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발견한 합리적 하이엔드 라이프 – 런치 편

상편 - 합리적 하이엔드, 그 첫 경험 — 3코스 런치의 시작

by 이서하

“정보가 아니라, 감각의 기록”

프롤로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연재는 맛집 추천이나 관광 가이드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누고 싶은 건 ‘어디가 맛있다’는 정보가 아니라, 한 끼가 만들어내는 감각과 경험입니다.


도시 한가운데서 만난 점심의 자유

제가 머물던 곳은 호치민의 심장부, 한국으로 치면 압구정이나 청담동 같은 자리였습니다.

도시의 맥박이 가장 빠르게 뛰는 곳이었죠.

점심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짧지만 확실한 자유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끼쯤은 여유를 누려야 하니까요.
(단기 여행으로 오신 분이라면, 점심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보셔도 좋습니다.)

그 시절, 체류지 근처를 걷다 보면 작은 레스토랑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프렌치, 아메리칸, 중식, 일식… 장르도 다양했고,
유난히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3 course lunch.”


그 몇 글자가 도시 곳곳의 간판에서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석의 힘 — 첫 번째 장소

식전빵과 차로 시작해, 본식, 그리고 디저트로 마무리되는 기본의 정석.

여기서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고정이고, 본식만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었습니다.


상단좌측: 식전빵과 차, 디저트 / 하단: 선택 가능한 본식 © 이서하, All rights reserved


단순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구성.

“점심에 이 정도라니” 싶은 만족이 있었습니다.


작은 공간의 집중 — 두 번째 장소

이번엔 10평 남짓한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

애피타이저와 디저트에서 두세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고, 본식에서는 스테이크 옵션이 가능했습니다.

상단: 선택 가능한 애피타이저와 디저트 / 하단: 본식 © 이서하, All rights reserved


좁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 그리고 한정된 메뉴가 주는 집중감.

작은 공간이 오히려 한 끼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디쉬 — 세 번째 장소

저녁엔 다소 고가인 스테이크하우스도 이 런치 코스의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여기부터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의 선택권이 훨씬 풍부해지고, 각 요리가 하나의 완성된 디쉬로 자리 잡았죠.


본식은 계절에 따라 고기의 종류가 바뀌었고, 파스타 옵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스테이크를 선택했습니다.

상단: 애피타이저 / 중단: 본식 / 하단: 디저트 © 이서하, All rights reserved


포만감과 만족감이 차오르면서, 점심 한 끼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오늘 하루의 중심”이 되어 갔습니다.


한 끼의 의미, 그리고 다음 이야기

가격은 모두 한화로 12,000원에서 25,000원 사이.

지금 돌이켜봐도 참 고마운 가격입니다.

당시에도 한국에서는 짬뽕 한 그릇이 만 원 가까이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프롤로그에서 소개했던 장면에 비하면, 아직은 “극강의 가성비”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흐름은 곧 하늘을 향해 이어집니다.

후편에서, 21층 스카이라인 레스토랑에서 만난 믿기 힘든 3코스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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