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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Oct 13. 2024

930.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2)

김태관著, 홍익출판사刊

 50여 년 만에 다시 읽는 그리스 신화는 성인용으로 제우스는 바람둥이가 아닌 호색한이었다. 아내인 헤라와 결혼하고도 페니키아 공주 에우로페, 아르고스의 공주인 다나에, 요정인 칼리스토, 남매이자 대지의 신인 데메테르,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 헤라와 결혼하기 전 부인인 메티스, 티탄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사이, 테바이의 공주 세멜레,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알크메네, 등 틈만 나면 바람을 피웠다.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

 제우스의 딸로 총명하고 여성적이며 순결한 존재로 지혜, 전쟁, 직물, 요리, 문명의 여신이다. 사람들에게 은혜를 많이 베풀며 영웅들을 수호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제우스가 헤라와 결혼하기 전 부인인 메티스가 임신했을 때 제우스는 꺼림칙했다. 딸이면 아버지와 대등한 능력을 가질 것이고 아들이면 능가할 것이란 불길한 예언을 들었기에 임신한 메티스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제우스도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반기를 들었고, 크로노스는 제우스 할아버지인 우라노스를 거세시키고 최고통치자가 되었던 집안내력 탓이었다. 

 몇 달이 지나자 제우스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파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에게 도끼로 자신의 머리를 갈라 달라 한다.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자 완전무장한 아테나가 튀어나왔다. 자신의 몸에서 나왔기에 딸 바보가 된 제우스는 아이기스방패를 쓸 수 있는 권한과 무기창고 열쇠도 주었으며 제우스만의 무기인 번개도 사용케 했다. 제우스의 분신이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리스연합군의 영웅으로 트로이 목마를 고안해 냈다. 귀여운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났기에 전쟁에 나가지 않으려 미치광이 행세까지 했으나 징집되었다. 아들을 친구인 멘토르에게 부탁한다. 오디세우스는 전쟁 10년, 바다에서 떠돈 10년을 합해 20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멘토르는 텔레마코스를 훌륭하게 성장시켜 여기서 멘토라는 말이 비롯되었다. 하지만 멘토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아테나 덕분이었다. 

 텔레마코스는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오디세우스를 찾아 나섰다. 이때 아테나가 멘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나 동행하며 길을 안내하고 위험에서 지켜준다. 이로부터 멘토는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스승이자, 조언가, 안내자 등의 폭넓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아테나는 텔레마코스뿐 아니라 수많은 영웅들을 멘토처럼 도와준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목마를 고안한 것, 그의 아내가 거지꼴로 돌아온 남편을 알아본 것도 아테나의 지혜 덕분이었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처치할 때 방패인 아이기스를 빌려주었고, 헤라클레스가 조국 테바이를 구하기 위해 싸울 때는 같이 싸웠다. 트로이전쟁 최고영웅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 다툴 때도 함께했다.


 아테나는 그리스인들이 가장 환영하는 여신으로 아테네 수호신이기도 하다. ‘순결한 처녀의 집’이라는 파르테논 신전은 그녀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아테나의 전쟁은 평화와 방어를 위한 것으로 또 다른 전쟁의 신 아레스와 달리 전쟁을 싫어했다. 아테나는 적들의 무자비한 파괴로부터 도시와 문명을 보호했다.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선물한 올리브나무는 어둠을 밝히는 등잔불 연료였다. 올리브기름이 어둠을 물리치듯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빛을 연상했다. 올리브나무는 밤이 되면 눈이 밝아지는 올빼미와 더불어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가리키는 상징물 중 하나이다.

