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편 4|사이공, 하이엔드를 해석하는 도시
L군이 호치민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당연히 우리 집에서 머물라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야, 그냥 우리 집 와. 손님방 있어."
"아니, 괜찮아. 우리 호텔 예약했어. 너네 불편할 것 같아서."
L군은 호텔 F&B 팀장이었고, 아내도 같은 호텔에서 일했다. 두 사람 모두 호텔업 현직 종사자라 같은 그룹의 호치민 호텔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진짜 괜찮은데? 우리 집 넓어."
"알아, 알아. 근데 그래도 일단 호텔 잡았어. 하루 자고 너네 집 갈게. 그다음 날 무이네 가거든."
결국 L군 부부는 호텔에서 하루를 먼저 묵고, 우리 집으로 넘어오기로 했다.
이틀째 되는 날 오후, L군 부부가 호텔에서 우리 집으로 왔다.
택시 안에서 L군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오, 여기 생각보다 괜찮은데?"
"7군이 원래 이래. 계획도시라 깔끔해."
리비에라 포인트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L군 아내가 고개를 들어 타워들을 올려다봤다.
"우와... 진짜 높네요."
"응. 우리 13층이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L군이 물었다.
"근데 여기 월세 얼마야?"
"천불 조금 넘어."
"... 천불? 백만 원?"
"응."
L군은 잠시 말이 없었다.
집 문을 열자 거실이 펼쳐졌다. 전면 창으로 도시가 보였고, 대리석 식탁이 놓인 거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야... 이거 한국 같으면..."
"그치?"
L군 아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님방이 따로 있어요?"
"응. 이쪽으로."
손님방을 보여주자 L군이 웃으며 말했다.
"아, 진짜... 호텔 괜히 잡은 것 같은데?"
"그러게. 내가 뭐라 했어."
L군이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호텔도 좋긴 한데... 뭔가 다르네."
짐을 풀고 나서, 나는 L군 부부를 단지 내부를 구경시켜 줬다. 먼저 5층 브릿지 라운지로 내려갔다.
수영장이 펼쳐졌고, 카바나 데크가 놓여 있었다.
L군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호텔 풀이랑 똑같은데?"
"맞아. 근데 여긴 관리비에 포함이야."
"관리비가 얼마?"
"한 10만 원?"
L군은 잠시 계산하는 표정을 지었다.
"... 말이 안 되는데?"
이어서 피트니스 센터, 24층 테라스, 단지 내 상가를 보여줬다. L군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
"야, 이거 진짜 이상한데. 우리 호텔에서도 이런 시설 제공하는데..."
"월 얼마?"
"레지던스 옵션이 월 3천 불 정도."
L군이 눈을 크게 떴다. "... 야, 근데 진짜 이게 어떻게 가능해?"
이게 가능한가
저녁을 먹고 나서, L군과 나는 홈바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L군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야, 솔직히 이상한데. 너희 월세가 우리 호텔 레지던스 3분의 1이야. 근데 시설은 똑같아. 이게 말이 돼?"
나는 웃었다.
"야, 여기 진짜 부자들은 아파트 안 살아."
"응?"
"3층짜리 프라이빗 빌라에 개인 수영장. 그게 이 도시 최상위야. 그래서 아파트는 경쟁해야 돼. 시설로."
L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아파트가 '합리적 선택지'인 구조구나."
"딱 그거야."
L군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여기 아파트 단지가 많아?"
"엄청 많지. 공실 나면 바로 가격 압력 생기고."
"그럼 세입자가 갑이네."
L군이 창밖을 보다가 물었다.
"관리비 얼마라 했지?"
"10만 원 정도."
"10만 원에 이 시설을?"
"응. 수영장 매일 가도 똑같아."
L군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사람들이 미친 듯이 쓰겠네?"
"맞아. 그래서 가동률 높고, 만족도도 높지."
"그러면 사람들이 오래 살겠다."
"정확해. 그래서 공실 안 나고."
L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게 시스템이구나."
