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에게 확립시켜준 취향이라는 가치관
요즘 연애와 관련된 관찰 예능들을 많이 보고는 한다. 영화나 드라마가 일이라서 그럴까? 딱히 온 신경을 다하면서 보지도 않는데도 뭔가 영화나 드라마 한 편보는게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럴때면 예능으로 눈을 돌리곤 한다.
그런 연애 관찰예능 들을 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의 호감의 줄다리기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흔히들 말하는 밀당이라는 호감의 줄다리기에서 가장 쉽게 호감이라는 시그널을 파악할 수 있는 순간은 취향을 이야기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에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만났을때 나의 취향도 자연스럽게 그런 취향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어쩌면 어떤것에 대한 가치관이라고도 치환될수 있는 취향이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가치관이 되어 취향이 옮겨가는 순간
이 순간니 호감의 시그널을 가장 파악하기 정확한 지표이지 않을까?
예를들어 술은 소주맥주만 먹던 사람이 다양한 종류의 술 취향, 사케나 위스키의 맛을 알아간다던지
환풍기소리에 관한 아무런 관심과 의식이 없다가 호감가는 사람이 환풍기 소리를 싫어한다는 말에 나도 그제서야 부터 환풍기 소리가 거슬리게 되는 현상처럼 말이다.
유부를 싫어하다가 유부를 먹게 된 내 사연도 비슷하다. 나는 초등학교때 유부가 들어간 된장국이 그렇게 싫었다. 아마도 많은 내 또래 학생들이 싫어했을것이다. 나는 유부가 종이내지 천쪼가리 같은 식감으로 느껴지고 생선 껍질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당시 비린것에 엄청 예민할때이라 보기만해도 싫은 음식이었고 먹어보지도 않고 유부가 뭘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거의 혐오 식품중 하나였던것이다. 초등학생때 급식으로 나온 유부된장국을 유난히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나는 좋아했다. 그런 유부를 맛있다고 먹는 그 친구의 취향을 따라서 나는 처음으로 유부에 도전했었다. “맛있어 먹어봐 베어물면 국물이 쭈욱하고 나와서 맛있어” 그 말을 듣고 먹은 유부는 실제로 맛있었다.
그 사람의 취향이 나의 취향이 되는 순간이었다. 인지하지 못하던 것에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으로 따라가는 첫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실제로 나는 유부가 좋아졌고 유부를 좋아하는 취향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 유부가 내가 좋아하는 두부와 같이 콩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나에게는 되게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적어도 유부에 있어서는 그 사람으로 인해 나의 가치관이 형성되었다고도 할 수있을 만큼 말이다.
최근 좀 지난 예능이지만 솔로지옥2를 보고있는데 거기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끌리게 되면 취향을 맞춰보려고 한다. 내 취향을 고수하던 사람들도 섞이게되고 내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라면 물들어가게 된다.
그이후에도 여러번 누군가를 만날때 나는 항상 취향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었다. 취향에 맞지 않지만 그 사람과 취향을 맞춰 보랴고 추리소설을 유난히 열심히 읽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추리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는 나도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렇다가도 취향이 역전되듯 내 취향에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을땐 관계가 반전되었다는 생각이 함께 든다. 이제는 나의 취향에 따라오게 되는구나를 느끼는 순간 밀고당기는 줄의 힘이 달라진다.
나는 요즘 책을 읽으려고 하면 화장실 환풍기가 켜져있는지 아닌지를 살핀다. 살면서 아무 인지 하지 못하던 백색소음이 이제는 거슬리게 느껴진것이다.
나의 취향은 계속 영향을 받고 새롭게 확립된다.
이제는 소음처럼 거슬리게 느껴지는 환풍기 소리가 싫어져서 불편한것 보다도 환풍기를 끄고 있는 내모습이 그사람에게 물들었음을 느끼며 미소를 띈다.