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6. 같은 삶은 없다.

엇박자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묘하게 조화롭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모범생 큰 아이는 빗나감 없고 순탄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공부도 잘했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사랑하는 사람과 적령기에 결혼하여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다. 세월의 풍파를 맞고 견뎌야 삶이 단단해지는데 질곡 없이 너무 순탄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현명하고 모범적으로 잘 헤쳐나가리라 생각한다.

네 살 터울 작은 아이는 언니 옷을 물려 입어 어릴 적 사진을 보면 큰 아이, 작은 아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언니를 닮았지만 식성과 습관은 달랐다. 부모들 바람이야 언니처럼 공부 잘하고 원하는 직장을 얻는 것이었지만 공부하는 것만 따지면 반에서 등수를 다투는 작은 아이는 학교에서 1, 2위를 다투는 큰 아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대신 작은 아이는 춤을 잘 췄고 패션 감각이 뛰어났다. 중,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 춤 선생이었고 큰 아이와 엄마의 패션 코디네이터였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 패션채널 시청을 좋아해 TV를 보기위해 영어공부는 열심히 했으니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은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작은 아이는 언니와 같은 궤적을 따라가려 노력해 대학전공을 경영학으로 선택했고 네덜란드에 교환학생을 간 것도 큰 아이 영향이 컸다.


우리 집 밥상머리 교육은 ‘본인 삶은 본인이 그려야 하며, 책임도 져야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그렇게 자라왔고 암암리에 전달되고 교육된 탓에 작은 아이는 네덜란드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학교 졸업한 것을 끝으로 언니 따라 하기에 마침표를 찍은 듯하다.

스님들이 冬安居(동안거)와 夏安居(하안거)하듯 방안에서 꼼지락대며 자기 갈 길을 그리던 작은 아이가 칩거생활을 끝내고 방 밖으로 나오더니 네덜란드 대학원에 합격했단다. 대학원 입학도 인터넷 화상면접으로 하니 세상은 상상이상으로 바뀌었다. 장학금 주는 대학원과 장학금 주지 않는 평판 1위 대학원을 두고 며칠간 고민하기에, 놀러 가는 목적이면 장학금 주는 곳을 가라고 권했으나 장학금 주지 않는 대학원을 가기로 했단다. 공부 한다는 것이 미덥지는 않았으나 믿어주기로 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일상이 멈추고 채용시장도 얼어붙어 대학원 졸업 후 또다시 칩거생활을 시작한 작은아이에게 취업 관련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다시 방밖으로 나온 작은아이는 정유회사에 취업하길 원했으나 채용하지 않자 금융기관에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입사했다며 네덜란드로 날아갔다. 코로나 위험성과 네덜란드에 눌러 사는 것을 걱정하는 아이엄마에게는 펜데믹으로 재택근무를 하니 위험하지 않고, 사는 재미가 많지 않은 네덜란드에는 길어봐야 5년만 살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씩씩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큰 아이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살아가는 막내는 매일 집사람과 통화한다. 영상통화 하는 모녀의 대화를 엿들으니 펜데믹으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어려움은 있으나 재택근무로 출, 퇴근 걱정 없고 시간이 절약되는 좋은 점도 있단다. 세수만 하고 잠옷차림으로 근무 하며 가끔 돌발 화상회의를 하는 경우가 있어 곤혹스러운데, 그럴 때는 양해를 구하고 화면을 켜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회사허락을 득해 휴가 겸 코로나를 뚫고 귀국했다.

작은아이는 사오정으로 불릴 만큼 엉뚱한 구석이 있다. 입국장에 들어와 하는 첫 마디가 ‘엄마, 아빠’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비즈니스클래스를 타는 이유를 알았어.’

가슴이 덜컥했다. 사회초년생이 비즈니스라니...,

‘왜? 비즈니스클래스 타고 왔니?’

‘아니, 승객이 없어서 이코노미인데도 비즈니스클래스처럼 누워왔지요.’

‘탑승하자마자 자기 시작했는데 착륙 한 시간 전까지 실컷 잠자고 편했어요.’


같은 부모, 같은 집,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다른 삶을 산다. 같은 삶을 강요해도 같아질 수 없으니 백인백색의 삶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러움이고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유튜브를 통해 조선 힙스터 이날치밴드 공연을 수십 회 봤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범 내려온다.’ 중독성이 있어 여러 번 봐야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조회 수 100도 안 나온다는 공기업 홍보영상이 수천만회를 넘어 수억 회를 넘어가고 있다. 분명 그들은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소개했다.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을 부르는데 아직까지 보고 들었던 판소리와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의상도 리듬도 악기도 달랐다. 엇박자나는 대목이 어색했으나 들어보면 묘한 매력이 있다. 국악계에서는 異端(이단)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날치밴드는 전통 판소리를 대중음악으로 재해석했다. 재해석이라 함은 정통국악을 기본으로 남과 다르게 부른다는 것이다. 잘되면 ‘이날치밴드 流’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못 되면 이단과 亞流(아류)로 사그라지면 된다.

이날치밴드 공연으로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에는 2%가 부족한데 이를 메워준 것은 전혀 조화되지 않을 것 같은 안무였다. 안무를 맡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또한 조금 혼란스럽다. 멤버들 프로파일은 모르지만 고전무용과는 다른 춤사위다. 아니 레트로Type 현대무용에 가깝고 복장 또한 기상천외하다. 한복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복도 아닌 빨간 아디다스트레이닝복에 빨간 갓을 쓴 사람도 있으며 武將(무장)의 투구, 양반 갓, 현대식 양장을 한 사람도 있다. 리더 겸 예술감독은 독특한 복장과 안무로 유명하며 아디다스트레이닝복에 빨간 갓을 쓰고 춤 추는 사람이란다.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춤을 추고 싶다며 댄스그룹 이름을 앰비규어스로 정했단다. 앰비규어스(ambiguous)의 뜻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이니 .댄스그룹 이름과 춤사위가 묘하게 들어맞는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리더의 인터뷰기사를 본적이 있다. ‘나는 멤버들이 춤을 출까봐 걱정스럽다. 정해진 스텝과 율동을 해야 하는데 흥에 겨워 멤버 나름의 춤을 출까 걱정하는 것이다. 무용수들은 보여주는데 주력해야 하며 춤은 관객이 즐기는 것이다.’ 의도된 기획과 연출에 따라 정확히 의도된 동작을 하고 의상도 골랐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유명 영화감독이 속한 3명의 연주자, 국악을 전공한 4명의 소리꾼, 이도저도 아닐 것 같은 7명의 춤꾼들은 한눈에 봐도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지 않고 댄스그룹 이름같이 앰비규어스 하다. 의상도 제멋대로인 그들은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연주와 춤을 추고 노래도 엇박자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묘하게 조화롭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 작년 연말에 입국한 작은아이가 출국했다. ‘사오정’이라는 별명이 나오면 잔소리를 할 것이므로 이제야 편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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