L군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야, 그럼 이거... 한국에서도 가능한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려울 거야."
"왜?"
"한국은 아파트가 '자산'이거든. 사는 거지."
L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구나."
"맞아. 근데 여기는 거의 다 임대야. 그래서 개발사가 시설로 승부를 봐야 해. 안 그러면 사람들이 다른 단지로 가버리니까."
L군이 감탄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네."
"맞아."
다음 날 아침, 대리석 식탁에서
다음 날 아침, 아내가 조식을 준비했다. 버거와 샐러드, 과일, 커피. 대리석 식탁 위에 정갈하게 차려졌다.
L군 부부가 거실로 나왔을 때,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앉으세요. 편하게 드세요."
"우와... 이렇게까지 해주시면 어떡해요."
네 명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왔고, 도시는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L군이 버거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진짜... 호텔 아침 뷔페보다 좋은데?"
"야, 그건 좀..."
"아니, 진심이야. 이게 더 좋아. 여유롭고."
L군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호텔은 사람 많고 정신없는데... 여긴 정말 편안해요."
식사 후, L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야, 진심으로... 괜히 호텔 예약했다."
"왜?"
"너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이 처음부터 너네 집에서 신세 좀 질걸."
L군 아내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요. 호텔도 좋았는데... 여기가 훨씬 좋아요."
무이네로 떠나기 전, L군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야, 너 진짜 좋은 곳에서 사는구나."
"그치?"
"이거...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삶이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여기 사는 거지."
L군 부부가 무이네로 떠난 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친구들을 초대했다.
어느 주말 저녁, 마크와 리나, 민과 브라이언.
아내는 아침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8인이 착석 가능한 대리석 식탁이 가득 차게 음식을 준비했다.
샐러드파스타, 두부탕수육, 오코노미야끼와 볶음밥, 치즈나초와 그릴드 콘&소시지 플래터, 공심채볶음, 과일. 홈바 위에는 와인과 맥주가 준비됐고, 음악은 낮은 볼륨으로 깔렸다.
초인종이 울렸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마크와 리나였다.
"안녕! 왔어."
"어서 와."
마크는 와인 한 병을 들고 왔고, 리나는 디저트를 들고 있었다.
"우와, 벌써 준비 다 했네?"
"응. 앉아. 편하게."
잠시 후, 민과 브라이언이 도착했다.
민은 전형적인 베트남 여성의 외모를 가진 친구였다. 7군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며, 우리에게 호치민의 진짜 로컬을 보여준 안내자였다.
브라이언은 텍사스 출신 백인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검정 뿔테를 쓰고 있었고, 팔에는 뉴욕에서 800달러를 주고 했다는 해골 문신이 있었다.
그리고 말이 엄청 빨랐다.
"Hi! Sorry we're late!"
브라이언이 빠르게 말했다.
민이 영어로 대꾸했다. "You always talk too fast!"
"I'm from Texas, we talk like this."
민이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저 사람 때문에 영어 공부 엄청 했어. 안 그러면 싸울 때 지거든."
마크가 웃으며 거들었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미국이랑 싸워서 이긴 유일한 나라잖아."
민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Exactly!"
브라이언이 손을 들며 항복했다. "I surrender, I surrender."
거실에 웃음이 퍼졌다.
대리석 식탁 위의 저녁
여섯 명이 대리석 식탁에 둘러앉았다.
접시 위에 음식이 담겼고, 와인잔에 와인이 따라졌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리나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솔직히 궁금한데, 여기 살면서 불편한 점 없어? 단지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이상해. 안 답답해."
민이 끼어들었다.
"나도 그래. 처음엔 밖에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나갈 이유가 없어지더라고."
브라이언이 맥주를 들며 말했다.
"Because everything is here. Pool, gym, coffee..."
민이 브라이언을 툭 쳤다. "Stop listing! We know!"
우리는 웃었다.
마크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동선이 좋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야?"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1층에 마트 있고, 5층에 수영장 있고, 24층에 테라스 있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하루가 해결돼."
