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구매하고 싶은 기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처음 본사생활을 시작한 곳이 기술개발처입니다. 본사 근무하면서 교육훈련과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관리본부에서 4년간 근무하는 외도도 했지만 10년 정도를 기술개발처에서 근무했으니 친정 같은 곳입니다. 한때 본사 최대규모를 자랑하던 기술개발처가 그간 많이 衰落(쇠락)하여 기술연구원에 속한 기술기획팀으로 편재되었다가 2011. 07.01부로 독립하여 본사 超 Mini室인 기술개발실로 변했고 예전 사무실 위치인 16층으로 이전하여 오늘 신장개업 합니다.
작년 말 기술기획팀으로 발령 나기 전 제 進路(진로)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조언해 주셨습니다. '팀장을 오래 했으니 이제는 스텝 노릇 그만하고 사업소가서 소장으로 경영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 퇴직하려면 6년 정도 남았으니 맞는 말씀입니다.
'터 닦아 놓았으니 내려와서 같이 하시지요.' 월성 2 사업소 김병관 위원장님 말씀입니다. 이 말씀 또한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위원장님하고는 업무뿐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잘 어울리거든요.
'기술개발분야 방향성이 정립되지 않아 걱정된다. 실장님이 정리해야 한다. 본인만을 위해 사업소 간다면 책임을 懈怠(해태)하는 것이다.' 입사동기 某(모) 처장님 말씀이신데 이 정도면 맞는 말씀을 떠나 협박 수준입니다.
친정인 기술개발실로 돌아왔습니다. 영광 5,6호기 전기팀장, 서울대 경영자과정, 안전팀장을 거쳤으니 10년 만에 친정에 돌아온 것입니다. 귀한 자리 내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는 부서를 담당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내부경영평가 5년 연속 꼴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조금만 노력해도 성과 날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산적한 일거리가 있기에 행복하고 제가 맡아야 한다고 협박해 주신 선, 후배님과 동료 분들이 계시기에 행복합니다. 제가 해야 한다고 협박하신 분들은 저를 도와주지 않을 수 없기에 그만큼 응원군도 많다고 생각하니 마음 든든해서 행복합니다.
현장 근무할 때는 전기팀이야기를 썼고, 안전재난팀 근무할 때는 3년간 안전편지를 썼습니다. 기술기획팀에 와서는 인원과 업무세팅 하느라 정말 바빠 우리 회사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두어 달 전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숨 쉴만한 여유를 찾았기에 정비현장도 중요하고 안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우리 회사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지식범위 내에서 써내려 가려하고 혹시 기술개발과 기술기획에 대해 의문사항이 있어 질의 하신다면 공부해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전기팀에 근무할 때는 현장이 최고라고 했고
안전재난팀에 근무할 때는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기술개발만이 회사 앞날을 보장해 준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되더라도 이중성격, 삼중성격자라고 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흔히 기술기획업무를 뜬구름 잡는 업무라고 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5년, 10년 앞을 상상해야 하는 독특한 업무이기에 假想(가상)의 設定(설정)도 해야 합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한참 전, 만화가들은 우주공상만화를 그리면서 우주복과 흡사한 모양의 복장을 입은 우주인을 그려냈습니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만화가들은 뜬구름을 잡아 현실화시킨 사람들입니다.
얼마 전 전입차장님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 했습니다. '우리 실 업무는 상상력을 필요로 하며 단시간 내에 끝나는 것은 없다. 정답 없는 문제로 며칠을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답에 가장 가까운 답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우리 실 업무이고 그것을 고민하라고 만든 조직이 우리 실이다.'
10 수년 전 중장기 기술개발계획을 만들며 원자로 폐로 기술개발, 로보틱 기술개발, 인공지능형 전문가시스템 개발이란 이야기를 처음 등장시켰습니다. 폐로기술은 상황이 바뀌어 고리 1호기가 수명연장으로 2030년에 사용될 것이나 증기발생기 교체 등으로 관련기술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로보틱기술은 현재 각광받고 있으며 너도 나도 뛰어드는 경쟁시장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형 전문가시스템은 일반 차량정비소에서 사용될 정도로 일반화되었습니다.
강산이 한번 반 정도 바뀌는 짧은 시간 만에 기술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했습니다. 친정에 돌아와 우리 회사 기술의 미래를 그려보는데 기술개발실뿐 아니라 여러분들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상상력을 합쳐서 실행하는데 일조하겠습니다.
한편으로 묵은 제도들을 검토해서 바꿔보려고 합니다. 제가 십수 년 전 만들었던 제도들이 아직까지 운영되고 있어 한편으로 불만입니다. 시간이 흘러 효율성 떨어지고 시대조류에 맞지 않는다면 없애거나 바꿔야겠지요.
철저하게 사업소와 연구조직을 돕고 지원하는 마음으로 일 해볼까 생각하고 연구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들도 개선해 보겠습니다. 연구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가격과 성능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술’ 및 ‘고객이 구매하고 싶은 기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여러분들과 같이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