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著, 유노 콘텐츠그룹刊
두 편으로 정리를 끝내려 했지만 못내 아쉽다. 불교에 문외한인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 내려갔으니 정운스님은 유능한 교수이자 좋은 작가이기도 하다. 뭐니 뭐니 해도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하기 쉽게 쓰는 사람들이 일류다.
효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다.
서기 67년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유입된 후 법난이 많았다. 원인 중 하나는 유교와의 중돌이다. 부모를 버리고 출가하고 삭발, 燃臂(연비: 신체 일부를 태움)하여 신체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유학의 근본인 효가 배제되어 있다는 데서 법난이 있었다.
그런데 불교에서도 효도를 강조한다.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스님은 92세에 모친을 모시고자 국사지위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살아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요, 아버지가 계시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라. 스승을 섬기는 일도 행복한 일이요, 천하에 공부할 진리가 있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다. - 象喩品(상유품) -
자신만큼 소중한 타인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실 모든 것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내가 행복을 추구한다면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 행복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남들로부터 귀중한 존재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도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강렬한 것은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라 했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의 존중을 원하면서 타인을 존중해 주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마태복음에도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도 모든 존재가 다 소중하고 귀하므로 어떤 생명체든 귀중히 여겨야 함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가장 위대한 승리자는 누구인가
전쟁터에서 수천의 적군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 자기 한 사람을 정복한 사람이 가장 위대한 승리자다. - 述千品(술천품) -
야구선수 박찬호는 한국이 IMF사태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한국인들에게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정신, 육체적으로 힘들 때마다 다음 구절을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박찬호 선수의 역경과 고난의 시간들이 그를 玉(옥)으로 만든 것이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산악인, 마라톤을 완주한 선수들이 한경같이 하는 말이 있다. ‘나를 이겼기 때문에 성공했다.’
노년에 버려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
호화롭던 황제의 수레가 부서지듯 무리 몸도 늙으면, 형체가 썩는다. 오직 선업만이 고통을 벗어나는 길이다. 이런 말은 모든 성인이 똑같이 하는 말이다. - 老耄品(노모품) -
시대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사람마다 인생의 기준이 다르다. 그러나 삶의 가치를 찾는 일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창 ‘사철가’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인간이 모두가 100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마흔도 못 살 인생, 아차! 죽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인생은 짧다. 노년에는 명예와 욕심을 내려놓자. 그리고 취미나 종교생활, 또는 평소에 관심이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몰두하며 인생을 즐기자. 지금 이 글을 보는 순간부터 시작하면 늦지 않다. 우리 모두 늙는다. 멋지게 늙어가자.
내일 당장 죽는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호주출신 작가 브로니 웨어는 자신의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에서 암환자 병동에서 일했던 경험을 풀어냈다. 환자들이 죽음 목전에서 후회한 내용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삶에서 원하는 대로 살아오지 못한 점, 성취 욕구에 비중을 두어 일만 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은 점, 부모ˑ가족ˑ친구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점, 자신의 인생에 도움을 준 선지식에 감사하지 않은 점, 돈에 급급해 행복에 신경 쓰지 않은 점
누구나 마지막 지점이 있기에 한 번쯤 겪을 감정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를 남의 일처럼 생각할까? 티베트인들의 구전격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두려워하는 것보다, 살아 있을 동안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훨씬 값지다.’
어떻게 사는 것이 최상의 삶일까? 첫째 사는 동안 최대한 건강을 유지해야 희망을 꿈꿀 수 있다. 둘째 행복은 저 끄트머리 목적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과정이 행복 지점이요, 매 순간 그대가 서 있는 곳에 극락이 있다. 이와 같은 태도로 산다면 인생이 마무리될 때 죽음은 그대의 친구가 된다.
삶은 원래 고통스럽다
불교에서는 인생을 勞生(노생)이라 한다. 생로병사 4고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한평생 고생스럽다는 이야기다. 태어남이야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老ˑ病ˑ死는 노력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열심히 운동해 건강을 유지하고, 명상ˑ독서ˑ기도로 뇌 운동을 하여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염불과 경전공부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야 한다. 그러면 늙음과 죽음이 나를 저 세상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 당당하고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어떤 노인이 죽은 뒤 염라대왕에게 항의했다. ‘저승에 데려올 거면 미리 알려줘야 하지 않소!’ ‘미리 알려줬노라. 눈이 침침해진 것이 첫 소식이었고, 귀가 어두워진 것이 두 번째, 이가 빠지는 것이 세 번째,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계기로 몇 번이나 소식을 전해 주었노라.’
한 소년도 염라대왕에게 따졌다. ‘저는 눈귀도 밝고 이도 튼튼하며 육신이 건강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미리 소식을 전해주지 않으셨나요?’ ‘그대에게도 소식을 전했지만 그대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동쪽 마을 40세 된 사람이 죽지 않았는가. 서쪽마을 2~30세 된 사람도 죽었고 10세 미만 아이와 2~3세 젖먹이가 죽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어찌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