리나가 감탄했다. "그럼 차 없이도 생활 가능하겠네?"
"응. 단지 내에서 거의 다 해결되니까."
리나가 이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매일 같은 곳만 다니지 않아? 지루하지 않아?"
"처음엔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이상하게 안 지루해."
브라이언이 물었다. "Why?"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삶의 밀도가 다르거든."
마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삶의 밀도?"
"응. 한국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쌓인 피로를 주말에 풀었어. 근데 여기서는 피로가 쌓이지 않아."
민이 물었다. "어떻게?"
"퇴근하고 수영장 가고, 주말엔 스파 가고, 집에서는 홈바에 앉아 하루를 정리하고. 공간이 회복을 설계해 놨거든."
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바쁘게 살아도 삶이 깎이지 않는 거네."
브라이언이 물었다. "But there must be some downsides, right?"
"있지. 한국 음식 먹고 싶을 때, 택배가 느릴 때, 언어 장벽 느낄 때."
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어디서든 있는 것 같은데?"
"맞아. 근데 여기서는 시간이 달라. 한국에서는 시간을 쪼개 써야 했는데, 여기서는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어."
밤이 깊어지고
식사가 끝나자,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브릿지 라운지로 내려갔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조명이 깔리고, 물소리가 은은하게 흘렀다.
카바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리나가 조용히 말했다.
"여긴 참...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지는 곳이네."
"그치? 우리도 그렇게 느꼈어."
민이 물었다. "그럼 계속 여기 살 거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언젠가는 한국 돌아가야겠지. 근데 지금은... 여기가 좋아."
각자의 길
밤이 깊어지자, 친구들은 하나둘 떠났다.
마크와 리나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오늘 정말 좋았어. 고마워."
"별말씀. 또 와."
민과 브라이언도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엔 우리가 초대할게."
"좋아. 로컬 맛집 또 소개해 줘."
브라이언이 빠르게 말했다. "Thank you for the amazing dinner!"
민이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또 시작이네. 집 가는 길에 또 싸울 거야."
우리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친구들이 떠나고, 나는 혼자 24층에 올라갔다.
도시의 불빛이 수평선처럼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불었고, 나는 맥주 캔을 들고 난간에 기댔다.
리비에라 포인트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했다.
이곳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었다.
좋은 삶은 비싼 삶이 아니다. 구조가 좋은 삶이다.
절대적 하이엔드는 태도의 결과였고,
서비스드 하이엔드는 자본의 결과였다.
하지만 합리적 하이엔드는 구조의 결과였다.
그리고 구조는 배신하지 않는다. 설계가 나쁘면 어떤 장식도 공간을 구할 수 없다. 반대로 구조가 좋으면 불필요한 과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좋은 공간을 고르는 기준
그날 밤, 나는 메모장을 꺼내 적었다.
합리적 하이엔드 체크리스트:
√ 동선: 엘리베이터 1-2회로 일상 해결?
√ 체류: 집 밖에서 머물 공간 충분?
√ 자급성: 차 없이 일상 가능?
√ 관리: 시스템이 일원화?
√ 커뮤니티: 연결은 자연스럽고, 강요 없음?
√ 운영: 관리비 정액 구조?
√ 확장성: 미래 가치 내장?
√ 감정: '살고 싶다'는 감각?
좋은 공간을 고르는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사진보다 구조를, 가격보다 동선을, 면적보다 시간을 보면 된다.
어느 주말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거실로 나오니 아내가 홈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창밖으로 도시가 펼쳐져 있었고, 햇살이 따뜻했다.
"잘 잤어?"
"응."
나는 아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구나.
화려하지 않지만 온전하다. 비싸지 않지만 품격이 있다. 빠르지 않지만 깊이가 있다.
리비에라 포인트에서 보낸 시간은 내게 분명하게 가르쳐줬다.
공간은 결국 삶의 구조를 드러낸다.
