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4.10.07 원본
원전의 청정성과 경제성은 이미 각종자료를 통해 입증이 되었으나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원전 안전성이다. 일본은 자연재해인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여 주변지역은 오염되었고 원전운전 중단에 따른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초래하는 등 국가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원전 안전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후쿠시마 원전과 국내 원전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외부전원 차단 시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시키기 위한 비상디젤 발전기가 지하에 위치해 있었고 제어봉이 자연낙하식이 아닌 하부에서 삽입하게 되어 있는 등 설계적인 취약성을 갖고 있는 것이 후쿠시마 원전이며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원전과는 설계개념부터 상이하다.
엄청난 재앙에 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후쿠시마 뒷이야기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전원과 정비원들은 현지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쓰나미가 몰려와 많은 직원 가족들이 휩쓸려가는 상황에서 일부 직원들은 도망갔지만 원전을 정지시키기 위해 많은 직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제자리를 지켰다. 물론 사람이니 도망가는 직원들도 있었을 테지만 가족들이 쓰나미에 휩쓸려 가는데도 대다수 많은 직원들은 발전소를 지키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았다. 발전소 폭발 후에도 수습하기 위해 방사능에 오염되어 죽을지도 모를 발전소로 향하는 사람도 퇴직직원이었다. 원전종사자들은 수많은 교육을 통해 사명감, 의무감이 남다르다고 생각된다.
예전 울진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할 때 일이다. 민간업체에서 납품한 설비에서 진동이 발생하여 제작사 엔지니어가 하자 점검차 격납용기에 들어왔다. 제작사 엔지니어는 음향식 방사선측정기가 정상동작하고 있다는 신호음을 방사선에 노출되어 소리가 나는 것으로 잘못 알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 민간업체직원이 사표를 제출했는가는 알 수 없다. 그날 민간업체 직원들 작업과 우리 직원들 작업을 감독하기 위해 격납건물에 들어간 내가 받은 방사선량은 엑스레이 촬영할 때의 1/100 정도였다.
원전 정비를 전담하고 있는 한전KPS 정비기술 수준은 선진국대비 96.53%이다. 정비 업무는 특성상 결함이 발생된 후 이를 정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에 세계적으로 정비기술을 100% 보유한 기업은 없다. 우리나라도 개발하지 못한 부족한 정비기술은 수입해야 하며, 1993년부터 시작된 원전 정비기술 수출은 미국을 비롯해 9개국으로 162건의 정비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주요 수출시장이며 128건 정비기술을 수출했다. 일본과 독일 등 기술선진국과 중국, 브라질, 벨기에, 대만 등에 기술을 수출하고 있어 정비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원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고 비판적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인해, 우리나라 원전산업계는 인적재해인 품질문서 위조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배운 첫 번째 덕목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절차서대로 작업을 시행하다 실패 하는 것은 용서해도 실패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정직한 원자력문화 속에서 근무해온 대다수 원전종사자들은 본인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엘리트의식과 자긍심을 갖고 있었는데 원자력마피아, 비리의 온상처럼 치부되는 요즈음 상황에 무척 당혹해하고 있다. 물론, 원자력이 불신받는 사태를 초래한 단초를 제공한 것은 원자력종사자들 책임이나 이제는 원전종사자들을 싸잡아 욕하기보다는 비리에 연루된 자들은 엄하게 벌을 주는 한편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종사자들에게는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원전 정비기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원전종사자들의 정직성과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 아닌가 한다.
* 2014.10.07 중앙일보 비즈 칼럼에는 편집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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