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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 튀르키예(Türkiye)에 따뜻한 마음을

까만 눈망울에게 스콘 몇 덩어리를 양보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튀르키예 지진’ 대참사로 5만여 명이 숨졌다 하고 이재민이 수십만에 달하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을 듯하다. 지진에 관한 한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어서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대참사다. 형제국가답게 정부에서는 신속하게 100명 넘는 구호대를 파견하고 5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기업과 민간단체, 일반국민들도 정부지원규모를 넘는 구호품과 성금을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항상 선한 영향력을 주시는 선배님께서 문자를 보내셨다. 튀르키예 지진 구호품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한 내용이었다. ‘버릴까 말까 망설이던 계륵 같은 겨울옷과 침낭, 모자, 보온병, 캠핑용 매트리스 등을 지정장소로 보내면 집하하여 튀르키예로 보내줍니다.’ 땅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져 사람과 온갖 가재도구와 식량이 매몰된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할 것이다.

마침 버리려던 캠핑용 매트리스도 있고 창고에는 침낭과 랜턴, 보온병도 있어 물건을 보내려던 차에 관련기사를 보니 인천집하장이 차고 넘친단다. 과연 가슴 따뜻한 한민족이다. 간혹 너무 낡은 옷과 신발이 섞여있어 자원봉사자들이 선별작업을 해야 하며, 돼지고기 통조림은 무슬림이 먹지 않으니 마음만 받겠다며 보내지 말라는 기사도 보인다.


간편한 현금기부를 하기로 했다. 친근한 어린이재단을 통해 기부하고 ‘카카오 같이 가치’ 채널을 이용했더니 ‘여러분의 착한 마음을 응원합니다.’라는 기분 좋은 on-line 답례카드도 받았다. 기부액이상으로 흐뭇한 날이며 튀르키예 난민에 대한 안타까움이 조금은 줄어든 듯한 위안은 덤이다.

재능기부도 이어졌다. 만화가는 그림으로 애도를 표했다. 73년 전 6·25 전쟁에 참전한 콧수염 달린 튀르키예 군인이 무릎 꿇고 전쟁 폐허 속의 전쟁고아를 돌보는 모습과 튀르키예로 파견된 한국 구조대원이 무릎 꿇고 지진 폐허 속의 홀로 된 아이를 돌보는 모습이 나란히 배치된 가슴 뭉클한 그림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튀르키예 on-line에서 커다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만화가의 그림과 같은 전쟁폐허는 아니었지만 한국은 먹을 것이 부족할 정도로 못살았다. 미국이 원조한 옥수수가루, 우유가루로 만든 점심이 제공되었다. 도시락을 갖고 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딱딱하고 부슬거리는 옥수수 빵이 점심으로 배급되었다. 도시락을 가져갈 수 있었기에 친구들에게 얻어먹는 옥수수빵 부스러기의 추억이 있다. 형과 누나세대는 빠짐없이 배급되는 점심을 먹었을 것이다.

6·25 전쟁의 폐허와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암울했던 시기, 한국 국민들은 옥수수 빵과 우유가루를 먹고 힘을 얻었다. 험한 과정을 함께했던 세계인들로 인해 배고픔을 이기고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오늘날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추억 덕분인지 딱딱하고 부슬거리는 식감의 옥수수 스콘(scone)을 좋아한다. 스콘을 뜯어 입에 넣으면 아스라한 어릴 적 기억이 소환된다. 오늘은 추억을 소환하는 대신 튀르키예 지진 폐허 속 어린아이들 까만 눈망울에게 스콘 몇 덩어리를 양보했다.

몇 년 전 캄보디아를 다녀온 아내와 작은아이 짐 가방에 색색의 실로 꼬아 만든 팔찌가 한 보따리나 들어 있었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는 허접한 수준의 팔찌가 너무 많기에 의아했었다.

‘장사하려고?’

‘아니, 팔찌 파는 아이들의 까만 눈망울을 보고 지나칠 수 없어서...’

아내도 옥수수 빵과 우유가루 세대다.


모든 것을 잃고 낙담해 있을 튀르키예인 들이 희망까지는 잃지 않도록 옥수수가루와 우유가루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마음을 전해야 할 때다.


* ‘튀르키예’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2022년, 터키(Turkey)는 튀르키예(Türkiye)로 국가 명을 변경했다. Turkey는 칠면조, 멍청이, 겁쟁이란 뜻이 있으며, Türkiye는 ‘튀르키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튀르크의 어원은 ‘용감한 사람들’이니 ‘겁쟁이의 땅’에서 ‘용감한 사람들의 땅’으로 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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