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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Feb 24. 2022

날씨 탓

수술 전에 꼭 이래야만 해요? 그동안 고마웠는데

 오미크론은 증세가 약해 곧 이 팬데믹 시대도 종식될 것 같아서일까? 오늘, 코로나 발생 후 잠정 중단된 교수 회의가 있었다. 회의는 3시였지만 오전에 그전에 학과 회의가 있다는 카톡이 울렸다. 회의실에 뒤늦게 들어갔는데 늘 반응 없던 젊은 교수들이 답례를 해 복잡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훈훈해졌다. 

 사실 나는 다음 주에 입원해 또다시 수술을 받는다. 지난번과 같은 뇌 수술. 감마나이트라는 이 수술은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 집중적으로 쬐어 주는 것인데, 지난 수술로  소멸되길 바랬던 내 뇌 속의 암세포들이 수술 후 크기가 줄어들다 다시 커져, 이번엔 지난번보다 커진 상태다. 다시금 낙담했지만, 그래도 살자는 각오를 다졌다. 왜냐면 나에겐 젖은 속옷도 내가 챙겨드리지 않으면 그대로 입고 계시는 아픈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야 하는, 어머니보다는 내가 먼저 갈 수 없는 이유. 

 그런 사정을 지난주에 학부장님께 전화로 이야기했었는데, 짐작은 했지만 학과 교수들 분위기가 뾰족했다. 새로운 학과장님이 공지 사항 전달 중에 나를 언급하며 이제는 내가 학과 일을 맡아야 한다고 하셨다. 짐작했던 바다. 다만 그 일이란 것의 부담이 내가 생각했던 수준을 초월했다. 내가 없는 동안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갔겠지. 물론 나도 나의 책임을 다하려 한다. 다만 이제는 정말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  해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수술 이야기도 그대로 학과에 알렸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껏 10년 가까이 내가 지도하던 4학년 학생들이 아닌 1학년 학생들을 맡게 되었고 연이어 따라오는 업무와 회의. 교수회의 전의 학과회의, 1학년 지도 교수 회의, 교수회의 끝나고 또 저녁까지 학과회의. 1학년 지도교수들은 내일도, 월요일도 회의가 있다고 고지되었다. 게다가 지금도 출근을 하고 오면 3일 정도는 맥을 못 추는 나에게, 집에서 왕복 160km 떨어진 제2 캠퍼스(?)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 대면 상담을 하라는 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복통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였을까? 학교에서는 다시 차갑게 식은 후배 교수들 표정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뇌에 암세포가 커져 아직 방법을 못 찾고 있는 나에게 말이라도 따뜻하게 위로해 주길 바라며 들어간 오늘 회의, 생사의 기로에서도 나는 아직 철부지인 건가? 지난번 수술 전에도 후배 교수로 인해 억울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몰랐겠지만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때도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아 그냥 넘겼다. 나 역시도 그동안 학과일을 못해 미안한 마음은 당연히 있으니까. 

 무엇보다 나 없는 집에선 끼니도 거르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이런 일들 따위로 마음까지 다쳐선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무조건 첫째는 내가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궁극에는 건강하게 나의 쓰임을 다 하길 소망한다. 그러나 오늘은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추운 날씨 때문일까, 내 마음의 냉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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