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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4차 산업혁명과 정비산업

by 물가에 앉는 마음

일전 ‘4차 산업혁명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는 편지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공부한 후 대처방안을 논해도 늦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보고서가 많은 것을 보고 빅데이터라 칭하는 무지와 설익은 지식으로 4차 산업을 정의하여,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 빨리 갈 수 있고 후퇴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공기업은 잘못된 방향으로 진입해도 책임자가 바뀌지 않는 한 후퇴하는 일이 거의 없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수습하는 후배님들이 고달프다.

각설하고 지난번에는 이정동 교수님의 ‘축적의 길’에서 중국이 개념설계기술을 개발한 비밀무기인 ‘重厚長大(중후장대)’, 우리의 여건이 그렇게 무겁고, 두텁고, 크고, 넓지 않다면 트리즈(TRIZ) 이론의 의해 반대방향인 ‘輕薄短小(경박단소)’로 갈수도 있다. 성급하게 뛰어들지 말고 4차 산업혁명의 본질에 대해 공부를 해보자며 숙제만 던졌다. 관심 있는 분들이 숙제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몇몇 후배님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4차 산업혁명을 AI(Artificial Intelligence), ICT (Infor -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로만 생각하고 있으며 손에 기름을 묻히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 누구는 비트코인 이야기도 했다.

그래도 거기까지 생각한 사람은 조금이라도 공부한 대견한 사람들이다. 일부는 그런 문제들은 연구원이나 본사 전문가들이 방향을 설정하겠지 하는 생각, 일부는 위에서 결정하는 대로 가면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실무자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고위층을 만나봤는가?’ 반문하고 싶다. 우리 회사 설립 목적이기도한 ‘정비’를 접고 ICT에 매진하는 기업으로 변신한다면 6천여 임직원들은 모두 보따리를 싸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오늘은 기원전부터 존속했던 대장간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다마스커스 劍(검)은 시리아에서 제작되어 십자군의 철갑을 자르고 돌까지 베어버린다는 전설의 칼이다. 철을 달구어 여러 번 접어 두들기는 鍛造(단조)기법으로 만들었기에 물결무늬, 꽃무늬 등 오묘한 문양이 새겨지며 剛度(강도)와 切削力(절삭력)이 뛰어나다. 다마스커스 칼을 현대화하여 대량생산하는 일본에서는 주방용 칼이 50만 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충청남도 논산 연산장터에는 100년간 3대를 이어온 연산대장간이 있다. 아직도 풀무가 돌아가고 쇠망치소리가 나는데 이곳에서 다마스커스 칼을 재현했고 양산이 아닌 手製(수제)칼을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일본제품 보다 아름다운 문양을 갖고 있다.

노량진시장에서 4대째 내려오는 대장장이는 2천원을 받고 생선가게 칼을 갈아주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대장장이가 아니라 칼 연구소를 설립하여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칼을 구입해 연구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여 저가부터 고가의 칼을 판매해 수십억 원의 자산을 일구어 냈다. 그러면 대장간은 2차 산업인가? IT기술을 접목해 비즈니스를 하는 4차 산업인가?


1차 산업인 농업과 어업에서도 신기술을 접목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겨울철 동해안에서 많이 잡혀 서민들이 많이 먹는 양미리는 바닥에 엎드려 있거나 얕은 모래 속에 은신하고 있어 어군탐지기로는 감지할 수 없다, 예전에는 선장의 경험으로 투망 했으나 요즈음은 카메라를 바닥까지 내려 물밑 상황을 파악 후 그물을 내린다. 발전소에서 설비 내부를 검사할 때 사용하는 Bore Scope를 응용한 것이다. 경험에 의해 투망할 경우보다 어획량은 늘고 경비는 획기적으로 줄었다. 이 모습은 최신형 어선에서 젊은 선장이 조업하는 모습이 아닌 낡은 선박, 나이든 선장이 조업하는 모습이다.

비닐하우스에서 농사짓는 귀촌 농부는 도시에서 살 때보다 문화혜택을 덜 받는 것은 사실이나 직장생활보다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비닐하우스는 자동으로 온, 습도가 관리 되며 햇볕이 필요한 시간에는 가림막이 걷어지거나 채광창이 자동으로 열린다. 프로그래밍된 제어기 덕분이다. 물론 수확시기까지 조절 가능하니 Big Data상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시기에 출하 하면 된다. 수확은 사람이 해야 하지만 주문을 온라인으로 받고 택배를 이용하니 여유 시간은 많아졌다. 최근 단골고객이 증가하면서 고객 Needs를 충족시키면서도 과다생산에 의한 가격저하 Risk를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Biz Model인 주문형(Order Made) 농업을 구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1차, 2차 산업에 약간의 변화나 타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을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모습의 생산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 졌다. 이를 2차 산업이라 해야 할지 4차 산업이라 해야 할지 경계 구분조차 모호하다. 기술쟁이로 오랜 기간 R&D, 기술기획업무를 담당했지만 中間進入戰略(중간진입전략: Mid-Entry Strategy)을 선호한다. 中間進入戰略은 인문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 연구소장인 김정운 교수의 '창조는 편집'이라는 것과 유사한 의미다.

우리 회사가 ‘정비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으므로 3차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분해하고 조립하는 현장 작업을 보면 2차 산업에 가깝다. 어떻게 4차 산업으로 변신할까? 드론을 날리고 AI, VR(Virtual Reality), ICT도 좋지만 노량진시장의 대장장이나 속초의 늙은 선장과 같이 ‘기술의 편집’에 의한 비즈니스를 통해 어떻게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어떻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자연스럽게 4차 산업으로 변모될 수 있다.


* 일련의 내용들은 읽었던 인문학 책을 바탕으로 개인적 견해만을 이야기 한 것으로, 같이 공부하고 토론해야 시너지 효과로 인해 듣도 보도 못한, 상상하지도 못한 사업이 생기고 사고가 확장되며 시야가 넓어진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 고민할 직무에 있지 않기에 우리 회사에서 수행 전망되는 4차 산업의 모습과 사례를 들어달라는 요청은 사절한다. 하지만 관심이 있기에 엊그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책 2권을 구입해 읽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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