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 勞動과 修行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業務遂行하는 것을 ‘修行’으로 봤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계획된 대로 일 하는 것’을 業務遂行(업무수행)한다고 하고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을 勞動(노동)이라 한다. 간부나 직원이나 업무 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하니 모두 노동자임에는 틀림없으나 대부분 회사에서 간부는 사용자이고 직원은 노동자로 구분한다. 평상시에는 같이 노동하다가 ‘노동’ 문제가 불거지면 ‘勞使’로 나눠진다.

속어로 ‘머리를 굴려 일하는 것’을 ‘정신노동’이라 하고 ‘몸으로 때우는 것’을 ‘육체노동’이라고 한다. 예전 산업화 시기에는 ‘정신노동’은 간부, ‘육체노동’은 직원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계가 모호해져 고전적인 형태의 노사관계는 퇴색되었고 현재는 신분에 따라 ‘노’와 ‘사’가 구분된다.


종교인들이 생리적 욕구를 자제하고 육신을 닦아 정신의 정화나 신적 존재와 하나 됨을 얻으려는 종교적 행위를 修行이라 한다. 이런 행위를 속어로는 ‘도 닦는다.’라 한다. 최근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정부정책에 충실히 따라온 샐러리맨이기에 저는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세한 부과내역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종교인은 도를 닦아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직업이니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부가한다면 종교인의 修行을 ‘정신노동’으로 보는 것이므로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의 정의와 업무수행의 사전적 해석은 차이가 없지만 OECD갈등지수 2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노동이란 저항, 착취, 투쟁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임에는 분명하다. 업무수행을 ‘勞動’으로 볼 것인가? ‘遂行’으로 볼 것인가? 참으로 경계가 애매한 일이다. 땀 흘리는 ‘勞動’은 신성한 것임에 분명 하나 形而下學的인 뉘앙스가 풍기고, ‘遂行’은 깔끔하고 젠틀한 느낌, 종교인들의 ‘修行’은 고상하고 形而上學的으로 느껴지는 것은 주관적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經營三神중 한 분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은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세라를 창업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세계적 부품, 소재를 만드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또한 2010년 위기에 빠진 JAL을 정상화시킨 후 약속대로 2013년 물러나며 다시 한번 유명해졌다. 2010년 정부와 재계에서 삼고초려해서 모셔왔던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 요구조건은 월급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業務遂行하는 것을 ‘修行’으로 봤다. 실제로 1997년 교세라 CEO에서 물러난 후에는 교토 禪寺로 출가해 승려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업무 하는 것을 인격을 닦고 도를 닦는 심정 즉, ‘도 닦는 심정’으로 일했다.

교세라는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환경이 변화해도 열과 성을 다해 ‘도 닦는 심정’으로 일한다면 장기계획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 사례를 읽고도 회사업무 수행하는 것을 ‘勞動’으로 볼 것인가? ‘遂行’으로 볼 것인가? ‘修行’으로 볼 것인가? 정의를 내리지 못해 아직까지도 경계가 모호하다면 ‘도 닦는 것’을 덜 했기 때문 아닐까?


가즈오 회장과 같이 ‘修行’하는 마음으로 업무 했었는데 최근 새로운 보직을 담당한 이후 ‘遂行’또는 ‘勞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협력업체직원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은 사회적 시류에 의해 정규직화해 달라는 사안이며, 영월태양광발전소 건설공사는 준공되었으나 전주이설과 차단기화재에 의한 공사 하자처리, 공사대금지급 법정소송, 하도급대금 지급 공정거래분쟁조정, 제품성적서 위조에 따른 형사고발 등 기술적으로 쉽게 처리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한편으로는 사업을 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적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쉽게, 단기간 내에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이 ‘修行’하는 마음을 ‘遂行’또는 ‘勞動’으로 바꿔 놓은 것이 아닌지 오늘은 먼 산과 푸른 하늘을 쳐다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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