     

음악과 예언의 신, 아폴론

 올림포스 12 신중 2세대에 속하며 태양과 예언, 의술과 궁술, 음악과 시를 주관한다. 월계수와 악기 리라, 활과 화살, 백조, 돌고래가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로 잘생긴 태양의 신 아폴론이 태어났다. 몸에서는 눈부신 기운이 뿜어져 나와 뭇 여성들의 가슴을 뛰게 했으나 연애는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아폴론이 왕뱀 피톤을 활로 쏴 죽이고 우쭐해서 다닐 때 어린 에로스를 보고 한마디 던졌다. ‘꼬마야 위험한 무기는 어른들에게 어울리니 너는 불장난이나 하며 놀아라’ 에로스가 응수했다. ‘당신이 화살로 모든 것을 맞힐 수 있다지만 나는 당신을 맞힐 수 있어요’ 그리고는 사랑에 빠지게 하는 금 화살과 어떤 사랑도 거부하는 납 화살 두 개를 날려 금 화살을 아폴론에게, 납 화살을 강의 신 페네오스의 딸인 다프네를 맞혔다. 아폴론은 다프네를 쫓아다녔고, 다프네는 진저리를 치며 달아났다.

 다프네는 눈부신 미모로 여러 남자의 구애를 받았지만 사냥에만 정신을 쏟고 아버지에게도 처녀로 살겠다고 간청해 겨우 승낙을 받은 상태다. 아폴론은 다프네의 선머슴 같은 모습도 아름답게 보였다. 


 아폴론이 다프네에게 다가갔고 다프네가 질겁하며 달아났으나 아폴론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다프네가 다급하게 강의 신인 아버지를 불렀다. ‘땅을 열어 저를 숨겨주시던가 제 모습을 바꿔 저를 괴롭히는 아름다움을 가져가 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다프네가 월계수 나무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의 신부가 될 수 없게 된 그대가 나무가 되었구려. 이 나무로 왕관을 만들어 쓰고 리라와 화살통도 이 나무로 장식하겠소. 장군들이 개선할 때 그대 잎으로 만든 관을 씌워주겠소. 또한 내가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신이듯 그대의 이파리도 늘 푸를 것이오’ 아폴론이 이렇게 다짐하자 월계수가 알았다는 듯 잎을 흔들었다.

 아폴론은 다른 사랑도 빼앗기고 배신당한다. 트로이의 마지막 왕의 딸인 카산드리아에게는 예언의 능력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카산드리아는 예언의 능력만 얻고 배신했다. 분노한 아폴론은 카산드리아 예언에서 설득력을 빼앗아버렸다. 카산드리아가 예언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끔찍한 저주다. 트로이전쟁과 목마가 초래할 파국을 예언했으나 실성한 여자의 헛소리로 치부되었다. 

 미래를 아는 예지력을 가졌어도 아폴론과 카산드리아는 정작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했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

 신들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전령역할을 수행하는 신으로 올림포스 2세대 신이다. 제우스와 티탄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여행자, 체육, 상업, 도둑과 거짓말쟁이의 교활함을 주관한다. 제우스가 헤르메스가 같이 다니는 것은 부자지간이기도 하지만 헤르메스가 전령이기 때문이다. 제우스가 변복하고 다닐 때 헤르메스는 늘 쓰고 다니던 날개모자를 벗고 따라다녔다. 


 에르메스는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신고, 케리케이온이라 불리는 뱀 두 마리가 휘감은 모양의 날개 지팡이를 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천지를 돌아다닌다. 케리케이온이라는 황금지팡이는 최면 능력이 있어 헤르메스는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일을 처리하고는 바람같이 사라져 버리고 지하세계까지 자유롭게 넘나 든다.

 그는 신과 인간의 경계도 누비고 다닌다. 헤르메스라는 이름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헤르마 Herma에서 유래되었다. 고대인들은 교차로에 돌을 쌓아 표지석으로 삼았다. 돌무더기 헤르메스는 자연스럽게 여행자, 무역상인의 가이드이자 수호신역할을 했다.


 원래 의학의 상징은 아스클레피오스의 뱀 한 마리 지팡이였다. 미 육군 의무병과가 착오로 헤르메스의 뱀 두 마리 지팡이를 사용하게 되며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날개 달린 모자, 날개 달린 신발은 여행용품과 신발 등의 로고로 쓰이며 네이버 검색창 왼쪽에 날개 달린 모자도 있다.

