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 벌거숭이 임금님

듣기 좋은 이야기만 골라 듣는 속물

by 물가에 앉는 마음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은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무능하고 옷만 좋아하는 황제에게 세계제일의 옷을 만든다는 사기꾼 재단사가 나타났다. 멍청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감으로 만든 귀한 옷이라고 했으니 황제를 포함해 신하들도 멍청해 보일 것을 우려하여 아름다운 옷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드디어 완성된 옷을 입고 황제가 행차하는데 국민들은 벌거숭이 임금님을 보고 ‘멋있다.’했지만 ‘벌거벗은 것 아니야?’하면서 수군거렸다. 그러나 천진난만한 한 꼬마가 ‘황제폐하께서 벌거벗었다.’고 소리치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정말 옷이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어릴 적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 그리스 신화, 고전은 왜 몇 백 년, 몇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오며 읽히고 있을까? 시대는 바뀔지라도 인간들에게 주는 교훈적 내용과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기 때문 아닐까?

안데르센이 동화를 쓴 지 몇 백 년이 흘렀지만 회사 내에서도 동화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된다. 특히 직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주위에는 사기꾼 재단사가 몰리게 된다. 같은 사람이지만 세치 혀로 희망을 주는 사람들은 정치인이고, 세치 혀로 국민을 현혹시켜 피해를 보게 하는 자들은 사기꾼이라는데 사기꾼들은 듣기 좋은 말로 현실을 호도하고 눈을 멀게 현혹시킨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꾼들은 단점을 축소하거나 감추고 장점은 부풀려 이야기한다. 그나마 현명한 사람은 사기꾼에게 속고 난 다음에야 어리석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은 속고도 속은 줄 몰라 벌거숭이 임금님 경우와 비슷한 처지가 된다. 속는 사람이 멍청했다기보다는 사기꾼들 기법이 더욱 발전하고 고도화되었기 때문에 인텔리, 고위층도 속고 성직자도 속는 세상이다. 여기에 내부 모사꾼도 동참하며 변죽을 울리게 되면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호 사고를 복기해 보면 유사한 일이 많았다. 경찰이 구조를 못하게 한다고 방송인터뷰를 한 여자는 일본대지진 때도 거짓 인터뷰했던 사람이고 본인 사업을 위해 다이빙벨을 투입하면 만능이라고 광고한 모사꾼들이 전면에 나서고 언론이 이에 부화뇌동하니 실제전문가들은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으며 전문가들은 언론인터뷰 대상도 아니었다.

냉철하게 사고를 되짚어 봐야 한다. 배가 뒤집혀 선수 바닥이 삐죽이 나와 서서히 물에 잠기기 시작하며 이미 구조 희망은 없었지만 온 나라가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런 판에 희망이 없다고 용기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었지만 시간이 흘렀으니 상황을 복기해 봐야 한다.

- 배가 가라앉는 시점에서는 구조대가 접근하거나 선내진입 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된다.

- 침몰 후, 유속이 빨랐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도줄(Guide Line)을 설치한 후 잠수부가 투입되어야 한다. 인도줄이 없다면 잠수부를 투입해서도 안 되며 성급한 투입은 또 다른 희생이 발생되어 작업을 더디게 만든다.

- 침몰지점의 수심은 4~50m로 4 기압 이상의 압력을 받고 있다. 선내에 에어포켓이 존재한다 해도, 에어포켓 내에 사람이 있다 해도 사람이 생존할 수 없다.

- 골든타임 72시간이란 기적같이 생존했던 사례에 준한 시간이며 당시 생존자가 있었던 사고는 수심 40m에 침몰한 것이 아니었다.


회사 내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존재하지만 본인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만 이해하려고 하니 가끔 세월호 같은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사기꾼의 농락으로 이성적이며 논리적이었던 감각/사고기관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입을 닫는 상황이 되면 일은 그르치게 되고 그르치고 난 이후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는 수모는 피하지 못한다.

내 자신이 어리고 직급이 낮았을 때는 바른 소리도 잘했고 현실 비판적이었으나 이제는 듣기 좋은 이야기만 골라듣는 속물로 바뀐 것은 아닌지 내 자신부터 챙겨봐야 할 때다. 명품은 아니지만 옷과 속내의도 입었고 양말까지 챙겨 신었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흰 머리는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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