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잘라 드립니다. (탈 벤 샤하르著, 청림출판刊)
이 책은 텔아비브 교외 조그마한 동네에서 거의 20년 동안 작은 이발소를 운영해온 단골 이발사 아비 페레츠가 전해준 지혜를 담고 있다. 동네 상가 사이에 있는 그의 가게는 색이 바랜 나무 벤치, 오래된 나무, 술래잡기하는 동네 아이들과 고양이, 강아지, 비둘기들과 같이 있다. 그의 이발소는 머리 손질보다 많은 것을 제공하는 모임 장소로 자리 잡았다. 그의 느긋한 태도와 따뜻한 환대, 빛나는 재치와 통찰력 있는 지혜는 빠른 변화와 첨단 기술로 점철된 현대사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가치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미국에서 텔아비브로 돌아온 직후인 2010년부터 아비의 이발소를 다녔고 그에게 얻은 교훈을 글로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 아비에게 배운 물질적, 정신적 지혜를 이 책에 담고 싶었다.
평범한 이발사가 들려준 일상의 가치
‘이 다음에 뭘 해야 하지?’
‘나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 걸까?’
‘나는 진정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일까?’
‘이 가운데 진짜 중요한 문제가 있기는 할까?’
하버드에서 1년 코스의 심리학 과정 강의를 막 마친 상태였고 몰입 뒤에 흔히 찾아오는 공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국 강연을 떠나기 전 아비의 이발소를 찾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한 여성 손님이 아비에게 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받았느냐는 소리가 들렸고 아비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자세히 물었다.
‘비행기 조종사 면허에 도전하신 줄은 몰랐네요.’
‘가끔 찾아오는 공허감을 메꾸고 싶었거든요. 그 외에도 나를 채워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 많았어요. 하지만, 결국 내가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럼 당신을 채워준 것은 무엇인가요?’
‘바로 여기에 있는 작은 것들이요. 저 위도 아니고 저 바깥도 아니고 바로 여기 있는 것들이요.’
‘그 작은 것들이란 뭡니까?’
‘아 평범한 일상이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듣고, 해변에 가는 순간들이요. 손님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그렇죠.’
나는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새삼 되새겼고, 큰 질문 앞에서 초조해하는 대신 작은 대답에 감사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길 수 있었다. 인간이 지닌 보편적 문제에 대한 상식적인 해결책을, 늘 곁에 있지만, 우리가 종종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는 행복의 지름길을 알려준다.
상처 주는 사람과 상처받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
아비의 이발소를 지나던 중, 지인 몇 명이 소파에 앉아 있기에 이웃 모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모인 사람들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기에 우리 화두는 최근 교실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으로 옮겨갔다. 한 아버지는 딸아이가 ‘단톡방’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다른 엄마는 단톡방 대화를 보니 차라리 쫓겨나는 편이 낫다고 대답했다.
아비는 그때까지 말이 없다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요. 직접 만나서든, 인터넷을 통해서든,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결국 자기 자신을 더럽힌다고요.’
‘가끔 아빠도 남을 상처 입히며 후회한다고 솔직히 말해요. 하지만 언제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이죠.’
결정하는데 가장 좋은 타이밍
아비에게 염색약 수입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주 잘 되고 있어요. 보건 당국 허가도 곧 나올 예정이고 신입사원 면접을 보고 있어요. 모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몇 명을 뽑을지, 최초 주문 수량을 어느 정도로 잡을지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빨리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울타리에 기대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요. 기다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때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죠. 하지만 필요한 일이에요. 분명한 것은 제가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최선인지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그러니 지금은 기다릴 때에요. 그러다 보면 정답을 알게 될 수도 있고, 정답을 몰라도 적어도 주어진 시간 동안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넘침과 모자람 사이
뛰어난 미용기술과 민첩한 경영 감각을 활용하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권유를 많이 듣지만 여러 번의 고민 끝에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죠.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아니면 남들이 다 그래야 한다고 하니 마지못해 따르는 것인가? 사업 확장 자체를 흥미로운 도전이라 여기는 사람에겐 도전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저는 아니에요. 부자란 자기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곤 했죠. 돈이 많으면 고민이 생기고 돈이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저는 가난을 원치 않아요. 하지만 굳이 부자가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