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1)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1) (조훈현著, 인플루엔셜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國手’, ‘전설’로 불리는 세계 최다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을 보유한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


예전에는 이기기 위해서 바둑을 두었는데 이제는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없이 그저 바둑을 둘 수 있다는 게 좋아서 둔다. 타고난 승부사로 불렸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인생에서 승패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떠하든 최선을 다하면서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1인자나 2인자나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다. 또한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이긴 것이다.

이창호에게 타이틀을 빼앗겼을 때는 너무 괴로웠지만 그래도 내거 키운 제자에게 빼앗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타이들을 빼앗기고 예선 탈락했을 때는 이제 바둑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여기가 바닥이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없어졌다. 결국은 생각이다. 인생은 좋은 날만 이어지는 법이 없지만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결과도 달라진다.


바둑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대국이 벌어지면 머릿속으로 판을 그려야 하고 이기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상대방도 같은 생각을 하기에 처음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여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살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기사들은 늘 구사일생의 삶을 살아가는 문제해결의 고수들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 아이디어, 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 부르고 싶다.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사소한 실언이나 실수도 있지만 잘못된 사생활, 부정한 뒷거래, 법을 어긴 행동 등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진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백 마디 멋진 말이 무슨 소용인가. 단 하나의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것으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다 드러나게 된다.

頂上은 아무나 가지 못한다. 그가 열심히 한다고 다 가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좋다고 갈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운도 있어야 하지만 인성과 인품도 따라줘야 한다. 특히, 마음이 강해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정상의 무게를 견뎌낼 만한 인성이 없으면 잠깐 올라섰다가도 곧 떨어지게 된다. 생각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으며 자란다.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를 뻗으면 계속 그 방향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한 일일지라도 원칙과 도덕을 지켜야 한다.


* 논어, 장자 등 많은 책들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의 마음이고 생각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조훈현씨도 철학을 공부하지 않았고 대처수상의 아버지도 철학자였다는 흔적을 찾을 수는 없지만 ‘연배와 연륜의 철학’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일맥상통한다. 다음은 대처 수상의 아버지가 평소에 했다는 말이다.

-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 습관을 조심해라: 인격이 된다.

- 인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 아버지의 딸(이우경著, 휴刊)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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