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화백은 50년 후 미래를 그려냈다.
1990년대 초반 중장기 기술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향후 수십 년간 전기를 대체할 에너지원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과 비례하여 클린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발전소 정비 사업전망은 매우 밝다.’는 전망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이야기다. 최근 쉐일가스 등이 등장해도 실상 연료 구성비만 달라졌을 뿐 발전소는 계속 건설되고 있고 우리 회사 주요 시장은 현재도 발전소이며, 발전소는 향후 몇 십 년간 주요 시장이 될 것이다.
수요가 안정되어 있는 발전소 정비 사업이 ‘누워서 떡먹기’라고 오인할 수 있으나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만은 않다. 50억 원이 넘는 값비싼 최신 Robot을 구입해야 하고, 채용된 인력을 오랜 기간 교육시켜야 하며, 정비 중 새로운 결함이 나오면 100억 원 넘는 돈을 연구비로 투자하여 신기술/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정비 사업은 누워서 떡먹기가 아니다.’
원자력정비기술센터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조차도 조직을 만들어 놓으니 한 해에 700억 원을 벌어들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발족 전까지 여러 해를 준비했다. 기술개발처 교육훈련차장시절, 최 차장(현 해외사업처장), 심 차장(퇴직)과 원정센터 밑그림을 그린 후 정예요원들을 선발하여 커리큘럼 없이 일 년 동안 미국에 보냈다. 선진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떻게 사업하고 있으며 우리도 같은 일을 해서 매출을 올려야 하니 속속들이 보고 오라는 조금은 황당한 교육과정이었고 1년 동안 갔다 오라 했으니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여서 주위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수군대기까지 했다.
교육훈련차장이 자기 동기들만 선발했다고 사장실에 투서가 들어가기도 했으나 한참 패기 넘치는 차장시절이니 두려울 것도 없었고 우군들이 많아 면죄부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미국 선진사와 기술협력을 하고 어떻게 공장을 지을 것인지 설계했다. 원자력정비기술센터는 조직 발족 후 5년 동안은 제대로 된 매출을 내지 못했으니 약 10년간을 인큐베이팅 한 셈이다. 그때 교육받은 1세대 원자력정비기술센터 식구들이 입사 동기들이니 그들도 이제 정년이 코앞이다. 2, 3세대들이 앞으로 회사의 20년, 30년 먹거리를 준비하고 대비하고 하는지 관심 갖고 지켜보고 지원해야 한다.
2014-1차 미래포럼을 하면서 이정문화백이 1965년에 그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만화를 보여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원정/GT센터를 만들어 20년간 많은 사업 수익을 올렸고 기술연구원과 솔루션센터가 신기술을 개발하여 사업과 연계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문조직의 1세대들은 정년을 앞두고 있다. 선배들이 정년퇴직해도 현재의 사업은 후배들이 이어받아 사업을 계속하겠지만 향후 2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사업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여기 모이신 분들이 향후 20년, 30년 후의 먹거리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이정문 화백은 과학자도 아니고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50년 후 미래를 그려냈다. 태양열발전을 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인터넷으로 집에서 공부하고 달나라에 다녀오고 무빙워크로 이동하며 청소로봇이 청소를 하는 것을 어떻게 만화로 그려냈을까? 책을 읽고 상상했을 것이다.
기술개발실은 회사 내에서 꿈을 꾸는 부서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그림은 실행에 옮겨지고 일부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도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개발실뿐 아니라 여러 부서가 같이 꿈을 꾸어야 현실이 된다. 꿈꾸지 않는 자에게는 미래가 없지만 꿈꾸고 희망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온다.
세상에 ‘누워서 떡먹기’ 같은 사업이 있을까? 꿈꾸고 희망을 그리다 보면 그런 사업이 눈에 보이고 누워서 떡 먹는 시절이 올 것 같다.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정비 사업은 누워서 떡먹기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