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수만의 계약형태
우리 회사는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회사이니 廣義(광의)로 해석하면 모든 사업에서 기술을 파는 것이지만 기술개발실에서 행하는 기술거래는 개념이 다르다. 기존 사업은 기술 인력을 활용한 정비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이지만 기술개발실에서 취급하는 거래품목은 무형재산인 특허, 영업권, 회사의 name value 등이다. (회사의 name value도 파나요? 팝니다! 기술을 사는 업체에서 우리 회사 로고를 사용하겠다는 의사가 있으면 판매 가격을 올린다.) 상대회사는 장비 등을 제작하는데 우리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회사가 주문받아 장비를 제작하고 납품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나 공기업이다 보니 주문받아도 장비제작업체와 수의계약 하기 어렵기에 현재는 라이선스許與(허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작년에는 특허가 아닌 R&D비밀 유지계약서 한 장을 근거로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지금 생각해도 상대방을 잘 만났으며 운이 따라 줬다.
기술개발실 부임 후 우리 회사 R&D 성패기준에 대해 단순무식하게 정의를 했다. ‘사용되지 않고, 팔리지 않는 R&D는 실패한 것이다.’ 연구를 수행하시는 분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으며 미래Forum, 기술개발 심의위원회 때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한편으로는 기술개발실도 내부적으로 성과물을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판매절차를 만들고, R&D성과물 Roadshow도 개최하고, 회사가 창사 이후 보유한 지식재산권 편람을 발간했으며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ERP도 구축하는 등 기술 판매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단순무식한 정의와 홍보 전략이 주효했는지 올해는 밀려드는 기술거래요청에 조금 더 바빠졌다. 엊그제 1건의 기술거래가 성사되었고 2~3건의 거래를 진행시키고 있다.
기술거래는 민간 기업에서도 흔치 않은 업무다. 우수한 기술, 돈이 벌리는 기술에 대한 정의가 구매자, 판매자 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기술 가치에 대한 인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사실 일련의 거래과정은 기술적이라기보다는 시장분석, 소비자심리, 마케팅, 협상전략, 법률해석 등 경영학적인 요소가 더욱 많다. 전기, 기계, 경영, 품질, 교육, 안전공학 등 雜學(잡학)을 공부한 얼치기 기술자에게 적합한 분야일지 모른다.
기술거래는 상대방에게 판매하는 조건에 따라 기술료를 산정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물론 이론적으로 기술료를 산정하는 공식이 있기는 하나 이는 단순히 참고사항일 뿐 해당기술의 시장성에 철저히 좌우된다. 또한 거래의 주도권이 파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자 하는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도 있어 사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분석이 매우 중요하며 내가 평가한 금액이 1억이라도 상대방이 생각한 금액이 10억이라면 10억에 팔 수 있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소비자심리학에 정통해야 하나 실전에서는 상대방이 얼마나 사고 싶어 하며,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눈치 빠르게 긁어야 한다. 하지만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는 사람은 싸게 샀다고 느껴야 하며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았다는 기분이 들어야 성공적인 거래가 된다. 추후에 서로가 주판알을 튕겨보면 결론이 나겠지만 적어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에는 서로가 만족할만한 그런 거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기술료는 상대방이 해당기술로 사업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과 무관하게 일정금액을 내는 Basic Royalty와 사업수행 실적에 따른 Running Royalty를 적절하게 조율해야 한다. 기술을 파는 쪽에서는 Basic Royalty를 선호하며 사는 쪽에서는 Running Royalty를 선호하니 이를 조율해야 하는데 Basic Royalty를 받게 되면 Running Royalty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고 Basic Royalty가 없다면 Running Royalty비중을 높여야 한다.
영업지역도 기술료 산정의 중요 요건이다. 한국 내로 판매를 제한할 것인지 전 세계 영업을 허가할 것 인지에 따라 산정을 달리 해야 한다. 또한 기술허여시 해당업체에게 배타적 독점권을 줄 것인지 아니면 원하는 계약상대자 모두에게 허여 할 것 인지도 주요 변수다. 배타적 독점권을 준다면 기술료를 올려야 한다.
2013.08.22 새롭게 도입한 계약방식은 판매실적에 따른 기술료를 납부하는 방법인데 우리 회사 특허를 이용하여 장비를 제작, 판매하려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10대까지의 기술료는 4천만 원/대, 다음 10대부터는 2천만 원/대 로 산정하여 우리 회사는 R&D비용을 조기에 환수하고 상대방이 열심히 영업활동을 할 경우 기술료 일부를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료 遞減算定方式(체감산정방식)이 교과서에 나와 있는 계약모델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약이란 양방이 합의하면 되는 것이므로 수천, 수만의 계약형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기술료 1억은 공사금액으로 환산하면 원가율 90% 공사일 때 10억 원 상당의 공사를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투입되는 노력을 따지면 100억 원에 상당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협상하고, 계약하는데 소요되는 노력과 맨파워를 10억짜리 공사에 투입되는 노력과 견주면 1/10 정도라 할 때 효율 면에서는 100억짜리 공사를 한 것과 비슷한 효율을 낸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효과 이외에 Blue Color적 사업구조에서 탈피하여 White Color적인 사업영역을 개척한 것이니 무형적인 효과가 크다. 지난 30년간 해외업체에 기술료를 주어왔는데 이제는 기술료를 받는 회사가 되었으니 모든 분야에서 업무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더욱 기분이 좋다.
‘사용되지 않고, 팔리지 않는 R&D는 실패한 것이다.’ 단순 무식하게 정의한 R&D의 정의가 맞는다면 향후 우리 회사 기술거래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R&D과제 착수 전부터 결과물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팔릴 것인가?를 심사하고 연구를 수행하시는 분들도 활용도 제고를 위해 노력할 테니 팔릴 확률이 높아지게 되고 그만큼 팔리는 기술이 늘어날 것이다.
작년에는 천만 원대 Royalty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번 계약의 성사로 억 원대의 Royalty 수입을 기대하게 되었다. 내년에는 십억 대 Royalty를 받았으면 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좋은 R&D결과를 도출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동안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무식하게 또는 싸움닭처럼 대한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기술 거래에 의한 모든 성과는 여러분들의 몫이고 기술개발실은 거래만 성사시킨 중계인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