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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Mar 06. 2021

간단한 길


"저 사람, 죽었다는 거야?"


 약 때문에 기운 없어 하시던 엄마가 TV 화면을 가득 채운 변희수 하사의 영정 사진을 가리키며 물으셨다. 


 "응. 군인이었는데 트랜스젠더, 그니까 하리수 알지? 하리수처럼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군대에서 쫓겨났어. 가족들하고도 인연이 끊겼는지, 월세방에서 죽었는데, 그나마도 좀 지나서 발견됐다네. 스물세 살 이라는데········."


 "아니, 보호해주는 법도 없었나?" 


엄마가 내 말을 잘 이해하셨는지 살피려 했는데, 엄마가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지금 법을 만들었는데, 국회에서 통과가 안되고 있다네········."


 "아이고, 생명을 살려야지! 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구먼!""


 일흔둘의 엄마가 이렇게 명확하게 얘기하시는 게 좀 놀라웠다. 물론 엄마는 오랫동안 절에 다니셨고, 불교에서는 진작부터 그 또한 전생의 인연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음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이를 떠나 엄마는 최근엔 자신이 식사를 하셨다는 사실을 잊기도 하신다. 그런 엄마가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시다니, 그 짧은 순간에 엄마 병세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이 일었다. 최근에는 교황님께서도 존재 그대로를 인정하는 데에 공감하셨다는 뉴스도 알려드렸고, 이 사람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러 번 비슷한 죽음이 있어왔다는 이야기도 드렸다. 몇 번을 같은 주제로 이야기해 보아도 엄마의 답은 늘 '생명'을 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란 곡이 화제가 되었었다. 영화제에서 노래를 불러준 아역 배우들의 맑은 목소리도 한몫했겠지만, 나는 그 곡이 잃고 나서야 비로소 허둥지둥 헤아리는 우리의 현재를 제대로 짚어주었기 때문에 더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 보존을 하기 위해 만약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쨌거나 생사의 고비를 넘어봤던 환자의 입장에서, 단 한 명의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런 길을 지금 우리가 낼 수 있다면 돌아가지 말고 바로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결국은 그 일이 모두를 위하는 가장 간단한 길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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