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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31. 2024

850. 휴가를 얻다. 서울식물원

손녀돌보기를 시작하자마자 휴가를 얻었다.

 세 번째 직업인 손녀돌보기, 주 5일 근무가 기본이지만 가끔 평일에 휴가를 얻는다. 부모 중 한 명이 쉬는 날은 조부모도 덩달아 휴가를 얻는다. 매일 놀 때는 휴가의 즐거움을 몰랐으나 가끔 얻는 휴가는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다. 사람은 이처럼 단순하고 간사하다. 

 지방근무와 낚시하느라 아내와 다니지 못했다. 두 번째 직장 퇴직 후 아내가 그만 따라다니라고 할 때까지 다녀보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다. 보통 6개월 정도 따라다니면 아내들이 귀찮아하며 그런단다. ‘이제 혼자 놀 수 없어요?’ 

 2024년 1월 5일, 손녀돌보기를 시작하자마자 휴가를 얻었다.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아 실내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서울식물원은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해 있어 분당에서 먼 거리다. 마곡동까지 갔으니 주변에 볼거리 먹을거리를 보고 먹는 것이 좋을듯하다. 김포시에 있는 ‘포지티브 스페이스566’이란 카페와 화곡시장 ‘영양족발’을 방문하기로 했다. 카페는 커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장소이며 족발은 내 취향이다.


 평일, 러시아워를 피해서인지 1시간 남짓 만에 도착한 서울식물원은 꽃 천지다. 특히 24년 02월까지 개최되는 ‘오늘, 蘭(란)’전시회로 인해 각양각색의 양란이 온실에 가득하고 각기 화려함을 뽐낸다. 양란은 향이 없지만 화려함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온실에는 열대, 지중해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로 따뜻하다. 다육식물, 선인장도 있으며 바나나도 조그만 열매를 달고 있다.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으며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을 벤치마킹해서 설치했다는 2층 구름다리도 있다. 키가 큰 나무를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춰 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서울식물원 내에 바오밥나무 두 그루가 있다는 것을 추후에 알았다. 영상으로 보던 바오밥나무와는 다르게 생겨서 인지하지 못했나 보다.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인형 뒤쪽에 심어져 있는데 어린 왕자 인형만 무심히 보고 왔다. 속으로 ‘생뚱맞게 웬 어린 왕자? 했는데 센스가 없었다.’ 

 서울식물원은 축구장 50배 크기로 매우 넓으며 야외에는 한국의 정원문화를 재현했다는 주제원이 있으나 정비 중에 있어 패스하기로 했다. 겨울임에도 수많은 꽃을 원 없이 봤기에 입장료 5천 원이 아깝지 않다. 온실 건물 내에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이 있다. 


 서울식물원에서 북쪽으로 15km 올라가면 김포시에 ‘포지티브 스페이스566’이란 카페가 있다. 위도 상으로는 일산 킨텍스를 마주 보는 위치다. 포지티브 스페이스566은 2023.04.01 실내 좌석수 2190개 기록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카페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베이커리 카페다. 기네스 기록증도 전시되어 있다. 총면적이 3000평이라는데 어림짐작으로 건물은 566이, 대지는 양평테라로사가 더 넓은 것 같다.

 넓다. 카페 안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높은 층고와 샨데리아로 예식장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규모로 봐서는 예식장건물을 리모델링한 것 같지는 않다. 여느 베이커리 카페와 달리 음식 종류가 다양해 빵, 피자, 리조또, 파스타, 스테이크도 있다. 빵 가격은 나쁘지 않으며 전문제과점 빵맛과 비교하면 호불호가 갈린다.

 한식이 먹고 싶다면 같은 부지 내에 있는 ‘강민주의 들밥’을 이용하면 된다. 1층에는 주얼리, 와인판매점이 있는 shop in shop이다. 

 Positive Space566이란 Drink & Eat Positive, See Positive, Hear Positive, Feel Positive로 좋은 것만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기분 좋아지는 공간이란 뜻을 담고 있으며 김포시 감정동 566번지에서 유래했단다. 주차장은 여유 있지만 주차장 입구안내 표지판이 없어 불편했다. 


 화곡 본동시장 ‘영양족발’은 冷足(냉족)과 溫足(온족) 중 溫足에 가까운 족발을 내놓는다. 시장과 가까운 곳에도 ‘영양족발’이란 간판을 내건 가게가 있지만 체인점인지 관계는 모르며, 재래시장 내에 있는 족발집이 맛집이다. 시장은 크지 않아 찾기 쉽다. 사람이 제일 붐비는 곳이 족발집이다.

 ‘영양족발’은 고교동창과 우연히 같이 갔던 맛집이다. 화곡동에 살던 친구는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계속 얻어먹기 미안했는지 동창들에게 밥을 산다며 음식점을 추천하라고 했다. 친구들 사이 불문율은 형편 좋은 친구가 산다면 비싼 음식 먹고 형편이 좋지 않은 친구가 산다면 저렴한 음식을 먹자고 하는 것이다. 친구 집 주변 음식점을 검색해 보니 화곡시장 영양족발이 맛집이란다. ‘너희 동네에 유명한 족발 맛집이 있는데 먹어봤니? 오랜만에 족발 먹고 싶다. 족발 먹고 당구한판치자.’ 갑작스러운 사고로 고인이 된 친구가 떠난 지 벌써 1년 되었다. 

 ‘영양족발’은 순대와 순댓국을 기본으로 서빙하며 리필도 된다. 성격 급한 사람에게는 족발 나오기 전 소주 한잔하기 제격이다. 테이블은 15개 정도 되지만 맛집으로 소문나 붐비는 시간을 피해야 웨이팅이 없다. 둘이 중짜를 시켰지만 반밖에 먹지 못하고 반은 포장해서 갖고 왔다. 아내는 고기 삶은 것을 좋아하지 않고 족발을 즐기지 않지만 맛이 괜찮다고 한다. 잡내 없이 부드럽고 쫄깃하다면 족발 맛을 제대로 낸 거다.


 재래시장이라 주차사정이 좋지 않다. 주변에 있는 여러 곳의 공영주차장은 사전 등록된 차들만 주차 가능해 강서구청에 주차해 놓고 식당에 갔지만 강서구청 주차사정도 좋지 않았다. 

주차로 애를 먹고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예전에 주차한 곳은 족발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벗골공원 공영주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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