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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3대가 덕을 쌓았는지

예비군훈련 후 맥주 한잔 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공기업 지방이전, 참여정부 최고 국정과제 중 하나가 ‘국가 균형발전’으로 대못이 박힌 공기업 지방이전은 지방정부 재정수입증대, 국가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확정되었다. 177개 공기업 지방이전 기대효과가 현실적으로 구현될 것인지?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공기업 본사직원과 관련산업 종사자 약 100만 명 정도가 분산되니 수도권 과밀에 따른 교통혼잡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분석되어 있다. 하지만 연구 논문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항이 하나 있는데 바로 ‘국민행복’이다.


정부는 ‘국민행복’을 추구해야 하므로 ‘국민행복 추구’가 혁신도시를 조성한 숨은 목적 중 하나라는 알려지지 않은 說(썰)이 있다. 집사람 간섭을 받지 않는 행복하고도 화려한 싱글생활이 시작된다는 것은 홀아비들의 행복이며, 집에 남겨진 과부는 신나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행복감을 만끽하니 국가 행복지수가 엄청 높아졌단다. 경제학자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이며 국가적인 부의 창출로 계산되지 않아 연구논문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썰(說).


선조가 독립운동을 했거나 최소한 3대조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홀아비 생활. 이미 6년 정도 혼자 생활을 했었기에 싱글생활의 설렘이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나 나주에서 홀아비 생활이 시작되었다. 바가지 긁는 여우 같은 마누라와 떨어진 것이 기쁘냐고? 사실 가족들과 잠깐 동안 떨어져 사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약간 도움 된다. 물론 방 청소, 음식 만들기, 빨래 등 주부가 해야 하는 모든 일을 해야 하니 시간이 조금 흐르면 후회할 일들이 많지만 지금 당장은 설레는 마음을 감출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사실 홀아비생활을 염원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국제적인 현상이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에도 예비군훈련이 있다. 영세중립국이니 예비군훈련이 필요 없다는 여자들과 그래도 예비군훈련이 필요하다는 남자들 사이에 의견이 팽팽해지자 투표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투표결과는 ‘예비군훈련 유지’. 일 년에 한 번 집사람, 아이들과 떨어져 동네남정네들과 어울려 훈련받고 맥주 한잔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남자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국토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스위스 남정네들은 ‘예비군훈련 유지’에 찬성 몰표를 던졌고 오늘도 예비군훈련 후 맥주 한잔 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아무튼 3대가 덕을 쌓았는지 낮잠 자고 싶으면 자고, 지루하면 책 읽고, 바깥공기가 그리우면 낚시하고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단점은 고독이나 이는 싸움대상이 아니라 극복대상이다. 퇴근 후 밀려오는 고독감으로 방문 열기가 두려워 집 밖을 배회하지 않으려면 뭔가에 미치면 된다. 낚시, 독서, 글쓰기... 나주에 출현했다는 꽃뱀에게만 미치지 않으면 된다.


가족이 많이 생겼기에 나주에 내려와 혼자 사는 생활이 그리 외롭고 어렵지는 않다. 골치 아픈 업무가 많아 힘들겠다며 저녁을 챙겨주는 부모역할의 선배님이 계시다. 장모님 김치 담그는 솜씨가 일품이라며 주기적으로 김치를 대주는 후배님들도 계시니 장모님이 새로 생긴 셈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생강차,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울금가루, 머리 검게 해 준다는 볶은 검은콩, 혈압에 좋다는 뽕잎가루 등 건강식품을 챙겨주는 후배님은 웬만한 집사람보다도 낫다. 술 먹은 다음날을 위해 헛개나무즙과 출가한 첫사랑이 담근 낙지젓갈을 갖고 온 후배님은 여자 친구보다 살갑다. 아침밥 대용으로 고구마, 소포장된 찹쌀떡, 후식으로 과일 등을 챙겨주시는 후배님들 덕분으로 냉장고가 그득한데 이들은 든든한 이웃사촌인 셈이다. 매월 신간을 챙겨주시는 후배님은 도서관 내지 서점역할을 하고 계시고 멀리 영광에 근무하는 S주임님이 보내주신 튀밥은 볼수록 정겹다.


병치레를 하고 있는 미국 누이도 김치, 떡, 반찬을 챙겨주는 우렁각시들이 많다고 하는데..., 집안내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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