 디지털 문명의 시대는 전문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 든다. 어쩌면 헤르메스가 원조인 셈이다.

     

전쟁의 신, 아레스 

 제우스와 헤라의 자식으로 전쟁과 파괴를 주관하는 신이다. 피와 살상을 즐기고 잔인하고 야만적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의 신은 둘이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파괴와 살육을 일삼는 아레스로 모두 갑옷을 입고 장과 방패를 지녔으나 관장하는 전쟁의 성격은 판이하다. 아테나는 지략이 뛰어난 반면 아레스는 덩치만 크고 머리가 모자라 종종 패배의 수모를 겪는다. 심지어는 인간에게도 패해 아버지 제우스의 미움을 사기도 한다.

 아프로디테와 불륜을 저지르다 들켜 망신거리가 되었고 부모를 믿고 날뛰는 아레스를 제우스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아테나와 아레스가 전장에서 마주쳤으나 아레스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아레스가 보살펴주는 인간 디오메네스의 창에 찔린 아레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아테나를 일러바쳤지만 매일 싸움질만 하고 다닌다고 꾸중만 들었다.

 아레스의 아들도 부전자전으로 살육을 일삼았으며, 피살된 사람의 뼈로 아버지를 위한 신전을 지었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나서서 이 못된 아들을 죽였다. 아레스가 헤라클레스에게 창을 던졌지만 아테나가 창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오히려 반격에 나선 헤라클레스의 창에 넓적다리를 찔리고 말았다.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 

 제우스의 도움 없이 헤라가 낳은 자식으로 야금술, 금속공예, 수공업, 조각 등을 관장하는 대장간의 신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야기에서는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가 부부싸움을 하다 하늘에서 떨어뜨려 절름발이가 되었다.”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적자이지만 선천적 절름발이였으며 못생겼기에 헤라의 버림을 받았다. 헤라는 헤파이스토스를 바다에 버렸으나 바다의 신 테티스와 요정이 몰래 구출해 키웠다. 헤파이스토스는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동굴에서 9년 동안 청동을 주조하는 법과 반지 귀고리 등 장신구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적자임을 인정받고 싶었으나 헤라를 생각하면 분노와 복수심, 그리움이 교차했다. 황금의자를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쳐놓았다. 헤라는 헤파이스토스가 보낸 황금의자에 뛸 듯 기뻐하며 여러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뽐내며 앉았다. 순간 그물이 덮쳤고 신들이 달려와 구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가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술을 먹여 올림포스로 데려왔고 헤라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주겠다 하여 겨우 풀려났다.


 이후 헤파이스토스는 헤라를 뜨겁게 사랑하고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제우스가 충격을 주었다. 제우스의 혼외자인 헤라클레스 문제로 제우스와 헤라가 부부싸움을 하며 헤라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헤파이스토스가 엄마 편을 들었다가 분노한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를 올림포스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렘노스 섬에 떨어진 헤파이스토스는 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건졌지만 이후 다리를 더욱 절게 되었다.

 두 번이나 하늘에서 떨어진 헤파이스토스는 박복하다. 아내인 아프로디테는 아레스와 불륜을 저질러 망신을 당했다. 포세이돈의 중재로 풀려난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제단이 있는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 샘에서 목욕하고 처녀의 몸을 되찾아 돌아왔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어로 화산을 뜻한다. 헤파이스토스의 가슴은 분노의 용암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용암을 열정을 불태우는 에너지로 바꿔 부모와 아내에게 버림받고 신들에게 조롱받은 헤파이스토스는 대장간에서 모든 아픔, 슬픔, 외로움까지 녹여냈다. 

 제우스의 벼락, 하데스의 투명투구,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폴론의 화살, 아테나의 아이기스 방패, 아가멤논의 지휘봉, 페르세우스의 철퇴, 헤라클레스의 갑옷도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뛰어난 걸작은 아름다운 재앙이라 불리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제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갖다 준 프로메테우스를 벌하기 위해 판도라를 만들라 명했다. 헤파이스토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판도라는 예쁜 외모와 목소리를 갖고 있었으며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를 사로잡아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다.

