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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인문학 사교육

TvN ‘어쩌다 어른’

by 물가에 앉는 마음

요즈음 인문학에 관심이 많으니 책도 보고 TV 프로그램도 인문학강좌에 눈이 간다. 인문학이 따분하게 느껴져서인지 공중파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EBS에서 하는 도올선생의 강의는 재미있고 유익하다. 최근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은 사설교육기관 대표인 최진기, 설민석씨가 진행하는 TvN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이다. 광고가 너무 많아 짜증나기도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 패턴을 무시한 진행이 흥미를 유발한다. 공중파가 공교육적 구성과 진행이라면 케이블TV 프로그램은 과외공부와 같은 사교육과 비슷하다. (실제 최진기, 설민석씨는 사교육계 유명강사다.)

학술적으로 고증이 덜된 부분이 있을지라도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은 흥미를 유발하며 졸지 않고 볼 수 있는 인문학강의다. 사설교육기관 대표인 두 사람은 사회학, 역사교육학 석사출신이니 공중파에서 강의할만한 깊은 연구실적을 보유하지 않았을 것이나 과외강사로서는 훌륭한 재능을 타고났다.


최진기씨의 조선미술 특강 프로그램을 세 번 봤다. 케이블방송은 재방송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채널을 돌리면 이상하게 ‘어쩌다 어른’이 방영되어 세 번 보게 되었는데 매우 유익했고 재미있었다.

단원 김홍도는 산수화, 풍속화부분에서 독창적 세계를 구축했으며 주로 왕, 고관의 명령이나 양반 청탁으로 그림 그렸다. 당시 양반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 서민들의 씨름, 서당 등 풍속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데 등장인물들이 매우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단원의 작품을 보면 백성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정조대왕의 태평시대를 그림에 반영했기에 당시 백성들은 얼굴이 검고 말랐지만 그림에는 희고 포동포동하게 표현되어 있다.


혜원 신윤복은 남녀의 사랑, 과부의 정욕을 그림으로 표현한 풍속화가로 춘화에 버금가는 에로틱한 그림들이 있다. 당시 화원은 세습하는 폐쇄적 구조를 갖고 있었다. 신윤복도 화공출신 후예로 아버지 신한평은 영조 어진을 두 번이나 그릴만큼 실력이 출중했으며 유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신윤복은 개가 교미하고 남녀가 사랑을 하며 과부가 욕정을 누르는 아직까지 볼 수 없는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 울타리를 벋어난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 시대는 성리학을 기본으로 했기에 인간욕구를 부정했는데 신윤복은 인간 내면의 욕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부탐춘’이란 작품을 보면 두 연인이 죽은 고목에 걸터앉아있고, 담장을 넘은 살구꽃, 담장아래 개구멍을 통해 들어온 개가 교미하는 모습, 교미하는 개를 바라보는 과부, 과부 넓적다리를 꽉 쥐고 있는 몸종이 그려져 있는데 모든 것이 의미 있는 표현이란다. 과부가 교미하는 개를 부러운 듯 쳐다보며 사회적 규범을 벋어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과부의 재가를 허락해야 한다는 동학농민운동이 있기 전 신윤복은 그림으로 그것을 표현한 용기 있는 화가였다.

김홍도의 그림 중 가장 점잖은 것이 ‘월하정인’이라는 그림으로 야밤에 남녀가 만나는 그림이다. 복장을 해석하면 요즘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와 압구정 오렌지족이 남몰래 데이트하는 모습이란다. 점잖게 그린 이 그림도 남녀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면 상당히 에로틱하여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든다. 대단한 표현력이다.


사이사이 패널이 질문한다. ‘조선시대 당시 그림이 판매금액은?’라는 질문은 나도 궁금했던 사항이다. 기생 치마폭에 그림을 그려주고 술을 얻어먹었으니 100만 원 정도? 그러나 놀랍게도 기록을 뒤져보니 유명화가 그림 값은 강남아파트 1채 값이니 10억 원 이상을 호가했단다.


인문학 공부가 지루해 책을 접으신 분들은 TvN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하신다면 분명히 책을 다시 잡게 될듯하다. 시청률 1%정도이니 잘 나가는 프로그램은 아니나 케이블TV 프로그램치고는 유익하고 흥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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