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과일과 카카오 맛이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묵직함
Kenya AA 중에서는 중상위 가격대로 단맛과 균형감이 높은 커피로 고소한 맛, 단맛이 뛰어나며 산미가 높다고 한다. cupping note는 Grapefruit, Red Apple, Molasses(당밀), Cacao Nips이다.
200그램을 240˚C로 15분 로스팅하여 172그램을 얻었다. 생두 판매사에서는 1차 popping이 끝나고 2분 후 배출하라 했으나 로스팅되는 원두 색상과 냄새가 오버로스팅 되는 것 같아 1차 popping이 일어나고 30초 후 배출했다. 원두 중량을 감안하면 약배전으로 조금 덜 볶아진 듯하지만 적정선에서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다음에 케냐 커피를 선호한다. 맛과 향에서도 그렇지만 케냐 커피는 상대적으로 묵직하다. 향이 뛰어나다고 해도 묵직하고 깊은 바디감이 향을 잡고 있다고나 할까? 균형감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라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단점이다.
잘 로스팅된 케냐 커피 또한 특유의 매력이 있어 ‘커피는 역시 케냐 커피’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벼움보다는 묵직한 커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케냐 커피를 좋아한다. 품종과 환경이 커피 맛을 좌우하지만 케냐 커피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보다 로스팅 포인트가 약간 높다. 이로 인해 산미는 내려가고 바디감이 올라가기도 할 것이다.
Red Mountain은 로스팅 후 숙성과정에서 시고 단 과일향기가 강열해 원두 숙성시키는 곳을 지날 때마다 맛이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분쇄 후 뿜어져 나오는 향기도 범상치 않았으나 커피물을 부은 후의 향기는 의외로 강하지 않고 평범했다. 원두 30g을 85도씨 물로 커피를 내렸다. 원두 30g은 2인 분량으로 240cc 정도 내려서 입맛에 맞게 희석하면 되나 우리 집에서는 1차 2차로 나눠 내린다.
120cc 정도 추출된 에스프레소 같은 농도의 커피는 산미도 좋지만 바디감이 좋았다. 농익은 과일과 카카오 맛이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묵직함이다. 커피를 내리기 전 강렬했던 향기만큼은 아니지만 마셔본 케냐 커피 중 제일 좋았다. 짙은 농도의 1차 커피는 입맛에 맞게 뜨거운 물로 희석해 마시면 된다.
두 번째로 내린 커피는 120cc. 가량으로 묵직하지만 베트남커피같이 마냥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고 산미와 향도 머금고 있다. 단 맛과 과일향의 여운도 좋다. 같은 생두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므로 권고대로 조금 더 로스팅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판매사에서는 강한 중배전으로 로스팅하라고 권했으나 약한 중배전으로 로스팅하는 것을 선호하기에 조금 덜 볶았다. Red Mountain은 약한 중배전으로도 충분히 향과 맛이 뛰어났기에 오늘부터 케냐 커피에 대한 매력이 생기기 시작하려 한다.
강한 중배전으로 로스팅하면 정말 더 맛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고개 들면 강한 중배전도 시도해 볼지 모른다. 원두판매사에서 권고하는 내용들은 경험치와 실험치이므로 대체로 맞기에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산미와 바디감은 시소를 타듯한다. 덜 볶으면 향과 산미가 높아지고 커피맛은 옅어진다. 반면 세게 볶을수록 향과 산미는 낮아지고 커피맛은 짙어진다. city라고 부르는 강한 중배전이 되면 산미가 사라지지만 강한 커피맛이 표현된다. 반면 덜 볶으면 산미는 올라가고 바디감이 낮아지지만 심하게 덜 볶으면 커피맛이 나지 않게 된다.
Red Mountain으로 인해 케냐 커피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바디감보다 산미가 높은 커피맛을 선호했는데 케냐 커피에서 마음에 드는 커피를 발견했다. 더불어 입과 코를 즐겁게 하는 향과 맛을 갖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핸드 그라인더와 Kalita Dripper를 이용해 내린 Ethiopia yirgacheffe Abaya Geisha G1 natural와 Kenya AA Nyeri Red Mountain nature의 커피가 조금 묽었었다. 이번에는 전동그라인더로 조금 곱게 갈고 추출속도가 느린 Chemex Dripper를 사용했더니 제대로 된 커피맛이 나왔다.
Roasting도 중요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추출도구, 물 온도, 추출 속도와 커피분쇄도 또한 커피맛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래서 바리스터란 자격이 필요한 거겠지.
계속 사용하던 Chemex Dripper는 핸드밀로 그라인딩 한 커피와도 조합이 잘 맞았다. 사부가 하사한 Kalita Dripper와 여과지와 핸드밀 분쇄도는 궁합이 맞지 않는 듯하다. Chemex Dripper와 전동그라인더 구입, 핸드밀 분쇄도 조정, 여과지 교체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늘었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