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약점에 상상력을 더하니 아주 강력한 장점이 되었다.
오래전, 낚시친구 J국장이 중국산 낚싯대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You tube를 보니 가성비 좋은 중국산 낚싯대가 많이 나옵니다. 낚시 프로들이 사용해보곤 품질도 괜찮다고 하네요.’ 나는 얼리 어댑터도 아니고 시대변화에 조금 둔감해. 이베이도 늦게 시작했고 당근마켓은 이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십 년 전 낚시로 알게 된 사람이 중국산 낚싯대를 수입해 팔았는데 품질이 조악했다. 가격은 국산의 1/3수준이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실망한 기억이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J국장 이야기가 생각나 중국산 낚싯대로 Field Teet하는 You tube를 보니 무게, 내구성 등 품질도 그런대로 쓸 만하고 가격은 국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헐했다. 내친김에 알리익스프레스 회원가입을 했다. 하지만 막상 구매하려다보니 아무리 중국산이지만 거짓말 같은 가격에 배송비까지 무료라니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게 말이 되나? 앱을 잘못 깔았나?’ 물건을 받을 수 있을까? 몇 번을 망설였다. 低價(저가) 국산낚시대도 중국에서 만든 OEM이니 속는 셈치고 구매하기로 했다. 비슷한 품질의 中價 국산 낚싯대 한 대 값에 4대를 살 수 있다니, 거기에다 항공택배인데 배송비 무료라니..., 신기했다. 낚싯대는 가격이 있으니 항공택배가 가능하다 치고 의심이 가시지 않아 6500원짜리 낚시찌도 과연 배달될 것인가 시험해보기 위해 구매버튼을 눌렀다. ‘도매가격으로 소량을 구매하고 세계 어디든 배송’한다는 거짓말 같은 마윈의 마법이 믿기지는 않았다.
주문한 사실을 잊을만하면 물건이 도착한다던데 예상보다 빠른 15~20일후 거짓말처럼 도착한 물건들 외양은 합격점이다. 당장 실내낚시터로 달려가 성능시험을 해보고 싶지만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충실히 지키며 낚시 시즌인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
요즘은 여행길이 막혔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 가족여행을 갔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경험해보곤 그들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물론 공유경제 아이디어와 인터넷과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이 만들어낸 마법이다. 집 주인과 차 주인들은 시기, 장소를 감안하여 가격을 정하고 고객 평가를 받는 면에서는 개인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이며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기업주들과 고객을 연결하는 거대한 프래트폼을 설계, 운영하는 기업이다.
호텔체인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것이 사업을 생각 못할 만큼의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상상력을 더하니 기존 호텔체인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아주 강력한 장점이 되었다. 에어비앤비가 확보한 객실 수는 100만개가 넘으며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보통사람들 생각으로는 100만개의 객실 Type에 대한 서비스표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나 가능하게 만든 것은 이들의 상상력 덕분이다. 실제 이들은 古城(고성), 유르트(yurt: 몽고 천막), 섬, 이글루(igloo)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제공할 수 있다. 막내가 낚시 좋아하는 나에게 선물로 준비한 숙소는 팔뚝만한 송어가 노니는 계곡 위 이백년 넘은 물방앗간을 개조한 곳이었다. 숙소에는 조그만 섬이 딸려있어 가족들과 바비큐 파티를 한 것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정형화된 숙소를 갖고 있는 호텔체인을 이용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에어비앤비는 숙소가 아닌 100만개가 넘는 각양각색 스토리를 파는 기업이다.
우버 또한 필요시에만 이용할 수 있는 콜택시이며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의 차량이 고객을 운송한다. 이용객이 차량 청결, 기사의 친절함에 평점을 매기기에 서비스 질이 높다. 최근 코로나19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며 매출급감과 대량해고 사태를 겪고 있으나 에어비앤비 기업 가치는 300억불 수준으로 스타트업 중 최고수준이다. 이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과 불편해 하는 것을 분석해 상품화하고 Biz Model을 만들어낸 혁신기업들이다. 그들은 일반인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분야를 상상력, 창의력으로 극복했고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인 속도와 실행력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두에 나섰다.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진행하며 단점을 보완하며 진화하는 속도와 실행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과 디지털이 없던 시절에도 혁신은 있었다. 1979년 워크맨을 출시한 소니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전성기 이면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직업특성상 일본에서 발간되는 모든 주간, 월간지를 읽고 계셨던 선친은 낚시 가면 이런저런 말씀을 들려주셨다. ‘소니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임원이 있는데, 이 사람은 놀러 다니며 미국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유럽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눈여겨보는 일이다. 좋아하고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파니 일본은 대단한 나라이며 무서운 놈들이다.’
디지털시대의 우버, 에어비앤비, 알리익스프레스나 아날로그시대의 소니가 공통적으로 선택한 전략의 키워드는 ‘소비자’가 아닐까 한다. 소비자 마음과 소비자 눈으로 좋아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평가하고 피드백 되어 개선되는 시스템. 그리하여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상품과 숙소와 자동차는 스스로 도태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 1년前 끄적거린 글, 낚시대 구입 후 몇 번 사용했다. 외관에 비해 성능은 떨어졌다. 하지만 항공택배 실력은 아직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