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tenance Engineering World
새로 발간할 책자 제목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 기획 할 때도 제목을 정하지 못했는데 발간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命名하는 것이었다. 부서원들이 작명한 보유기술 편람, 정비기술 편람, 정비기술 백서 등 여러 후보 중 최종 낙점된 것은 ‘Maintenance Engineering World’이다. 굳이 意譯을 한다면 ‘정비기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편람’, ‘백서’ 등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고 신선함이 떨어져 탈락되었다.
‘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제목 장사’라고 한다. 머리기사 제목을 보고 신문구입여부를 판단하기에 선정적이거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눈에 띄는 제목이어야 손길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받아보신 분이나 동료 책상에 놓인 책을 보고 ‘Maintenance Engineering World?’ ‘What‘s that book?’이라는 호기심을 이끌어 낸다면 성공한 작명이라 판단된다.
핸드폰, 컴퓨터를 로그인할 때마다 검색내용보다는 광고를 먼저 보게 되는 ‘광고의 시대’또는 ‘광고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짧은 기간 기술연구원에 재직할 때 연구원이 개발한 신기술을 광고하는 Brochure나 leaflet 없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연구원을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기술연구원 Brochure를 만들라 하고 기술개발실에 온 후 발등의 불을 끄는데 정신없어 3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른 뒤 살펴보니 행정력이 부족한 기술연구원에서 Brochure를 제작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여 기술개발실에서 담당하기로 하고 이왕 만드는 김에 기술연구원, 솔루션센터, 원자력정비기술센터, GT정비기술센터 등 회사 내 모든 연구부서에서 개발한 기술을 모아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는 것으로 기획했다.
보편화되어 일반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제외하고 특별한 기술들만 추려보니 107개 기술이 발췌되었다. 아직 제목도 정하지 못한 상태라 100개 기술을 추려 ‘100대 정비기술’로 작명할까도 생각했지만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내용에 충실하기로 했다.
원자력 발전소에만 적용되는 기술 43건,
원자력 2차 및 화력 발전소에 적용되는 기술 43건,
가스터빈 발전소에 적용되는 기술 11건,
송변전 및 기타 10건,
부록에는 919건 지식재산권 목록과 중소기업으로 이전된 기술 현황이 실려 있다.
‘Maintenance Engineering World’는 기술개발실과 4개의 연구조직, 기획처 홍보팀 요원들이 수많은 견출지를 붙여가며 6개월여에 걸쳐 작업한 작품이다. 내부고객뿐 아니라 외부고객에 대해 기술을 세일즈 하는 목적이 있으니 돈을 조금 썼다. ‘일금 5천만 원’. 올 컬러에 고급 특수코팅 인쇄용지인 ‘랑데뷰’를 사용하여 244 페이지.
개발된 기술을 구입, 활용해야 하는 발전회사 등 기술수요자, 개발기술을 사업화하고자 하는 내부 고객, 또 기술이전을 받은 중소기업과 신규로 기술이전을 받아 사업화하려는 중소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000부를 제작했으니 한 권당 제작단가는 5만 원, 인건비를 계산하면 1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책이다. 裝幀(장정)과 내지가 고급스러워 책상 위 불필요한 책을 버리려 할 때도 고민할 듯하다. 책 내용이 쓸모없다면 뜨거운 라면냄비 받침으로 라도 쓰일 수 있도록 고급화했는데 이렇게만 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치부하려 한다. 냄비 받침으로 라도 써준다면 언젠가는 정비할 때 문제점에 대해 문의가 들어올 테니 투자효과는 있을 것이다.
내, 외 고객들에게 배부까지 끝내고 나니 시원한 막걸리 한잔 생각이 간절하다. 여러 권의 책을 만들어 이골이 났을법한데 命名뿐 아니라 책 만드는 일은 아직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초보인 기술기획팀장이 고생 많이 했다. 내용 구성을 잘못했다고 점심을 냈으며 오타 잡아내지 못한 죄로 여러 번 점심을 사야 했다. 오늘은 내가 막걸리를 한잔 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