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소년 아톰
1970년대 국내에서 방영되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 주인공은 원자력발전소 비상디젤발전기(EDG: Emergency Diesel Generator) 용량에 해당하는 10만 마력의 강력한 심장을 갖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우주소년 아톰이 보유한 강력한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소형 원자로였으며, 지구상에서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유일한 국가인 일본이 원자력 힘을 빌려 우주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상상력을 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오늘날 경제대국이라는 부흥을 이루었으며, 기술력에 관한 한 세계 1위라는 자존심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3월 11일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는 일본과 전 세계 원전기술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소니 워크맨, 도요타 렉서스, 닌텐도 위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일본 초일류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들로부터 찬사 받는 상품들을 만들어냈지만 일본인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과정을 보면서 허망해했다. 사고 수습용 로봇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전기, 물, 식량이 없는 밤을 지내야 하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들이 상상했던 우주소년 아톰은 없었으며 인간 보행속도와 비슷하게 시속 4Km 정도로 달리는 능력을 보유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혼다, 2004년)와 파트너(도요타, 2009년)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전 로봇운영기술, 시장중심의 R&D가 되어야
한전KPS는 발전설비 전문정비 엔지니어링업체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복구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한전KPS는 고방사선 구역, 위험구역 작업을 위해 로봇과 자동화장비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70년대에는 외산장비를 구입해 활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90년대에 들어서는 외국사와 기술협력 하여 Proto-Type을 개발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그리고 2000년대부터 미흡한 수준이지만 고유모델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였으며 2005년에는 일본 토마리 원전에 원자로헤드 관통부 검사기술(Reactor Head Penetration Inspection Technology)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비정상적인 사고를 감안한 강력한 성능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원자력 비상사고 원격대응 핵심기술 개발에 관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반영하여 인간작업을 대체할 강력한 성능의 로봇시스템 개발을 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니 연구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 같다.
연구를 함에 있어 모든 R&D 행위를 산학연이 합동으로 시행할 수는 없어도 목적성은 있어야 하며 방향성이 같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비전 제시와 로드맵을 작성하고 산학연은 이를 공유하며, 개별적으로 연구한다고 해도 각자의 연구결과를 융합하였을 경우 원자력시장에 적용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전수출을 이끌어나갈 로봇기술
신재생 에너지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세계경제 여건상 향후 원전시장은 급격히 침체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또한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환경하에서의 작업은 인간 대신 로봇으로 자연스럽게 대체될 것이다. UAE원전수출 이후 원전 경쟁력은 원전 안전성, 운전과 정비 편의성이 될 것이며, 로봇기술은 원전수출의 필수요건이 될 것이다. 위험작업의 대체뿐 아니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의 검사, 정비, 교체 등의 행위는 여전히 로봇이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공상만화가 데즈카 우사무가 1952년 탄생시킨 우주소년 아톰보다 강력한 심장을 갖고 있는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이 원자력학회가 중심이 되고 산학연 노력으로 태어나 세계 곳곳을 누비는 시기가 조속히 도래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