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명품’ 표딱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로스팅한 5종의 커피를 모두 맛보려면 9일이 소요된다. 로스팅 후 3일 숙성하고 하루 한 가지씩 맛보려면 8일이며 이번에는 로스팅사부가 블랜딩해서 마셔보라는 품종이 있어 9일이 소요된다.
원두 색상은 그런대로 잘 나왔다. 로스팅사부의 조언을 듣고 로스팅해서인지 손놀림도 빨라지고 여유도 생겼다. 로스팅시간 13분을 초과한 것도 있으나 표면에 기름이 돌지 않으니 프렌치급으로 로스팅되지 않았으며 로스팅 첫날부터 커피 향이 올라오니 먹을만하게 볶아진 듯하다.
새로 구입한 Guatemala El socorro maracaturra washed(micro lot grade)는 생두 크기가 크다. 처음 접하는 생두라 조금 덜 익히기로 하여 240˚C로 로스팅했으며 14분이 소요되었다. 다음 로스팅온도는 245˚C가 적당 할듯하다. cupping note는 체리, 오렌지, 사과, 초콜릿이다. 로스팅포인트는 중배전이며, 향과 단맛, 밸런스가 뛰어나다고 한다. 세일기간이라 20% 할인 구입했다.
과일향은 나지만 어떤 과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Ethiopia yirgacheffe aricha가 꽃과 과일향이 뛰어난데 반해 이번에 구입한 maracaturra 꽃향기는 나지 않는다. 향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맛이 뛰어나고 뒷맛까지 좋다. 산미는 적정하고 바디감은 높지 않다. 온도를 높여 로스팅한다면 더 뛰어난 맛을 보일듯하다.
El socorro 농장에서 생산한 다른 생두도 구입했다. Guatemala El socorro marsellesa washed(micro lot grade)는 maracaturra washed보다 생두크기가 조금 작았다. cupping note는 청사과, 오렌지, 마카다미아, 밀크 초콜릿이다. 로스팅포인트는 중배전이며, 단맛, 향, 산미, 바디감의 밸런스가 뛰어나다고 한다.
230˚C로 로스팅을 시작했으나 익는 속도가 더뎌 240˚C로 높였으며 총 15분이 소요되었다. maracaturra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밀도는 조금 높은 품종이다. 열용량이 크므로 다음 로스팅온도는 245˚C로 하려 한다.
3일 숙성시킨 후 맛을 보니 산미도 좋고 과일 향과 맛이 감돌고 단맛에 매끄러운 맛이다. 2차 커피까지 맛을 봤으나 쓴맛과 잡미도 적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maracaturra보다 맛이 뛰어나고 2차 커피까지 먹을만한 수준이면 로스팅이 잘 된듯하다.
El socorro 농장 커피의 공통적인 특징은 단맛인 듯 두 가지 커피 모두 단맛이 뛰어나다. 또한 튀지 않는 커피맛이 공통점으로 맛, 향기, 산미, 단맛, 바디감, 뒷맛 등이 수준이상이나 특징을 이야기하라 하면 그냥 고급스러운 맛이다. 좋은 이야기로 하면 균형감이 뛰어나다고 해야 한다.
로스팅사부가 이야기한 대로 Ethiopia yirgacheffe aricha와 Guatemala El socorro maracaturra washed를 블랜딩 했다. 블랜딩은 처음 해본다. 사부가 알려준 비율로 블랜딩해 커피를 내렸다. 아리차의 튀는 맛과 maracaturra의 젠틀한 맛이 합쳐졌다. 아리차의 꽃향과
maracaturra의 과일향도 어우러져 새로운 커피가 만들어졌다.
사부가 왜 블랜딩을 하라고 했는지 알겠다. maracaturra의 달고 고급진 맛에 yirgacheffe aricha의 향을 입히니 개성 있는 커피가 되었다. 커피맛이 달고 현란하다.
새로 구입한 생두에는 품질등급이 설정되어 있다. 이 원두 판매사에서 4종의 생두를 구입했는데 이 회사 분류방식은 micro lot grade, specialty grade, premium grade이며 아마 아래 등급도 만매한다면 commercial grade가 될 것이다.
micro lot grade는 농장 일부분을 농장주가 별도로 관리하여 생산하는 생두로 품질이 높다. 특정 환경에 맞는 품종을 재배하고 특별히 관리해 소량을 생산해 내는 최상의 커피생두를 지칭하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가장 공신력 있다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는 결함원두숫자와 맛, 향, 산도, 바디감, 단맛 등의 관능검사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specialty, premium, commodity(commercial), low 4개 등급으로 등급을 부여하며 분포는 7, 20, 40, 33% 정도 된다. specialty와 premium coffee는 개인 또는 고급커피전문점에서 소비한다. commodity coffee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커피이며, low coffee는 저가 인스턴트커피용으로 사용된다.
micro lot은 SCAA 분류로 하면 최상등급인 specialty에 속하나 상업적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명품’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시장에 가면 모든 물건에 붙어 있어 흔하디 흔한 ‘명품’ 표딱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생두와 마찬가지로 원두가격 또한 맛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가격과 맛은 대체로 같이 간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시중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구입하려면 아래가격 정도를 주고 구입해야 한다. 물론 micro lot에서도 생두나 원두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원두도 가격과 맛을 따라가는 것은 시장의 원리이기도 하다.
micro lot 20000원/100g
specialty 10000원/100g
premium 5000원/100g
commodity 3000원/100g
2024.08.01 바샤커피(Bacha Coffee) 청담점이 문을 열었다. 전 세계 24번째 매장이며 커피계의 에르메스라 불린다. 200여 가지 아라비카 원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1 pot(2.5잔) 분량 평균 16000원, 480000원짜리 ‘브라질 paralso 골드 커피’라고 한다.
바샤커피에 가보지 못했기에 맛은 모르겠으나 1 pot에 16000원이라면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기호품의 속성상 한번 올라간 입맛은 내려오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 담배나 술과 같이 커피도 grade가 높으면 확실히 맛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 입맛은 획일적이지 않고 주관적이며 개성 있다. micro lot급의 maracaturra와 marsellesa보다 로스팅 덜 된 specialty급의 Ethiopia yirgacheffe aricha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