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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 담백하게 산다는 것(1)

담백하게 산다는 것(1) (양창순著, 다산북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세상 흐름을 읽는 차원에서 ‘스타트업처럼 혁신하라(에릭 리스著, 인사이트刊)’를 빌렸는데 머리가 뻑뻑해질 것 같아 윤활유 역할을 해줄 책을 찾다가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라는 부제가 달린 ‘담백하게 산다는 것’을 골랐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전문의로 서양 정신의학만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한계를 느껴 ‘주역과 정신의학’을 접목한 논문으로 성균관대학에서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SERI CEO에서 100회 이상 ‘심리 클리닉’을 진행했다.


회사 내에서 혹은 친구 사이에서도 조그마한 일로 갈등이 생겨 싸움으로 번진다. 중재하고 말리는 처지에서 양측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거 애들이야? 어른이야?’ 할 정도로 쪼잔한 일이 주먹다짐 일보 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을 자세히 보면 조그만 갈등이 쌓이고 쌓인 것으로 남들에게 이야기하기도 민망한 경우가 많다. 심리학은 그다지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나 ‘이거 애들이야? 어른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바라볼 때도, 상대방과의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다.


프롤로그: 내 삶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내 삶이 조금은 밝고 평안하기를 바라지만 비 오는 날도 있고 이로 인해 얼룩도 생긴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온 얼룩,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만들어진 얼룩까지도 모두 현실이고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나는 비관주의자이기에 불안한 생각이 들면 비극적 상상을 하는 버릇이 있다. 또한,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내 나쁜 버릇 중의 하나다. 지난 인생을 뒤돌아보면 가장 후회되는 것 중의 하나가 지나치게 감정적 반응을 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로 인해 내 인생에 생겨난 수많은 얼룩을 생각하면 지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제발 좀 담백하게 살아보자’라는 말이 내 삶의 버킷리스트가 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시인 아르투르 랭보가 말했듯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그로 인한 흉터와 얼룩이 없는 인생도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의연해 질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햄릿의 독백처럼 죽기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너무 크고, 살기에는 힘든 일이 너무 많다. 내가 죽고 싶은 것이 정말로 죽고 싶은 것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이다. 결정하고 선택한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련을 버리는 것처럼 복잡한 계산에서 단순하게 전환하는 것이 담백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1장 담백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

먹방이 많아졌다는 것은 우리 생활이 윤택해졌다는 뜻이므로 반가운 일이지만 정신 의학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이 신기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먹방으로 다른 사람 먹는 모습을 한 시간 내내 보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는 기차 지나가는 모습을 한 시간 동안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먹방의 성행은 스트레스는 많고 해결할 방법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스트레스는 ‘평상심을 잃게 만드는 모든 것’으로 정의 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를 전쟁상태로 받아들인다. 몸이 긴장되고 심장이 빨리 뛰므로 숨이 가빠진다. 뇌에서는 자극적이고 빨리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지령을 내려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다. 반면 마음이 편안할 때는 간이 덜하고 담백하며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찾게 된다.


음식에서 담백함이란 밍밍하고 싱거운 맛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우려낸 깊은 맛이 담백에 가까운데 한국인들은 이 깊은 맛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유명음식점의 화려한 장식이 맛까지 보장하지는 않듯, 인간관계도 비슷해 화려하게 포장된 부자연스러운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상대방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고 받아들여 주기 바라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어서 하지는 않는다. 모순되지만 나를 싫어하고 떠날까 봐 두려워서다. 그러나 사실 허심탄회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관계가 오히려 더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편한 덕분에 자연스러운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음식이나 인간관계에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많게 딱 필요한 만큼만 절제한다면 많은 부분이 단순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담백한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다.


2장 담백한 삶이 가져다주는 최고의 선물

담백함이란 ‘지나친 기대치를 내려놓을 때 느끼는 기분’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언제나 완벽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며 나를 찾아온 여성은 상담과정에서도 ‘이 세상에 그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사람일수록 관계 속에서 바라는 것이 많고 기대치가 높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하고,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환상에 가까운 기대치를 들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내려면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대치를 내려놓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삶이 어려운 이유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주식의 고수가 ‘주식이 반 토막 났을 때 잠이 안 온다면 그 사람은 주식을 하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불안을 이겨내는 사람이 성공하고 불안감에 지면 추락하고 건강마저 잃게 된다는 뜻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이 가장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취업이나 학점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 애인과 친구 가족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고 떠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인간은 태어난 환경이 어떨지, 부모가 나를 사랑해줄지, 내 인생이 어떻게 풀릴지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내던져진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인간은 실존 자체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주식이나 인간관계나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불안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담백하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가벼운 실수에 대해 웃어넘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살다 보면 굳이 자존심을 세워가며 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된다. 겉으로 허세가 가득하면 내면은 늘 전전긍긍한다. 내가 내 집의 주인이듯 내 삶의 주인이 내 자신이란 것을 이해할 때, 끊임없이 나 자신을 가꾸고,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내 주위에 남지 않을 사람들의 평가를 과감하게 무시할 수 있는 건강한 자존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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