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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일의 즐거움 (김영사刊, 다나카 고이치著)

나는 내 일을 즐기고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영광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할 때 우리 팀 식구들에게 ‘일할 때는 놀듯 즐겁게, 놀 때는 일하듯 치열하게’라는 잔소리를 수없이 해댔습니다. 잔소리 덕분인지 우리 팀 식구들은 정말로 즐기듯 일 했고 극성맞게 놀았지요. 식구들은 저를 형님처럼 잘 따라줬으며 진정으로 사랑했던 식구들과 사업소를 떠나면서 많은 後悔(후회)는 없었습니다만 떠난 후 뭔가 부족하지 않았던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팀의 Vision은 ‘출근이 기다려지는 직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료실을 뒤적이다 책 한 권 발견했는데 2002.10월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의 自敍傳(자서전)이었습니다. 박사도 교수도 아닌 그가 노벨상 수상 후 강연과 인터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없게 되자 2003년 3월 엔지니어로의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인기, 명예를 뒤로하고 다시 샐러리맨으로 복귀한 그의 자서전이라면 어쩌면 풀지 못한 숙제의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개발한 방법의 원리를 나는 모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법이며 응용이지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受賞(수상)이 확정되고 나는 왜 상을 받아야 하는지 영문을 몰라 선정위원에게 물었다. 아무리 사소한 발견이라도 導火線(도화선)이 된 최초의 발견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노벨도 학자가 아닌 엔지니어였다. 사소한 계기일지라도 이론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류에 기여하는 기술이라면 수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샐러리맨이자 기술자이다. 두뇌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전기공학을 전공했기에 화학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모자라다. 묵묵히 연구를 해온 결과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잡게 되었지만 동료들과 함께한 팀워크의 승리라고 믿고 있다. 팀워크는 조직이 가진 강점이자 큰 재산이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시마즈제작소는 CT Scan, MRI를 만들고 있었다. 입사하자마자 연구소에 배치된 나는 레이저를 이용해 분자의 무게를 재는 질량분석장치 개발팀에 배치되었다. 나는 실험과정이 너무 즐거워 나도 모르게 그 작업에 빠져들었다. 또한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보고 이 방법이 좋겠다 싶으면 즉시 시도 하였다. 나는 끈기가 있었기에 계속되는 실험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실험을 즐겼다. 내가 최초로 참여한 프로젝트는 제품화되지 못해 실패하였지만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분자 질량분석방법을 발견하게 되었다.


특허출원 하여 회사로부터 1만 엔의 報酬(보수)를 받았다. 이 기술로 인해 회사가 벌어들인 돈이 거의 없었고 더욱 발전된 기술이 보급된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중요한 특허로 남아있지도 않다. 하지만 특허는 남보다 먼저 개발했다는 공적인 증거로서 의의가 있다. 나에게는 돈보다도 실험 할 때의 즐거움, 세상에 기여하는 기술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라는 충만감이 더욱 중요했다. 물론 당시에 회사가 그로 인해 많은 돈을 벌었다면 나도 얼마만큼의 보수를 요구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매출이나 기술적 공헌에 관한 사내표창을 받아 보수의 합계는 결과적으로 수십만 엔에 달했다.


시마즈 유럽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느낀 점은 일본은 완벽을 추구하나 영국은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실패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신제품은 어느 정도 결함이 존재한다고 여긴다. 영국인들은 새 차를 살 때도 일본사람들처럼 출시되자마자 사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었기에 결함이 있을 것이므로 사람들이 사용해 본 후 1~2년 후 결함이 보완되면 사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일본의 과학기술에 대해 말할 때 인재가 고갈된다는 지적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개인을 발굴하고 숨은 재능을 키워주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스승들을 잘 만나 항상 격려해 주고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자네의 연구 자세는 훌륭했다.' 그리고 현장을 뒷받침해 주는 기업의 엔지니어나 기술자들을 존경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얼마나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지가 널리 알려지고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기쁨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회사도 각 부문의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제품의 기초개발, 제품화, 조립, 테스트, 판매등 일련의 사이클을 모두 담당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일련의 사이클을 경험한 사람 중 하나로 나는 이러한 귀중한 기회 덕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고 기술개발자로서의 자부심과 고객을 기쁘게 했다는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주임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괴짜라고도 하지만 내가 승진시험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며 관리직에 오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선배들의 말도 一助(일조) 하였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다 보면 놀라운 발견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 이상한 결과가 나왔을 때 상식에 얽매인다면 결과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이론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실패를 단정 지었다면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어 했으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욕구가 강했다.

노벨상을 받고 나서 훈장, 명예박사, 명예시민, 객원교수 등 직함이 많이 늘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하니 계속 현장에 남아 일을 하려 한다. 이것저것 실험하며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샐러리맨 생활이 즐겁다. 개인이 창조성을 발휘하려면 용기, 도전, 불굴의 의지, 조합, 새로운 시점, 장난기, 우연, 노력, 순간적인 번득임이 필요할 듯하다.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 이외에 분위기도 중요하다. 다양한 재능을 모이게 할 수 있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 회합의 장’과 ‘경쟁’도 필요하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에필로그에 썼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講演(강연)이나 取材(취재)가 줄어들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에 집중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엔지니어로서 이제까지 활동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어떠한 명예가 주어지더라도 나는 연구자로 그리고 엔지니어로 계속 남고 싶다. 나는 내 일을 즐기고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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