겉으로 보이는 인테리어는 취향이지만, 구조는 철학이다.
우리가 그린 미래
그날 오후, 우리는 5층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아내가 말했다.
"우리 한국 돌아가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
나는 잠시 생각했다.
"싱크대가 거실을 바라보는 주방이 있고, 그 사이에 홈바가 있는 집."
"나도 그거 생각했어."
우리는 웃었다.
리비에라 포인트는 우리에게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집은 주소로 정의되지 않는다.
집은 누구와 어떤 시간을 쌓아가느냐로 완성되는 공간이다.
네 해의 마무리
리비에라 포인트에서 보낸 네 해.
그 시간은 단순히 '거주'가 아니었다.
홈바에서 나눈 대화, 수영장 데크에서 마신 맥주, 24층에서 바라본 도시, 그리고 폭포 앞에서의 프로포즈.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초대한 사람들.
마크, 리나, 민, 브라이언, L군 부부, 그리고 한국에서 온 친구들. 이 공간에서 나눈 대화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라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언젠가 우리는 이 도시를 떠나게 될 것이다. 리비에라 포인트 13층의 열쇠를 반납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이 와도, 이곳에서 배운 것들은 남을 것이다.
삶은 구조로 완성된다는 것.
공간은 사람을 바꾼다는 것.
그리고 하이엔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합리적 하이엔드란, 비용이 아니라 구조로 완성되는 삶이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구조로 시간을 되돌려 받는 삶이다.
공간이 의무가 아니라 가능성이 되는 상태.
바로 그 지점에서 하이엔드는 누구에게나 열린다.
그날 밤이 문득 떠올랐다.
마크를 집에 초대했던 날. 5층 수영장 데크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순간.
대화가 깊어지면서, 마크가 조용히 말했다.
"너희는 참 좋다."
"응?"
"집이 있잖아. 진짜 의미의 집."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도 여기서 살고 있잖아."
마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한테는 집이 없어. 미국과 호치민을 오가며 사는데, 어디에도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는 느낌이거든. 여기서도 임시로 머무는 거고."
그는 수영장 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돌아갈 곳이 없는 건 아니야. 근데 '내 집'이라는 감각은 없어. 알겠어? 공간은 있는데, 집은 없는 거야."
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너한테 집은 뭐야?"
마크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내가 생각하는 집은... 단순히 공간이 아니야. 내게 돌아갈 수 있는 곳. 마음의 안식처. 그게 집인 것 같아."
그는 말을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나는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 있던 아내를 봤다.
아내는 수영장 물에 발을 담그고 조용히 웃고 있었다. 마크와 리나가 나누는 농담을 듣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게 집이 되어준 사람.
리비에라 포인트 13층은 좋은 공간이었다. 구조가 훌륭했고, 가격이 합리적이었고, 시설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게 집이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집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홈바에서 나눈 대화, 식탁 위의 저녁, 창밖을 함께 바라본 시간.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한 사람.
프로포즈를 다시 하게 해 준 사람. 울먹이며 "반지처럼, 우리 계속 함께"라고 말한 사람.
그 사람이 있는 곳이 집이었다.
리비에라 포인트는 그냥 좋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이곳은 내게 집이 되어준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었다.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
마크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공간은 있는데, 집은 없는 거야."
나는 반대였다.
공간도 있고, 집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다.
집은 단순히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곳이 아니다. 집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관계를 완성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리고 그런 집은 돈이 아니라 구조로 완성된다.
리비에라 포인트에서 보낸 네 해는, 내게 주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좋은 집이란, 함께 그리고 싶은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집이 되어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호치민의 주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우리는 공간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사람을 이야기했다.
구조를 분석했지만, 결국 관계를 발견했다.
집을 찾았지만, 결국 집이 되어준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이 도시의 하이엔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은 또 다른 세계다. 일상 속에 스며든 회복의 시간,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모두가 이해하지는 못하는 그 세계.
이미지 출처
커버이미지 & 본문 — All photos ⓒ 이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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