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대체재와 보완재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by 물가에 앉는 마음

代替財(대체재)라는 것은 서로 대체하여 쓸 수 있는 관계에 놓인 두 가지 財貨(재화), 즉 ‘꿩대신 닭’과 같은 관계다. 예를 들면 밥과 국수, 소고기와 돼지고기, 맥주와 소주 등이다. 한 재화 가격이 상승할 때 다른 재화 수요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면 완벽한 대체재라 볼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때 다른 재화 수요량이 감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가 있을까?. 쌀값이 오를 때 국수 소비량이 증가한다면 대체재 관계가 있는 것이다. 소고기 가격이 오를 때 돼지고기 소비량이 늘어날 경우에도 대체재 관계가 성립된다.

요즈음 술집에 가면 모든 것이 올랐다. 수입맥주 작은 병이 7천 원, 만원 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대체재인 소주를 먹으려고 하면 헉! 만원(취하는 것은 똑같은데 고급음식점 소주 값이 만원이다.) 부서 회식할 때 소고기는 예전부터 먹지 못했으니 돼지고기 먹으러 간다. 이런! 삼겹살 가격은 예전과 같이 12000원인데 1인분 분량이 200g에서 150g으로 줄었다. 이제는 물가에 위장 용량을 맞춰야 한다. 물가가 하도 오르니 대체관계에 있는 것도 오르나 그래도 소고기가 너무 비싸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확실한 대체재 관계가 성립한다. 요즈음 미친 물가로 인해 직장인들은 같이 미쳐 보려고 대체재 관계에 있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먹는가 보다.


補完財(보완재)라는 것은 두 가지 이상의 재화를 사용하여 하나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재화다. 커피와 설탕, 빵과 버터 같은 관계다. 각자가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합쳐졌을 때 상승효과 내지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보완재다.

* 아래 이야기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니 시험 볼 때 답으로 적으면 큰일 난다.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말은 쓸모없다는 뜻으로 쓰입니다만 앙꼬와 찐빵이 합쳐 팥빵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으니 확실한 보완재다. 이밖에 무엇이 있을까? 단무지와 짜장면, 짜장면은 단무지와 먹어야 제 맛이다. 비 오는 날, 세로토닌의 작용으로 파전이 먹고 싶은데 막걸리가 빠지면 격이 맞지 않으니 보완재라고 우겨본다. 1차가 끝난 후 집에 가기 섭섭해서 먹는 생맥주와 치킨도 보완재다.

치킨과 막걸리, 생맥주와 파전을 먹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울리지 않으니 이것은 보완재가 아니다. 앞서 소주와 맥주는 대체재라 했는데 요즈음 폭탄주를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주, 맥주, 양주 등 각개의 재화가 합쳐져 폭탄주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으니 이 경우에는 보완재다. (가끔 양푼에 각종 술과 안주를 넣어 비벼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흔하지 않으므로 이것을 보완재라 하지는 않는다.) 보완재 이야기를 쓰다가 발견한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선인들의 지혜다. 옛 말에 바늘 가는데 실 간다는 말이 있는데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지 않은 우리의 선인들은 실과 바늘이 보완재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夫唱婦隨(부창부수), 부부 사이의 화합하는 도리를 일컫는 말로 바늘 가는데 실 간다는 말과 동일한 뜻이다. 사내에서 부창부수는 각 처, 실간의 관계다. 그래서 각 처, 실 간 관계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다. 감사실, 기획처, 법무팀... 노동조합까지 조직 역할이 모두 상이하다. 독립적인 기능을 하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행위를 할 수 없다. 사업개발처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공사 전 Risk Management를 하려면 기획처의 분석, 계약서에 대한 법률검토는 법무팀, 인력조달은 인사노무처, 계약은 경영지원처, 부족기술과 장비 등은 기술개발실, 기술연구원, 솔루션센터 도움이 필요하며 노사갈등은 노동조합 도움이 필요하다.

간혹 돌출부서가 있기는 하다. 회사 일을 혼자 하는 것 같은 자만과 부서이기주의로 인해 타 부서와 담을 쌓고 사는 부서가 있다. 경영학에서 이러한 현상을 사일로 효과(Organizational Silos Effect)라 한다. 곡식을 저장하는 굴뚝모양 창고를 사일로라고 하는데 타조직과 담을 쌓고 내부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최근 들어 성과주의가 심화되면서 지나친 경쟁심리가 조성되어 조직이기주의라는 병폐가 심화되고 있습니다만 일부 부류가 조장하는 부서이기주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경영학에서 언급한 대체재와 보완재는 법칙이나 이론이 아니고 정의이기에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본사 경영실적평가 결과 기술개발실은 제일 기분 좋은 B등급을 받았다. 물론 S등급을 받아 성과급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평균치를 받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다른 사람 몫을 빼앗아 왔다는 죄책감도 없고 내 것을 남에게 빼앗겼다는 박탈감도 없으니 행복한 B등급이다. 기술개발실이 지난 한 해 보완재 역할을 충실히 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조직 간의 관계가 보완재라고 했는데 제 역할을 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바로 대화다! 상대부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 풀어가야 하고 거기에 막걸리라는 촉매가 있다면 효과는 더욱 상승된다. 하지만 觸媒(촉매)를 많이 사용하면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言語反復(언어반복)의 부작용이 있으니 적정량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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