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Apr 25. 2024

857. 북촌에 가면

화동은 인연이 많은 곳이다.

 2024년 1월 21일, 오늘은 서울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낳고 자라 감흥이 떨어질지 몰라도 서울은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도시다.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등 유적도 많고 전국의 맛있고 진귀한 것은 서울로 모이니 바다 빼고는 모든 것이 있는 도시가 서울이다.


 북촌 맛집으로 유명한 삼청동수제비, 바지락과 호박을 넣은 수제비보다 김치가 맛있었다. 적당하게 익은 심심한 배추김치가 맛났고 2023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집으로 수제비는 무난한 맛이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질색이라 영업시작 10분 전에 도착했으나 이미 영업하고 있었으며 빈좌석도 몇 자리 남지 않았다. 수제비를 먹고 나오니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벌써 20미터 정도 줄을 서있다.

 손님은 주로 젊은이들이다. 아마도 인터넷에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젊은이들이 많은듯하다. 줄 서는 것을 혐오한다면 이른 점심이나 늦은 점심을 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손님이 많고 어수선해 이야기 나눌 분위기는 아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카페가 많다. 북촌도 예외가 아니라 전망 좋은 언덕뿐 아니라 길가에 조그만 카페가 천지다. 카페마다 인테리어도 특색 있고 예쁘지만 커피 맛이 검증된 스타벅스에 가기로 했다. 한옥마을에 위치해서인지 인테리어로 매장 안에는 수막새 기와를 몇 장 갖다 놓았다. 북촌 기와집이 올려다 보이는 2층이 조용해 아내와 대화하기 좋았다.


 북촌 한옥마을, 한옥이 많이 훼손되어 현대식 집들이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기와집이 꽤 많다. 기와집은 부드러운 처마선이 참으로 곱다. 현대식 집의 직선과 대비되니 더욱 곱다. 가회동 성당 별채도 한옥이며 리모델링한 신축건물도 외관은 한옥이다. 주거가 불편해 리모델링을 해도 외관은 보존했으면 좋겠다.

 황희와 함께 조선초기 명재상이었던 맹사성의 집터가 남아 있다. 맹사성은 조선 초기 정승을 지냈으며 청백리였다. 집터를 보니 직장(경복궁)은 가까워도 북촌 제일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정승이 살만한 좋은 위치는 아닌 듯 보였다. 아마도 청백리였기에 거주하는 집도 허름했을듯하다.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부분 외국인으로. 한복 입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동남아에서 온듯한  한복 입은 아가씨 2명이 추운데도 사진 찍느라 고생한다. 동방예의지국이니 인생샷을 남기려는 외국인을 위해 사진 몇 장 찍어줘야 한다. 


 화동은 인연이 많은 곳이다. 학교를 다녔고 군생활도 했다. 풍문여고와 덕성여고를 지나 올라가는 통학길이 정겹다. 경기고등학교는 정독도서관으로 변했다. 도서관 옆 서울교육박물관 특별전을 둘러보며 金乎(김호)라는 독립유공자를 처음 알았다. 경기고등학교 1회 입학생이자 1회 졸업생인 김호는 1914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본명은 김정진이나 나라를 빼앗긴 사람에게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김 아무개(金乎)라 불러다오! 라며 개명했다.

 1922년 미국 리들리에서 김형제상회를 운영하여 한인최초 백만장자가 되어 독립운동을 후원했다. 1945년 귀국해 정치활동을 하다 통일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고 1948년 다시 도미했으며, 도미 후 후진양성과 조국건설을 위한 한인재단을 설립했다.

 교육박물관은 조선시대, 근대에 이르는 교육 관련 자료를 전시해 놓았다. 요즘은 없어졌다는 개근상장도 있고 학교 배지도 전시되어 있다. 중학교가 무시험전형으로 바뀌며 사용되었다는 학교배정 뽑기 통과 초등학교 시절에 봤을법한 빛바랜 오르간도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교육박물관 관람하고 나서는데 예보에 없던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도 피할 겸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비를 피하기로 했다. 도서관 앞길은 떡볶이와 십원빵을 파는 곳이 있고 인사동에는 꿀타래와 떡볶이 파는 곳이 있었지만 노점 수준으로 비를 피할 수 없고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인사동이라 그런지 전통찻집만 많다. 

 태극당에 들어갔다. 태극당은 모나카로 유명하다. 겨울이지만 모나카 아이스크림과 만 걸음 정도 걸었기에 당을 보충할 겸 단팥빵을 먹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며 어릴 적부터 먹어봤던 익숙한 맛이다. 단팥빵 하면 군산의 이성당을 꼽지만 태극당 단팥빵도 만만치 않다. 태극당 단팥빵은 3천 원이고 이성당은 2천 원이다. 단가차이에서 오는 크기와 팥의 밀도는 어쩔 수 없다. 당도는 태극당 단팥빵이 조금 높았다.


 분당에서 서울 가는 길은 막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니 빠르게 다녀왔다. 주차걱정도 하지 않고 얼마나 편하던지 아내와 같이 가려하는 경복궁, 인왕산, 황학동벼룩시장 등 서울구경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2. 긍정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