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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 오래된 질문(1) (장원재著, 다산북스刊)

책을 읽으며 위안되는 문장을 찾았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 책을 읽으며 위안되는 문장을 찾았다. 그 문장이 진리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질문’은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으며 적어도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은 사람은 없었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그리고 실망하지 말라고...


이 책을 펴내며: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

인생에서 고통스러운 일은 왜 일어나는가?

그걸 피할 순 없을까?

불안과 허무, 분노와 질투 같은 감정들,

분명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될까?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또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걸까?

이런 질문들이 떠오르면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달리던 길을 멈춰 서게 된다. 우리의 마음을 헤집는 인생의 난제들을 유연하게 풀어낼 순 없을까? 끊임없이 요동치는 감정과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진정 나 자신의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세상이 규정하지 않은 진정한 나는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질문은 결국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으로 귀결된다.


살면서 누구나 마주치게 되는 이런 물음에 개인이 답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문제들은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해오면서 계속 지녀온, 가장 오래된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그토록 오래 품어온 질문이라면 그 답을 찾은 사람은 없었을까? 철학, 심리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특히 오늘날에는 심리학, 뇌 과학에서 과학적 해석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생물학계의 석학인 데니스 노블이 생명과 삶의 진리를 찾기 위해 한국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하며 통도사 성파스님, 실상사 도법스님, 미황사 금강스님, 백양사 정관스님을 만나 묻고 답했다. 과학과 종교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질문, 인생에 관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을 가슴속에 품고 평생 그 답을 찾으며 살아왔다.


도법: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느낍니다. 마음이나 육체의 병 때문에 일과 사람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고통을 받습니다. 불교에서도 고통이라는 주제는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가르침을 어려워하는데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사상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부처님이 스스로 터득하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려했던 깨달음은 얼마 되지 않아요. 오랜 시간에 걸쳐 겹겹이 덧붙여진 언어의 껍질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단순명료한 내용이 남습니다. 이렇게 질문해보죠 목이 마를 때는 어떻게 합니까? 물을 마셔야죠. 목마르면 물 마신다. 물마시면 목마름이 해결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가르치는 게 불교철학의 기본입니다. 목이 말라 입이 타들어가고 혓바닥이 갈라지고 있는데 정좌하고 명상을 하면 고통이 사라질까요? 책을 읽고 공부한다고 해결될까요? 돈을 쌓아두면 해결될까요? 목말라서 생기는 고통은 오로지 물을 마셔야만 해결됩니다.

‘고통은 왜 발생하는가.’ 그리고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불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고통의 원인을 잘 알아야 합니다. 사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맞게 문제를 다루면 우리의 삶은 단순명료해 집니다.


금강: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많은 분들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가족, 동료는 물론이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기분 상하고 울컥 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세상에 이해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호소합니다.

이런 기분이 들면 바로 나 자신에게 어떤 틀이 있지나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혹시 ‘사람은 꼭 이래야 한다.’라는 나만의 틀에 상대방을 억지로 맞추려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죠. 어쩌면 그 사람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나의 틀에만 맞춰 상대를 바라보고 저건 잘했고 이건 못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요. 먼저 내 마음의 틀부터 버려야 합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세요. 그러면 비로소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고 대화가 가능해지며 사랑도 싹트게 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아들이 스물이 넘었지만 자폐증으로 항상 불안하다며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합니까?’ 물어봤습니다. ‘ 모든 엄마는 아이가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에겐 이 모습이 정상이라는 걸 알아야 하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과보호하면 안 됩니다. 내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아이의 모습을 만들어놓고 그와 다르다고 이상하게 여겨선 안 되죠. 먼저 비교하는 것을 그만두세요. 비교당하면 아이의 마음이 닫겨집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대화가 가능합니다.’


도법: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답이 나와야 합니다. 그게 진짜로 알고 있는 거죠. 즉각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물쭈물하고 있다면 당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 내 생명입니다. 건강하고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우선적인 가치입니다. 종종 그걸 내던지고 지키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것도 일단 내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또 다른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집니다.


도법: 깨달은 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불가에서는 진리를 깨달은 사람을 붓다 혹은 부처님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 부처님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선사의 간단명료한 설명이 있습니다. 먼저, 붓다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머리는 하늘을 향해있고, 두 발은 땅을 딛고 서 있다. 눈은 가로로 놓여 있고 코는 세로로 붙어 있다.’

‘다음으로 붓다는 어떻게 살았을 까요?’

‘밥이 오면 입을 열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는다.’

머리는 하늘을 향해있고, 두 발은 땅을 딛고 서 있는 모습으로 생긴 사람이 깨달은 자, 부처다. 밥이 오면 입을 열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으며 사는 사람이 깨달은 자, 부처다. 나와 당신 우리 모두가 바로 부처다. 인간은 누구나 다 부처다.


데니스 노블: 우주의 크기, 우리 존재의 크기

1995년 허블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관측한 천문학자들이 역사적인 실험을 합니다. 우주의 어두운 빈 공간에 포커스를 맞추고 11일 동안 관측을 했더니 수백만 개의 별빛이 보였는데 그건 자그마치 3000여개의 은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우주 전체를 이루는 입자의 숫자를 계산하니 10의 80제곱정도였어요 어마어마한 숫자지요.

사람의 유전자는 대략 3만개입니다. 사람은 유전자 자체가 아니라 상호작용에 따라 구성되는데, 그 수를 계산해보니 10의 72403제곱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에 또 다른 나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두 특별하고 귀중합니다. 자신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진지한 태도로 삶을 대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기 삶의 방향을 찾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해요.

이런 생각은 불교철학의 핵심으로 한국에서 만난 스님들은 ‘부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어찌하라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가지라고 하셨다.’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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