 문제는 판도라가 갖고 온 상자로 인류가 온갖 재앙에 시달리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판도라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만들기를 꿈꾸는 완벽한 인조인간의 원조가 된다. 헤파이스토스는 상처(scar)를 별(star)로 만들었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신이자 풍요와 황홀경의 신, 잔인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도취와 몰입의 신이며 식물의 성장을 관장한다. 로마신화 바쿠스(Bacchus)에 해당하는 신으로 죽었다 다시 부활한 신이기도하다.

 어머니 세멜레는 아버지가 테바이의 왕이자 인간인 카드모스이고 어머니는 하르모니아 여신으로 디오니소스의 혈통은 신과 인간의 칵테일처럼 뒤섞여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멜레 방으로 몰래 들어간 제우스는 사랑을 나눴다. 디오니소스를 잉태하자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로 변장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요즈음 신의 행세를 하는 사내들이 많으니 그분을 만나면 제우스라는 증거를 보여 달라 하세요. 헤라를 대할 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이에요.’

 세멜레는 제우스를 만나 사랑한다면 소원을 들어 달라 했고, 제우스는 저승의 스틱스 강에 걸고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본모습을 보여 달라는 세멜레의 소원을 듣고 후회했다. 스틱스 강을 걸고 맹세하면 신들도 약속을 지켜야 했다. 하늘에 올라간 제우스가 화려하지 않게 최대한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세멜레를 찾아갔지만 번개와 화염이 번뜩이는 제우스의 본모습을 본 세멜레는 까맣게 타 죽고 말았다. 제우스는 검게 탄 세멜레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꺼내 허벅지에 넣어 키웠다. 


 생모의 참혹한 죽음 속에서 태어난 탓인지 디오니소스에게는 잔인한 광기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헤라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랐기에 제우스는 세멜레의 언니인 이노부부에게 디오니소스를 맡겼다. 헤라가 이노부부를 미치게 만들자 이노의 남편은 아들을 활로 쏴 죽이고 이노는 그 아들을 끓는 물에 넣었다. 이노부부가 디오니소스를 죽이려 하자 제우스는 디오니소스를 아시아의 니사산으로 데려가 요정에게 키우게 했다. 디오니소스는 ‘니사의 제우스’라는 뜻이다. 

 디오니소스는 스승인 실레노스로부터 자연의 비밀과 포도주 담그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헤라의 복수는 집요해 디오니소스를 미치게 만들었고 디오니소스는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은 레아여신의 덕분이었다. 제우스와 헤라의 어머니인 레아여신에게 병 고침뿐 아니라 제사의식까지 전수받았다. 디오니소스는 방랑을 계속해 인도에 포도재배법과 포도주 담그는 법을 가르치고 자신의 종교를 전파하기도 했으나 술의 신인 그가 가는 곳마다 정신착란과 광기가 뒤따랐다.  

 디오니소스가 고향 테바이에 돌아오자 테바이의 왕 펜테우스는 광란의 춤을 추는 디오니소스 신도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테바이 시민들이 디오니소스를 열렬히 반기자 왕은 디오니소스를 잡아오라 명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 신도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펜테우스가 직접 나서게 되었다. 펜테우스가 제단으로 다가서자 미친 듯이 지팡이를 들고 휘두른 사람은 어머니였으며 이모들은 양쪽에서 펜테우스를 잡아당겨 사지를 찢었다.

 펜테우스의 비극에서 보듯 이성으로 납득도 통제도 안 되는 것이 술의 세계다. 인간은 이성만이 아닌 본능으로도 움직인다. 아폴론적인 이성만 앞세우는 삶은 딱딱해지기 십상이라 디오니소스적인 감정분출과 일탈도 필요하다. 일탈에 필요한 것이 술의 힘이다. 일시적이나마 황홀한 체험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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