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2), (이철수著, 삼인刊)
가난을 배우지 못하면
부처는 작은 왕궁의 호사를 버리고 깨달음의 길로 나섰습니다.
예수는 가난한 청년이셨지요.
한 번도 넉넉해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난을 배우지 못하면 깊은 존재와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살면서 배운 것을 하나씩 꺼내 놓아 볼 때가 있습니다.
벌써 얻은 것이 적지 않은데 더 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이건 내 물건이다 라고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 놓은 것도 많네요.
지혜로운 이들이 늘상 일러주신 말씀은 귓등으로만 듣고,
몸은 언제나 욕심이 시키는 대로 살아갑니다.
인생이 별빛도 없는 칠흑의 어둠속으로 빠져드는 듯....
해답은 없지만, 마음은 통한 셈
- 제가 좋아하는 글쟁이는 원고료가 너무 많으면 그렇게 많은 돈은 못 받는다고 사양하신 다네요.
원고지 한 장 메꾸는 값이 양파 한 수레와 같으니 손끝을 까딱여 받는 수고비로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라고 했답니다.
- 받아서, 어려운데 주지... 하시는 이들 계십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정답을 찾기가 어려운 문제인 듯합니다.
- 제 손으로 지은 쌀을 어려운 이들을 위한 시설에 보낸 일이 있습니다. 유기농 쌀을 시설에 보내게 된 일을 두고 누군가 물었습니다.
‘그 쌀을 팔아 일반 살을 사주면 곱절은 보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제 아내의 대꾸가 좀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은 좋은 쌀 좀 먹으면 안 되나요?’
해답은 없지만, 마음은 통한 셈입니다. 그렇게, 살아보는 거지요, 뭐.
무욕
욕망의 몸뚱이에서 무욕을 말하는 어리석은 존재가 살다니!
기생충이다!
박멸이 필요하다!
세상은 그렇게 이야기 한다.
비결
꽤 오래전 일입니다.
직장생활하면서 그림 그리고 지내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직장 그만두고 그림만 그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고, 무슨 수가 엇겠느냐고.
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짐승이나 다를 바 없는 “전업 작가”나 “자유업”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잘 아는 제게 조언을 구한 셈입니다.
- 가서 직장 집어치우고 오면 비결을 알려주겠다. 하고 헤어졌습니다.
얼마 뒤에 그 친구가 직장 접고 찾아왔습니다.
- 비결
-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다! 그게 비결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친구 아직 살아 있습니다.
가슴에 손
우리는 이미 제 뜻, 제 생각을 잊어버렸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말을 배우고 글을 익히면서 벌써 세상은 우리를 세뇌해온 터이기는 하지만, 제 생각을 잃어버린 정도가 도를 넘어선 듯합니다.
사람이 시류를 따르고 현실에 순응하여 사는 것을 모두 잘못이라 하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 의미로 보수도 있어야하고 때로는 보신조차 용납해야 한다고 여겨왔습니다.
뜻을 꺾고 생계와 목숨을 부지하는 어려운 선택 앞에서는 눈물겨워 자못 감동하기도 합니다.
시대가 그쯤 어려운 고비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선택받은 사람들, 막대한 자본, 큰 권력, 유명세를 얻은 인사들의 부정한 행태에, 가슴깊이 분노하고 비판하는 양심과 양식조차 잃어버린 듯 행동하는 다수에게 절망하게 됩니다. 가슴에 손을 얻으시기를
내가 나를 알면
내가 나를 알면 가벼워지겠지요? 조용하고 환해지겠지요?
텅 비어 거침없는 자리에 무엇이든 오고가겠지요.
정직한 거울처럼 세상이 비치겠지요.
아름다울 겁니다. 따뜻하고 평화로울 겁니다.
다툼 없겠지요. 넉넉할 겁니다.
선선한 저녁바람이 쏟아지는 하늘이 그림 같았습니다. 좋은데요?
풍경소리
짧은 외출인데, 추녀 밑 풍경소리가
멀리까지 따라 나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멀리 마중 나온
풍경소리 만나서 함께 들어왔습니다.
그 녀석! 마음 씀씀이 하고는!
내게 쓰는 편지
- 어디 다녀오시는가?
- 남이야 어디를 다녀오건 무슨 상관이신가?
그런 내용의 글이 담긴 그림입니다. 내가 내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는 형식입니다.
살면서 자문자답하는 순간이 많은 건 좋은 일이지요?
이런 문답 뒤에 ‘우리가 남이가?’해도 좋겠습니다.
마음 깊은 데서는 삶을 깊이 음미하고 넓게 살라하지만, 세상에서 바삐 사느라 지친 마음은 작은 계산에도 흔들리고 게으른 후식과 얕은 즐거움에 머물러 있자 합니다.
참 아름답던 영혼들이 참 빨리 젖은 수건처럼 변하는 것을 봅니다.
가슴 아프지요. 남에 이야기처럼 그 이야기 할 수 없음! 그런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