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 - 합리적 하이엔드, 그 첫 경험 — 3코스 런치의 시작
프롤로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연재는 맛집 추천이나 관광 가이드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누고 싶은 건 ‘어디가 맛있다’는 정보가 아니라, 한 끼가 만들어내는 감각과 경험입니다.
제가 머물던 곳은 호치민의 심장부, 한국으로 치면 압구정이나 청담동 같은 자리였습니다.
도시의 맥박이 가장 빠르게 뛰는 곳이었죠.
점심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짧지만 확실한 자유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끼쯤은 여유를 누려야 하니까요.
(단기 여행으로 오신 분이라면, 점심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보셔도 좋습니다.)
그 시절, 체류지 근처를 걷다 보면 작은 레스토랑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프렌치, 아메리칸, 중식, 일식… 장르도 다양했고,
유난히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3 course lunch.”
그 몇 글자가 도시 곳곳의 간판에서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식전빵과 차로 시작해, 본식, 그리고 디저트로 마무리되는 기본의 정석.
여기서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고정이고, 본식만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구성.
“점심에 이 정도라니” 싶은 만족이 있었습니다.
이번엔 10평 남짓한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
애피타이저와 디저트에서 두세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고, 본식에서는 스테이크 옵션이 가능했습니다.
좁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 그리고 한정된 메뉴가 주는 집중감.
작은 공간이 오히려 한 끼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녁엔 다소 고가인 스테이크하우스도 이 런치 코스의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여기부터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의 선택권이 훨씬 풍부해지고, 각 요리가 하나의 완성된 디쉬로 자리 잡았죠.
본식은 계절에 따라 고기의 종류가 바뀌었고, 파스타 옵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스테이크를 선택했습니다.
포만감과 만족감이 차오르면서, 점심 한 끼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오늘 하루의 중심”이 되어 갔습니다.
가격은 모두 한화로 12,000원에서 25,000원 사이.
지금 돌이켜봐도 참 고마운 가격입니다.
당시에도 한국에서는 짬뽕 한 그릇이 만 원 가까이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프롤로그에서 소개했던 장면에 비하면, 아직은 “극강의 가성비”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흐름은 곧 하늘을 향해 이어집니다.
후편에서, 21층 스카이라인 레스토랑에서 만난 믿기 힘든 3코스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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