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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越尺(월척)

나주에 내려와 난생 처음 월척을 잡았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옛날 계량단위인 分(푼), 寸(치), 尺(척), 坪(평), 合(홉), 升(되), 斗(말)은 최근 사용하지 않는 단위이며 미터법보다 조금 복잡하다. 시대마다 기준도 달라 기원전인 주나라에서는 한 척이 19.9cm였으며, 청나라 때는 32.0cm였고 현대 일본식으로는 30.3Cm이다. 중년층 이상에서 아직도 통용되는 아파트 한 평의 넓이는 3.305785제곱미터이며 금 한 돈은 3.75g이다. 곡식 한 홉은 약 180g정도이며 어린 시절 선친의 술심부름으로 사오던 두 홉 들이 진로소주는 360ml였다. 주전자에 받아오던 막걸리 한 되는 1.8l가 되고, 막걸리 말통은 그 열배인 18l 였다. 무게를 재는 斤(근)과 貫(관)은 대상마다 달라 더욱 헷갈린다. 채소와 과일의 한 근은 375g이나 일반적으로 400g이다. 신문지에다 둘둘 말아주던 돼지고기 한 근은 600g이었고 마른고추 한 근은 600g이나 고춧가루 한 근은 400g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靑龍偃月刀(청룡언월도)는 82근이니 48키로 정도였다고 추정되나 중국은 허풍이 세므로 100% 신뢰하기 어렵다. 82근의 쇠로 청룡언월도를 만들었다고 하니 완제품의 무게는 보다 가벼웠을 것이다. 서양에서도 예전부터 단위와 규격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폼페이에 가면 석회암으로 만든 도로 바닥에 마차바퀴 자국이 깊게 파여져 있다. 로마시대에도 바퀴 간격을 표준화하여 마차를 만들었다는 증표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지역마다 계량단위가 달라 우리나라는 1960년대 들어 미터법을 계량단위로 사용하기로 했고 2007년부터 법정 계량단위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한다.

낚시계 에서도 미터법을 도입했지만 아직도 붕어길이를 잴 때는 ‘치=3.03Cm’, ‘척=30.3Cm’이란 단위를 사용하며 옛날 길이대로 1.8M(한 칸), 3.6M(두 칸)낚싯대를 생산하고 있다. 옛날 단위를 퇴출하자해도 젊은 낚시꾼들이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어 시간은 조금 걸릴듯 하다. 공무원들이 낚시꾼들을 쫒아 다니면서까지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50만원의 과태료를 매긴 적이 없으니 2칸 낚싯대로 8치 붕어를 잡았다며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알아듣는다.

越尺(월척)은 한척이 넘는다는 의미이며 30.3Cm가 넘는 붕어를 지칭한다. 선친은 낚시를 좋아하셔서 미국의 누이 집에 가실 때도 여행짐 속에 낚싯대를 챙겨 넣어 미국 붕어를 잡으러 다니셨다. 물론 나도 장기 해외출장을 갈 때는 낚시를 즐겼다. 입이 커다란 배스는 50Cm넘는 놈을 잡았고 가물치 비슷하게 생긴 Northern Pike라는 물고기는 1M짜리 잡아 봤다. 잉어도 80Cm급을 잡았으나 붕어 이외의 물고기는 아무리 커도 월척이라고 하지 않는다.


붕어 낚시꾼들 꿈은 월척을 잡는 것이다. 물론 양어장이 아닌 자연지에서 토종붕어로 월척을 잡는 것인데 양식붕어와 중국산 수입 붕어, 일본국적의 떡붕어는 계측대상에서 제외된다. 가끔은 유료낚시터에서 월척을 잡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도 반칙이다. 나도 50년 조력이지만 월척을 잡은 적이 없다. 월척을 잡았다고 생각했으나 추후 계측을 해보니 29.5Cm였다. 이상하게도 낚은 붕어는 살림망에 들어가면 길이가 줄어든다. *실제로 살림망에 꼬리지느러미가 닳기에 하룻밤에 1Cm정도 줄어든다.

나주에 내려와 난생 처음 월척을 잡았다. 토종붕어의 수명은 15~20년으로 보고 있으며 저수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붕어가 30.3Cm로 성장을 하려면 7년 정도를 자라야 한다. 36센티, 32센티 급을 한 달 사이에 연달아 잡아냈는데 약 10년 정도 자란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 실력이 일이년 사이에 일취월장 했다고는 할 수 없고 낚시채비나 미끼도 변함이 없으니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는 것 같다. 서을 인근의 자연지에는 월척급 붕어가 드믄 반면 이곳은 낚시할 곳에 비해 낚시꾼이 적으니 월척이 많이 잡히는 듯하다.


국내 최대어 기록은 1988년 아산 송악지에서 잡힌 64Cm인데 잉어와 붕어의 교잡종인 잉붕어였다. 순수토종붕어로는 강원도 철원에서 잡힌 62Cm가 최대어로 알려져 있다. 낚시전문지에서 집계하는 연중최대어의 크기는 55Cm이하로 집계된다. 50년 만에 꿈을 이뤘으니 50Cm에 도전하나? 다른 취미를 가져야 하나? 낚싯대 드리우면서 고민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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