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커다란 난관은 제작된 블레이드에 대한 실증시험
본 연구과제는 발전회사에서 보도 자료를 돌려 연합통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혹시 발전회사 주도로 블레이드를 개발하는데 우리 회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 과제기획 단계부터 이야기로 구성해 봤습니다.
GT정비기술센터가 우리나라 GT부품 재생정비기술의 메카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매출액 증가세가 정체를 빚고 있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구상을 하게 된 것은 오래전 일이며 일환으로 본 과제를 기획한 것은 올해 초 입니다.
GT정비기술센터가 오랜 조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을 위해 가스터빈 블레이드 제작기술을 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가스터빈은 작동원리상 입구온도가 50℃씩 증가하면 8~12% 출력 증대와 2~4% 효율증가를 가져오게 되어 입구온도를 증가시키는 기술 진보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입구온도에 따라 D급, F급, G급등으로 나뉘며 알파벳 순서가 빠를수록 舊機種(구기종)입니다. 이번에 개발하고자 하는 D급은 당연 구기종에 해당합니다. D급 구기종을 택한 이유는 제작사 특허가 소멸되었고, 금속 및 기계학적으로 제조하기 쉽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D급 기종은 국내 27기, 전 세계적으로 171기가 운전되고 있어 기술 접근성이 수월하며 시장성 또한 양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술적 접근성이 수월하다고 해도 시작품을 제작하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기술적, 설비적 제약요소가 따릅니다. 정밀주조를 하려면 용광로 등 설비뿐 아니라 금형, 주형을 만드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제작도면은 우리 회사에서 개발하고 주조 부분은 전문회사인 STX엔진이 답당하기로 하였습니다. 제작된 블레이드에 대한 비파괴검사, 기계, 화학조성검사 기준은 전력연구원이 담당했습니다. 주조된 블레이드를 설비에 장착하기 위한 정밀가공과 고온에 견딜 수 있도록 코팅하는 부분은 우리 회사에서 담당합니다.
가장 커다란 난관은 제작된 블레이드에 대한 실증시험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 운전조건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Pilot Plant가 없으며, 우리 회사 소유 발전소가 없으므로 실증시험 부분은 동서발전과 협약을 맺었습니다. 일정 매출로열티(Running Royalty)를 주고 발전회사의 운전 중인 발전소에 개발된 블레이드를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블레이드 파단사고에 대비하여 별도 보험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물론입니다.
본 과제는 기획 단계부터 블레이드 제작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분석하여 우리 회사가 미보유한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외부기관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발전소 운영사인 발전회사와 협약을 맺어 판매처까지 확보한 사례입니다. 연구 과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기술개발 후 판로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좋은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물론 판매처까지 확보했다고, 또 블레이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앞날이 순탄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작사등 기존 납품선에서 가격을 낮추는 등 위험요소는 상존합니다. 우리 회사는 고정체인 연소실부품 등을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으로 개발하여 국내, 외에 공급한 사례가 몇 건 있었지만 부품개발 후 기존 납품선에서 가격을 낮추는 행위로 인해 많은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연구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쓰디쓴 실패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몇 번의 경험이 있기에 원가계산을 했지만 본건은 연구개발비를 회수하려면 개발 후 6년이 경과되어야 하고 정밀가공을 위한 장비구입까지 감안하여 감가상각비까지 고려한다면 손익분기점은 10년 후로 후퇴합니다. 기술개발심의 실무위원회와 본위원회에서 열띤 공방을 한 부분은 수익성 부분이었습니다. ‘돈 되는 기술’, ‘사업성 있는 기술’만을 개발해야 하는 기업 R&D의 당위성만을 놓고 심의한다면 본 과제는 탈락되어야 하지만 ‘미래의 사업 Seeds’를 위해서 본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며 모험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심의위원들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블레이드 개발에 성공한다면
선박 및 항공기 정비 사업으로 정비영역 확장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으며 신기종 블레이드 제작 기반기술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공을 들인 본 과제가 성공하여 후배님들이 KPS 마크가 새겨진 터빈 블레이드를 정비하게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후배님들이 회사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터빈블레이드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과 우리 회사가 만든 터빈블레이드가 장착된 비행기와 크루즈선을 타고 해외출장과 세계여행 다녀오시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