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중반점 고기튀김
처음 들어가는 중국집에서, 메뉴판에 '고기튀김'(덴뿌라)이라는 단어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 순간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짜장면도, 짬뽕도, 심지어 탕수육도 제쳐두고 나는 그 단순한 이름을 선택한다.
고!기!튀!김!.
탕수육 소스 없이 메뉴를 낸다는 건 그만큼 튀김에 자신 있다는 뜻일 거다. 튀김옷에, 밑간에, 이 집만의 내공이 묻어 있다는 신호. 물론 종종 실패도 한다. 미리 튀겨놨다가 다시 튀겨 손님에게 다시 내는 육즙 없이 말라비틀어진 소스 없는 탕수육이 나올 때면, 머리가 멍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기튀김이라는 이름이 아깝고 고기튀김을 시킨 손님에 대한 기만이다.
진짜 고기튀김은 튀김옷의 바삭함, 육즙, 밑간의 향이 조화로움이 살아 있어야 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뜨거운 육즙을 머금은 채 부드럽게 찢어진다. 씹었을 때 힘줄도 비계도 느껴지지 않고, 그 자체로 고소하다. 양념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고춧가루와 후추, 소금의 삼중주가 터지듯 퍼진다. 간장에 찍었을 땐 고기 본연의 맛과 간장의 짠 향이 어울려 혀끝을 툭 치고 간다.
그리고 마지막 한 점을 입에 넣고 단무지 하나로 입가심한 뒤, 차가운 재스민차 한 모금을 마시는 그 순간이다.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기튀김의 여운만 입 안에 남는다. 입술에 고기튀김의 고소한 기름기가 살짝 묻어 있지만, 니글거림도 느끼함도 없다.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집이 하나 있다. 인천 석바위, 연중반점. 교통은 불편하고 주차는 절망적이다. 식사류는 취향이 워낙 여러 가지라서 딱히 모르겠다. 그런데, 고기튀김만은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불쾌한 기름냄새는 나지 않고, 옷은 바삭하고, 고기는 말랑하다. 바쁜 점심시간에 가도 미리 튀겨놓은 느낌이 없다. 무엇보다 이 집의 비법 양념소금이 유난히 잘 어울린다. 소금, 고춧가루, 후추는 기본이고 그 외에 뭔가 더 들어가는 것 같다. 나는 큐민이 들어간다에 걸고 싶다. 향이 은근히 길게 남는다. 어쩌면 이 집은 고기튀김 하나만큼은 확실한 기본 충실함을 갖고 있다.
이런 집을 만나면 괜히 아는 척을 하게 된다. 친구가 “고기튀김도 괜찮을까?” 하면, 나는 이미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있다. 설명은 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씩 입에 넣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 다행이고. 짠맛이 세다느니, 소스가 없어서 아쉽다느니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한다. 고기튀김에도 호불호는 있으니까.
하지만 고량주나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 고기튀김 한 조각을 천천히 씹는 그 순간. 입가에 퍼지는 만족감 넘치는 미소를 보면, 나는 안다. 그게 바로 맛에 대한 대답이라는 걸.
요즘은 그런 집을 찾기 어렵다. 프랜차이즈와 배달 위주의 중식집들이 늘면서, 튀김에 대한 정성과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는 집도 많아졌다. 고기를 정성스레 손질하지 않거나, 미리 튀겨둔 것을 다시 내놓는 경우도 심심찮게 만난다.
그래서일까. 처음 가는 중국집 메뉴판에서 '고기튀김'이라는 글자를 발견하면, 어쩐지 조금은 설렌다. 튀긴 건 뭐든 맛있다지만, 맛있는 고기를 정성껏 튀긴 이 극강의 조합은 다르다. 이 단순한 음식이 맛있다면, 그 집의 음식에도 기본기와 내공이 깃들어 있다는 뜻일 거다. 다른 메뉴는 물론 맛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나는 고기튀김을 먼저 고른다. 그 한 조각 안에, 어떤 집의 진심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