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 더글라스 대프트의 2000년 신년사

삶이란.... 공중에서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juggling game

by 물가에 앉는 마음

삶이란....

공중에서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juggling game입니다.


각각의 공에 일, 가족, 건강, 친구, 나(영혼)라고

붙여 봅시다.

조만간 당신은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떨어뜨리더라도 바로 튀어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네 개는 유리공이어서

하나라도 떨어뜨리게 되면

닳고 긁히고 깨져 다시는 전과 같이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다섯 개 공의 균형을 유지하느냐는 것입니다.


우선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우리들은 각자 다르고 특별한 존재입니다.

인생의 목표를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두지 말고

"나"에게 가장 최선인 것에 두십시오.

가까이 있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삶처럼 그것들에 충실하십시오.

그것들이 없는 삶은 무의미합니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해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하지 마세요.

당신의 삶이 하루에 한번인 것처럼

삶으로써 인생의 모든 날들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 줄 수 있는 것들이 남아 있으면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진정으로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두려워 마세요.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바로 이 덧없는 두려움입니다.

위험에 부딪히기를 두려워 마세요.


찾을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인생에서

사랑의 문을 닫지 마세요.

사랑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주는 것이고

사랑을 잃는 가장 빠른 길은

사랑을 너무 꽉 쥐고 놓지 않는 것이며

사랑을 유지하는 최선의 길은

그 사랑에 날개를 달아 주는 일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진 마세요.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윗글은 코카콜라 사장 더글라스 대프트의 너무나도 유명한 2000년 신년사입니다. 콜라를 좋아하지 않지만 저에게는 코카콜라 보다 맛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글입니다. 삶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거나 올바로 가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 이 글을 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듯합니다. 알듯 모를 듯한 애매모호한 표현도 없고 심오한 철학을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쉽고 간결하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했으니 名연설이고 名문장입니다.

1943년생이니 57세 때, 수학을 전공한 CEO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의 내공이 깊어 부럽기만 합니다. 더글라스 대프트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했지만 철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수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더욱 부럽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 했는데 할 수 없지요.


살면서 다짐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잘 지켜지지는 않으니 ‘다짐’보다는 ‘노력’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하지 말자.’입니다. 이미 끝나고 지나버린 일인데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좀먹고 미래도 망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가슴 쓰린 결과들도 많았습니다.

‘일, 가족, 건강, 친구, 나’중에 ‘일’은 마지막 고려대상이라지만 ‘일’을 우선시한 적이 많았습니다. ‘일’에 대해서는 실수하지 않던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게다가 일이 재미있었으니 일에서 벗어나 다른 사항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던 때는 꽤나 시간이 흘러 해당분야에서 一家를 이뤘다고 평가받았던 시기라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다른 네 개의 공은 바닥에 떨어지고 닳고 긁히고 깨져 균형이 맞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핑계로 ‘나’를 최선에 두지 않았고 그렇다고 삶에 충실하지도 못했습니다. 바쁘게는 살았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사실 급류에 올라타면 휩쓸려 가는데 집중할 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신경 쓰기 어렵고 중요치 않게 생각합니다. 時流이자 세대특성으로 치부했지만 그것은 自己欺瞞(자기기만)이었을 겁니다. 뒤늦게 철 들어 뒷전에 두었던 ‘나’를 찾고 방향도 수정하고 있습니다만 빗나간 궤적은 시간과 비례해 꽤 멀리 어긋나 있었습니다.


후회해봐야 더글라스 대프트의 이야기처럼 되돌릴 수 없습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매사 최선을 다해야하고 우선순위를 선별해야겠지요. 選球眼(선구안)을 기르기 위해 한발 떨어져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고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때로는 입장을 거꾸로 놓기도 하고요. 제일 좋은 방법은 제3자적인 시각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鳥瞰能力(조감능력)을 배양하는 것 같은데 막상 현상에 몰입되면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제는 ‘일’을 우선시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가족, 건강, 친구, 나’와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과잉된 욕심을 다른 부문과 맞춰 5인6각의 자세를 견지하려는 것이지요. 또한, 욕심 부릴 이유가 없는 자리이기에 상대방이 원하고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라면 모두 주고 간다고 생각하니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더글라스 대프트는 ‘일’을 포함해 모두 소중하지만 혹시 juggling과정에서 부득이 하게 하나를 놓아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5개중 ‘일’을 놓으라고 합니다. ‘일’은 고무공이라지만 작금의 한국사회에서는 유리공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다른 직장,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소중함도 있습니다.

문장을 새겨보면 정치에 관한 공자말씀과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 子貢(자공)이 ‘정치란 무엇입니까?’ 묻자 ‘먹을 것을 충분히 하고 군병을 굳건히 하여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부득이 하게 버린다면 제일 먼저 군병을 버리고, 다음에는 먹을 것을 버려야 한다. 죽을지언정 국민의 신뢰를 버리면 안 된다.’

국가 존속을 위해서는 식량과 안보와 국민 모두 중요하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부득이 하게 버린다면’이란 가정법이므로 성립되는 이야기이며 ‘국민의 신뢰’를 강조하기 위한 공자 말씀이지요. 식량, 안보, 민심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배고픈 시민들에게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했는데 이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으니 식량의 소중함도 무시할 수 없지요.


인생이란 공중에서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juggling game으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모두 중요한 다섯 개 공의 균형을 유지하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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