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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담백하게 산다는 것(2)

담백하게 산다는 것(2) (양창순著, 다산북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한겨울 밤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렸다. 분명 카카오버스 앱에는 ‘1분 후’라고 나와 있었는데 추위 속에서 십 분을 기다렸다. ‘택시 탈까?’, 아는 사람이 없는데도 오기가 생겼다. ‘이 고생을 하고 아직까지 기다렸는데 기다린 고생이 너무 억울하잖아!’ 그로부터 10분 후 버스가 도착했다. 그놈의 ‘손실 혐오의 법칙’ 때문에 시린 발이 고생했다. * ‘손실 혐오의 법칙’ 본문에 나옴



3장 담백한 삶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들

우리는 흔히 ‘나는 내 편’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나를 들볶고 못살게 굴 때가 얼마나 많은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안다. 우리는 너무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과거에 한 일로 자신을 비난하면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에게 수시로 ‘넌 이 정도까지 해내야 해’라고 요구하다가 그게 안 되면 자책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당위성의 횡포’라고 한다. 내 마음속에 나를 감시하고 야단치는 사감 선생을 모시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위성의 횡포’는 스스로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 친구, 회사 동료, 부하직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람 사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다. 흰개미가 오랜 기간 나무 기둥을 갉아 먹은 끝에 집이 무너지듯이, 사소한 상처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다 한꺼번에 관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저항과 분노, 거부와 억압의 단계를 거친다. 저항은 상대방의 언행이 불쾌해 비난하고 싶을 때 발생한다. ‘시어머니 앞에서 당신 음식은 맛이 없어’, ‘나름 멋있게 입었다고 생각하는 남편에게 무슨 차림이 그래, 촌스러워’ 이런 일들로 인해 저항감이 생긴다. 되풀이되는 경우 어느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넘으면 ‘거부’의 단계로 넘어간다. 거부단계에서는 언어폭력, 반대로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가출, 상대방의 기분을 일부러 나쁘게 만든다. 이 과정을 지나면 ‘억압’의 단계로 넘어가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도록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다. ‘더 이상 싸울 가치도 없어. 그냥 남들 눈에 부부로 보이기만 하면 돼.’ 이런 부류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기려 애쓰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부부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작은 일로도 상처, 갈등, 분노가 유발된다. 분노는 마음속에 가둬 놓을수록 다스리기 어려워지므로 건강한 삶을 위해 치유해야 한다. ‘자신이 경험하는 작은 상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4장 담백한 삶을 위한 마음 솔루션

주식에서 발 빠르게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잘 되겠지.’하고 버티는 것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의 표현이며 이를 ‘손실 혐오의 법칙’이라 부른다. 인생에서도 ‘지금 상황이 매우 잘못되어 가고 있으며, 나아지려면 하루빨리 이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있으나 그때 발목을 잡는 것이 ‘손실 혐오의 법칙’이다. ‘이 고생을 하고 아직까지 기다렸는데 기다린 고생이 너무 억울하잖아!’ 우리 의식은 결사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데 거기에 손실을 인정하기 거부하는 심리까지 더해지면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직장생활 내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찾아왔다. 나름 성공했고 스스로 원하는 만큼 부자도 되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지적하고 야단치고 가르치려는 탓에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주변에는 못난 사람이 많기에 인복이 없다고 한탄한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배우자, 부모, 친구와 만났을 때 인복이 있다고 하며 사회에서는 원하는 대로 이끌어줄 때도 인복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살면서 그런 사람 만날 확률은 매우 낮다.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담백하고 편안한 인간관계를 해가는 방법이다.


5장 담백하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 담백하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는 그 어떤 야망이나 부유함보다 더 중요하다.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도 더 건강하게, 더 즐겁게 삶을 누릴 수 있다. 병이란 결국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 신체적 질환을 앓으면 몸의 에너지가 저하되고 걷기조차 어렵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근심, 걱정, 불안, 분노는 마음의 에너지를 고갈시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하루 세 끼를 먹듯 내 마음에도 수시로 에너지를 채워줘야 한다.

약간의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당위성의 횡포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것

나에게 어떤 스트레스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부동산재벌이 우울하다며 찾아왔다. 그는 종일 부동산을 보러 다니고 집에 오면 방에 걸린 우리나라 지도를 보며 내 땅의 위치를 보는 것이 일과인데 그가 불행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아무리 땅을 많이 사도 지도상에는 점에 지나지 않았다.

‘감사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켄터키대 스노던 박사는 일곱 군데 수녀원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생활습관을 관찰한 결과 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 자세를 지닌 수녀는 불평 많고 부정적이었던 수녀들에 비해 수명이 7년 정도 더 길었고 뇌세포 파괴 정도가 덜했다.


에필로그

상담하면서 꿈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대부분 ‘행복’이라 한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무엇이 행복이냐는 질문에는 어김없이 ‘돈’이라 하며 ‘50억 원’은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우선적 가치를 ‘돈’이라 하지만 ‘돈’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돈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적 가치는 돈’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 문제는 원하는 만큼 돈을 벌기는 쉽지만, 인간관계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데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며 실체를 모르고 엄벙덤벙 하는 것 중 우리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간관계이나 실패하고 나서야 중요함을 깨닫는다. 또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고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적다는 특징도 있다.

인생을 좀 더 가볍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고 싶다면 변해야 한다. 눈치 보고 걱정하며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으면 변해야 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야 하나 우리는 본인이 변화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이 변하길 바라왔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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