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방향으로 진격
전기공학을 전공해서 전기쟁이가 주류일 것 같은 회사에 입사했지만 이는 잘못된 전략이었다. 막상 입사해 보니 기계쟁이가 70%이며 전기쟁이는 비주류였다. 부장시절 현장 전기팀장을 하기도 했으나 입사 후 주로 수행했던 일들이 품질, 교육, 안전, 기술개발 등 주로 업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것이라 입사 후 전기공학 책을 꺼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번째 전략적 오류는 입사해서 전기 관련 업무를 하면 공부에서 해방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기계, 계측, 용접, 비파괴, 진동, 품질관리학, 교육공학, 안전공학은 독학으로 공부했고, 회사에서 보내준 경영자과정, CEO과정에서는 회계, 경영,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 등 경영학분야를 공부했다. 요즈음은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있으니 소위 이도저도 아닌 雜學(잡학) 쟁이가 되었다.
학창 시절 노는데 열중한 죄를 받느라 입사 후에는 考試(고시)를 봐도 될 만큼 많은 공부를 했지만 기술 분야 전략에 대해서는 눈이 번쩍할만한 책이나 강의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오늘 이야기하는 ‘전략’은 이론적으로 정립된 내용이 아니라 그간 체득한 지식들과 실무를 바탕으로 응용, 접목한 내용임을 모두에 밝히니 공부하듯 읽지 마시고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대충 마음 편하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戰略(전략)이란 문자 그대로 군사적 용어로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나라의 군사, 정치 경제를 비롯한 모든 자원을 이용하는 기술’ 정의되나, 비즈니스 등 전 분야에 폭넓게 쓰이게 되어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의 목표달성을 위한 방법이나 책략으로 정의되고 있다.
우리 회사 보고서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는 ‘전략’은 계획을 이끄는 패러다임化 되는데 전략이 잘 수립되면 손쉽게 목표를 달성하는 ‘힘’이 되고, 잘못 수립되면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전략을 만드는 데는 ‘돈’이 들지 않으나 전략 추진하는 단계에서 ‘수입’ 크기를 좌우할 수 있으며 ‘낭비’ 크기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
그러면 전략이라는 것은 우리 업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 회사는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과 목표가 있고, 목적달성의 방법론적인 경영전략이 있으며 부문별 전략은 처, 실별로, 세부적으로는 팀 전략이 수립된다. 팀 전략이라니 생소할 수 있는데 팀 전략도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떻게 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일까? 의문부호를 갖고 계신 분들에게 실 사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서울대 경영자과정을 마치고 안전재난팀장으로 보직받고 보니 추진목표는 ‘무재해’였으나 제대로 된 ‘안전사고 예방전략’이 없었다. 사 창립 이후 25년간 500 case정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였으나 현황에 대한 분석 자료가 부실했다. 知彼知己 百戰百勝(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정작 자신의 능력을 모르면서 전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곳곳에 산재된 기록들을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분석하면 할수록 모든 안전사고를 예방하여 목표인 ‘무재해’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 직원들이 위험한 작업을 도맡아 하고 협력직원과 일용인부 등 외부 인력은 간단하고 안전한 보조작업을 수행하는데도 사고비율은 50:50이었으며, 보행 중 미끄러지고, 중식시간 중 족구 하다가 골절사고를 입는 등 유형이 너무 다양하여 모든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계절, 요일, 시간대, 작업자 신분, 공사유형, 재해강도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여 통계내고 분석한 결과, 사고 비중이 높은 추락과 협착사고, 사망률이 높은 감전사고만 중점적으로 예방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이른바 ‘3대 재해 예방대책’이다. 수치적으로는 3대 재해만 예방하면 안전사고 50% 이상을, 사망사고 70%를 예방가능 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으나 결과적으로 사 창립 이후 25년간 연평균 18명 부상, 2명 사망이었던 안전사고 실적이 반절로 줄었고 2010년에는 사고 3건, 3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자원(안전관리자와 안전관리비)은 한정되어 있는데 모든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하여 대들었다면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례와 같이 우리는 실제 업무에서 전략과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이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략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수립될 수 있다. 참고로 이곳저곳에 산재된 사 창립 이후의 안전사고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등 ‘내 것’으로 만드는데 소요된 시간은 6개월 정도였다.
현재 기술개발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립한 전략은 여러 가지이며 이 또한 안전사고 예방 전략과 같이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국내, 외 기술동향을 근거로 한 미래기술의 변화추이가 핵심인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 또는 비결은 무엇인가? 핵심은 겉만 번지르해서 보기만 좋은 선언적 또는 추진하기 어려운 전략을 수립하면 추진계획과 실행단계에서 무리가 뒤따라 전략이 없는 것과 진배없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100대 위대한 전략가에는 이순신,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당대 영웅들이 포함되어 있다. (1등은 몽골의 수보타이 바투라는 인물로 모르는 사람이다.) 역사는 승자 중심의 기록이므로 이들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모든 전략을 수립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삼국지를 보면 유비 곁에는 제갈량, 항우 곁에는 범중, 유방 곁에는 장량이 있었으며 조조의 책사는 순욱이었다. 패자에게도 유능한 책사, 전략가가 존재했다. 책사들은 100대 전략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이중 제갈량은 중국 역사상 지략과 충의의 인물로 추앙받는다. 삼국지를 보면 삼고초려의 제갈량은 천문, 지리 등 모든 학문에 능통하여 동남풍이 부는 때를 기다려 적벽대전에서 조조 군을 제압하는 등 火攻, 反間計(화공, 반간계)의 명수이며 한편으로는 정공법에도 능하고 적의 수를 읽는데 한 발 앞섰다고 그려져 있다. 즉, 학문적 지식, 피아 강약점을 분석한 객관적 현실인식, 상대방의 전략파악 등을 종합하여 이기는 전략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모두에서 사전 정보수집 부족으로 인한 전략적 판단 오류로 곤란을 겪었듯(사실 이렇게 공부 많이 해야 하는 직장인지 입사 전에 알았으면 다른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전쟁 또는 사업과 관련된 폭넓은 지식, 피아 현황에 대한 날카롭고도 객관적인 분석, Risk Management와 Hedge방안, 선택과 집중 등이 종합적으로 집약되어야 실행가능하고 이기는 전략이 수립된다.
장진호전투에서 연합군은 추위와 중공군 공격으로 후퇴해야 했는데 미국 해병대 스미스 사단장은 ‘후퇴’ 아닌 ‘반대방향으로 진격’ 하라 하여 아군 사기를 진작시켰다고 한다. 후퇴작전에서까지 이기는 전략을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