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Apr 10. 2024

853. 다시 찾은 모란 5일장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시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방이나 해외여행 가서도 시장구경은 빼놓지 않는다. 아내와 이야기하다 보니 집 근처에 있는 모란시장과 서울의 황학동 벼룩시장도 가본 지 오래되어 시간 날 때마다 구경하기로 했다. 

 모란 5일장은 4일 , 9일장이다. 분당 바로 옆이지만 식용 견을 전시해 놓는 것을 보곤 한 번가고 찾지 않았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강아지들, 해체된 붉은 고기들은 슬프고 충격적이었다. 2024년 1월 14일 오후에 비가 예정된 꾸물거리는 날씨다. 다시 찾은 모란장은 구획정리가 되어 깨끗하고 호객행위도 없다. 상인회에서 운영하는지 몰라도 교통정리요원도 나와 있어 안전하기도 하다.


 주차장이 있으나 주차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편리해 수인분당선 모란역에 근접해 있으며 버스정류장과도 가깝다. 차를 가져가는 경우에는 인근 중원구청이나 종합운동장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휴일에 갔기에 중원구청주차장은 붐비지 않았다, 평일에 갔다면 주차장이 넓은 종합운동장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모란시장과 중원구청은 1.1km, 종합운동장과는 1.4km 떨어져 있으니 운동 삼아 걸어가면 된다.

 요즘은 you tube가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다. 사전 검색해 보니 호떡, 도넛, 찹쌀떡, 칼국수, 돼지부속 등이 먹을거리로 유명하단다. 먹을거리와 장 볼 것을 대비해 퇴직 전 의무 구입했던 온누리상품권을 몇 장 챙겨 넣었다. 

 공기업은 매년 두 차례 정도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하나 재래시장이 멀거나 갈 기회가 적어 사용빈도가 높지 않다. 퇴직한 지 오래되었으나 20여 장이 남아있다. 5일장에서도 사용가능할지? 사용가능했다. 공짜로 득템 한 기분이다.


 모란시장 규모는 꽤 크다. 인근에서 가장 커다란 5일장이며 점포도 1000개 정도란다. 옷, 안경, 신발, 공구, 전자제품, 야채, 과일, 어물, 과자, 약초, 건강식품 등 없는 것이 없다. 구역별로 취급품목을 정해주었는지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몰려있어 쇼핑하기 쉽다.

 옷, 안경, 신발, 공구, 전자제품 등을 취급하는 상점은 볼 것도 없고 살 것도 없다. 또한 제품들 질도 좋아 보이지 않아 빠르게 지나쳤다. 그리고 손님도 없다. 자고로 시장에는 손님들이 몰려야 장사가 되는데 공산품 판매하는 곳은 썰렁하다. 

 길게 늘어선 줄은 호떡이 익기를 기다리는 줄이다. 다음으로 사람이 많은 곳은 도넛과 핫도그를 튀기는 집이다. 아내는 건강에 좋지 않다며 기름에 튀긴 호떡과 도넛가게를 지나쳤다. 아침 식사 후 바로 찾았으니 맛있다는 칼국수집도 패스했다. 


 구석진 텐트 있는 곳이 가장 소란스럽고 붐빈다. 호기심이 발동해 들여다보니 각설이 공연 중이다. 노인들이 모여서인지 흥겨운 볼륨을 너무 크게 틀어놓았다, 공연하는 각설이들은 장구를 치지만 분장한 얼굴은 무표정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지 않은 듯하다. 난청이 유발될까 봐 바로 나왔다.

 민물고기 파는 상점에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민물고기는 모두 있는 듯하다. 붕어, 메기, 자라, 동자개에 민물새우까지 있다. 특이한 것은 보신용 개구리를 팔고 있어 여인네들이 꿈틀거리는 개구리와 개구리 튀김을 보곤 질색을 한다. 그래도 육견을 팔 때보다 풍경이 좋아졌다.

 모란시장에서 유명한 돼지부속은 1인당 만원에 소주 한 병과 안주는 무한리필되며 추가로 소주를 주문할 경우에는 5천 원을 받는다. you tube를 보니 돼지부속은 특유의 냄새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소주 놓고 술판을 시작하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술도 끊었지만 통풍으로 고생했기에 동물내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빠르게 지나쳤다.


 1월 중순인데 달래, 냉이 같은 봄나물이 보인다. 큰아이가 냉이 국을 좋아한다며 아내는 냉이를 사고 본인이 좋아하는 삶아 먹을 생땅콩도 샀다. 부산은 땅콩을 삶아 먹는다. 볶은 땅콩에 비해 고소함은 덜하지만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다. 먹을 만하다 

 옛날 어머님이 해주셨던 막걸리 빵에 대한 추억으로 옥수수 빵을 샀다. 시골길이나 시장 갈 때마다 옥수수 빵을 사지만 옛날같이 담백한 맛은 나지 않고 인공감미료의 달달한 맛을 낸다. 옛날 맛이 아닌지 뻔히 알면서도 매번 집어 드니 추억을 먹는다는 핑계지만 병에 가깝다. 옥수수 빵이 3000원밖에 하지 않아 온누리상품권을 건네주는 손이 부끄러워 안흥찐빵도 같이 구입했다.

 아내는 가래떡을 좋아한다. 팥 인절미도 같이 구매했다. 동네 떡집보다 못하지만 나쁜 맛은 아니다. 손질된 제주갈치가 싱싱해 보여 한 팩을 샀다. 집을 나설 때는 살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해 시장바구니도 챙기지 않았는데 보따리가 하나둘 늘어나 양손에 가득하다. 온누리 상품권도 모두 사용했으나 주차장까지 걸어갈 만하다.

작가의 이전글 852. 노자 혹은 용의 길 “노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