야기가 마음에 걸린다. ‘제가 입사한지 20년이 되어 가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고 실천하는 처장님이 계시지 않았다. 솔직히 입사 후 어느 처장님과도 직접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처장 본인은 솔선수범 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는 밑도 끝도 없이 열심히 일하라는 이야기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기에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한편으로 충격이었다. 현장에서 손, 발을 움직여 수주하고 정비하는 식구들과 대화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갔는지 신기할 뿐이다. 전임 처장들의 ‘소통부재’를 탓하는 것은 아니라 앞으로 잘 하자는 이야기이다.
현장 직원이나 간부에 대한 교육과 공감대 없이 세계적인 기술동향, 경영환경 변화가 우리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스스로 알아서 대처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열심히 일해라.’ 한마디로 조직관리 문제가 해결된다면 처장이나 간부가 필요 있을까?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라면 지금 당장 우리 작은애한테 처장을 맡겨도 그 보다 잘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에 대해 대응전략과 현실에 맞는 실행방안 제시는 고위간부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Talk Concert에서 배려와 양보, 역지사지를 이야기한 것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이기도 하지만 GT정비기술센터가 전문화, 분업화로 인해 개인 간, 조직 간 높아진 벽을 협업을 통해 허물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보고자 꺼낸 이야기다. 세 개 공장에서 처리하는 품목이 상이하여 일이 없어 노는 공장이 있는 반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운 공장이 있는 상황이다. 공장간 인력지원을 원활히 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이며 배려와 양보, 역지사지를 바탕으로 ‘熱情(열정)’, ‘修行(수행)’을 강조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熱情’을 갖고 임한다면 못할 리 없다. 과정이 아무리 험난해도 ‘勞動’이 아닌 도를 깨우치려는 마음자세로 ‘修行’한다면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가스터빈 정비시장은 부품마다 운전시간이 설정되어 있는 TBM(Time Based Maintenance)기법이 적용된다. GT정비기술센터가 지난 2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주요원인은 가동률 저하로 운전시간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상황 탈출을 위한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조치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만 ‘위기’를 이야기하며 아무런 조치와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남 탓만 하다가 죽은 사람과 같다. 입으로만 배고프다고 외친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본업만으로 공장운영이 불가능하다면 부업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연명해야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적자를 탈출한 것은 아니나 공장설립 20년 만에 처음 겪어보는 난관을 스스로 이겨냈으므로 앞으로 닥칠 어떠한 어려움도 GT정비기술센터 식구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가리라 판단된다. 시장상황은 변한 것이 없으나 불황탈출에 노력했듯 앞으로 닥칠 난관에 대해서도 슬기로운 자구책을 만들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해 봤기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질 것이 분명하다. ‘왜, GT정비기술센터가 세계 속의 1인자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일까?’, ‘세계 속의 1인자로 자리 잡으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떤 마일스톤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목표의 반은 달성한 것이다. 훗날 어려움이 닥칠 때 본인들에게 질문해라. ‘2017년, 여러분들은 마음먹은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처장이 말 했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대처했나?’
PS, 12월의 Bonus: 1984년, 사 창립이후 많은 난관이 있었으나 힘들었던 순간들은 추억으로 남는다. 옛사랑도 그렇듯 지나간 열차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헤치고 살아남아 있으니 아름다운 것이다. 향후에 벌어질 경영환경은 더욱 험하고,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나 앞으로 다가올 열차는 더욱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내가 GT정비기술센터에 와서 한 것 이라고는 고작 이것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